전립(戰笠), 벙거지, 벙태기, 벙치, 돌모, 꼬꼬매, 삭모(槊毛)
상모(象毛)장식이 달린 전립 형태의 농악수 모자
상모는 농악복식에서 반드시 갖추는 모자로, 모자 꼭대기에 징자, 적자, 물채가 연결되어 있고, 물채 끝에 달린 구조물의 종류에 따라 부포상모, 종이상모, 부들상모, 뻣상모, 채상모, 열두발상모 등으로 나뉜다. 상모는 농악의 역동적인 춤사위를 예술적으로 연출하는 연행 도구이다.
상모의 기원은 고구려의 고분벽화 중 〈안악 3호분〉(357), 〈안악 2호분〉(5세기말~6세기초), 〈덕흥리 고분〉(408), 〈감신총〉(4세기초~4세기중엽) 등에 그려진 그림에서 군인들의 모자에 새의 깃털을 장식하고 있는 것에서 유래한다. 상모는 군인들의 머리 장식이나 전립(戰笠)과 같은 군용 용품에 징자와 채를 달아서 사용된 것으로 전쟁 중에 군사 지휘의 수단에서 비롯되었으며, 대형이나 진법, 훈련 등의 용도로 활용되었다. 상모는 군복(軍服)의 전립과 구조적으로 유사하지만, 징자에 부포를 매달아 돌릴 수 있게 만들어서 갖가지 춤사위가 가능하도록 발전되었다. 이익(李瀷, 1681~1763)의 『성호사설(星湖僿說)』과 조선후기 무예서인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에는 상모에 대한 유래와 설명이 기록되어 있다. 중국 삼국시대 유비의 성품에 대한 고사와 양유항의 시를 들어서 이(毦)라고 하는 것은 투구의 윗부분이나 말의 안장을 새 깃이나 소의 꼬리털로 꾸미는 장식이지만, 당시 조선에서는 새 깃을 염색하여 전립의 윗부분이나 말의 재갈을 꾸몄으며 이를 상모(象毛)라고 불렀다고 했다. 이로써 상모는 조선에서만 통용되는 명칭이었고 중국에서는 다르게 불리었음을 알 수 있다. 이옥(李鈺, 1760~1815)의 『봉성문여(鳳城文餘)』에서 정월 초에 걸공(乞供)을 행하는데, 북을 치며 머리까지 흔들어서 머리 위에 수레바퀴와 같은 하얀 갈무리가 생겼다는 기록이 있다. 여기에서 머리 위에 생긴 하얀 갈무리는 채상모의 상모지가 돌아가면서 만들어내는 흰 선을 묘사한 것이라고 하겠다. 농악복에서는 상모를 군복의 경우와 같이 ‘전립’ 또는 ‘벙거지’, ‘벙태기’, ‘벙치’라 불렸다. 다만 농악복에서는 전립을 ‘돌모’, ‘상모’, ‘꼬꼬매’라 불리기도 하는데, 전립을 돌모라 한 것은 상모가 돌아가는 모자라는 뜻이며, 상모라 한 것은 전립에 상모의 기능이 커지면서 전립을 상모로 부른 것이며, 꼬꼬매라 한 것은 꼬꼬매가 상모의 별칭이므로 전립을 대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명칭들은 농악에서 상모의 기능이 커지면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
상모는 농악대의 모자로 사용되면서 상모놀이라는 특수한 놀이구성으로 인해 형태의 변화가 있게 된다. 이는 머리돌림의 동작에 따라 동작미와 율동미를 돋보이게 하는 목적에 의한 것이다. 즉 상모는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도구로써 풍물 연행을 시각적으로 확연히 드러나게 하는 기능이 있다.
상모의 구조는 벙거지의 정수리 부분에 징자를 달고 징자에 구슬을 꿰어서 만든 적자를 연결하고, 적자에 물채를 연결한 뒤 끝에 부포나 종이 띠를 매달게 되어 있다. 상모의 종류는 징자의 기능, 물채의 형태와 종류, 물채 끝에 연결된 구조물의 종류에 따라 나눌 수 있다. 상모의 적자 끝에 긴 끈을 매어다는데 이것을 ‘물채’라고 하며, 물채에 단 폭 2.5cm 내외의 가늘고 긴 종이를 ‘초리’라고 하고 이를 채상모라 부른다.
물채와 초리를 합한 길이가 대략 12발 정도 되는 긴상모를 열두발상모라고 한다.
그리고 종이나 타조털 등을 여러 가닥으로 잘게 갈라서 묶은 다음 복슬복슬하게 만든 것을 부포상모라고 한다.
또한 가늘게 종이를 오려서 물채 끝에 단 종이상모, 꽃모양으로 꼭대기의 연결부위를 끈으로 연결한 부들상모가 있다. 적자 속 구슬에 철사를 넣어 조롱목을 매우 뻣뻣하게 감는 뻣상모는 물채에 칠면조나 두루미털을 달아 이를 돌리는데, 이때 고개를 젖히면 공기의 저항으로 털이 오므라들었다 퍼졌다 하는 형태이다. 이처럼 상모는 징자에 부포를 매달아 돌릴 수 있게 만들어서 갖가지 춤사위가 가능하도록 분화ㆍ발전되었다. 상모의 벙거지는 종이로 만들고 그 위에 천을 덧입혀서 만들기도 하나 원형은 짐승털로 만든 것이었다. 돼지털이나 소털과 같은 짐승털을 검게 물들여 아교로 이겨 틀에 얹어 굳힌 다음 양태를 다는 형태로 만들었다. 현재에는 합성섬유를 압축시켜 벙거지를 만들고, 얇고 가는 강철을 테두리에 두르고 흰색 천으로 덧대어 감싸는 방법으로 제작하고 있다.
농악에서 사용하는 모자를 특별히 상모로 칭하는 것은 상모놀이의 독특성에서 기인한 것이다. 상모를 이용해 머리를 돌리는 상모놀이가 농악놀이의 특징적 모습으로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상모는 농악의 상모놀이에서 동작미와 율동미 뿐만이 아니라 리듬과 회전의 조형적 결합을 통해 한국적 신명의 시각화를 이루게 하는 예술적 장치이며, 농악의 미학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현대 공연예술에서 상모의 회전미를 영상, 조명, 설치예술 등과 결합하여 새로운 시각언어로 확장하고 있다.
『성호사설』 『무예도보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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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유리(馬兪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