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기 연주에서 숨의 세기와 방향, 입술의 모양, 혀의 위치, 목구멍의 열림 상태 등 복합적인 신체 조절을 통해 음역과 음색을 표현하는 기술.
취법은 단순한 숨의 강약 조절을 넘어, 연주자의 감각과 해석, 악기와의 일체감을 통해 음색과 정서를 표현하는 핵심 기술이다. 대금을 비롯한 한국 전통 관악기에서는 저취(低吹), 평취(平吹), 역취(力吹)의 세 가지 취법으로 구분되며, 각각 저음역·중음역·고음역을 연주하기 위한 방식이다. 저취는 느리고 따뜻한 숨으로 깊이 있는 저음을, 평취는 중간 세기의 숨으로 안정된 중음역을, 역취는 빠르고 강한 숨으로 긴장감 있는 고음을 낸다. 세가지의 취법은 입술의 모양, 숨의 방향과 압력, 혀의 위치, 목구멍의 열림 상태 등을 조율하여 구현되며, 음악적 흐름과 감정의 결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악학궤범』(1493) 권1 「십이율배속호」에는 ‘저취’와 ‘역취’라는 용어가 명시되어 있으며, 고음역의 취법을 ‘고취(高吹)’가 아닌 ‘역취(力吹)’로 기술한 점이 주목된다. 이는 단순한 음역 구분을 넘어, 고음을 표현하기 위해 힘 있는 입김을 사용해야 한다는 기술적 개념을 내포한다. 같은 문헌에서는 저취의 다른 표현으로 ‘탁성(濁聲)’, 역취의 대체 용어로 ‘반성(半聲)’과 ‘자성(子聲)’이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평취는 이들 사이의 상대적 개념으로, 문자 그대로 ‘평평하게’, 즉 보통의 세기로 숨을 불어넣는 방식으로 이해된다.
〇 취법의 유형과 용도 관악기의 구조와 발음 방식에 따라 취법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각 유형에 속하는 국악기는 다음과 같다. 1) 취구형 악기 리드나 마우스피스 없이 취구에 직접 입김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입술의 밀착, 숨의 방향과 세기, 혀의 위치 조절을 통해 음색과 음역을 변화시킨다. 이 유형에 속하는 관악기로는 대금, 단소, 적(당적·소금), 훈, 생황 등이 있다. 2) 서(리드) 사용 악기 리드를 통해 진동을 일으켜 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숨의 압력과 혀의 움직임이 음색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유형에 속하는 관악기로는 피리(향피리·세피리·당피리), 태평소 등이 있다. 〇 주법과 음역 취법은 숨의 성질에 따라 음역을 구분하는 기술로, 각각의 주법과 음역은 다음과 같다. 저취는 느리고 따뜻한 숨을 사용하여 저음역을 표현한다. 통상 ‘정악대금’이라 일컫는 B♭관 대금의 탁임종(㑣: B♭3)부터 중려(仲: A♭4)까지, 반규법을 쓸 경우 이칙(夷: A4)까지가 저취 음역 범위에 든다. 평취는 중간 세기의 숨을 사용하여 중음역을 안정적으로 표현한다. 대금에서는 임종(林: B♭4)부터 청중려(㳞: A♭5)까지, 반규법을 쓸 경우 청이칙(洟: A5)까지가 평취 음역 범위에 들며, B♭관 소금의 평취 음역도 이와 같다. ‘정악단소’라 일컫는 계면단소의 경우 전폐음인 협종(夾: G♭4) 또는 고선(姑: G4)에서 청태주(汰: F5)까지가 평취 음역이다. 향피리의 경우 지공을 모두 막는 탁중려(㑖: A♭3)부터 지공을 모두 여는 청태주(汰: F5)까지가 평취 음역이다. 역취는 빠르고 강한 숨을 사용하여 고음역을 표현한다. 대금은 저취의 두 옥타브 위, 평취의 한 옥타브 위인 청임종(淋: B♭)부터 역취 음역이며, 소금 역시 마찬가지다. 단, 소금이 낼 수 있는 최고 음은 개량 소금이 아닌 전통 소금을 기준으로 해도 대금이 내는 중청중려(㴢: A♭6) 보다 3도 정도 더 높다. 계면단소는 평취보다 한 옥타브 높은 청협종(G4浹: G♭5)에서 중청중려(D5㴢: A♭6)까지의 높은 음을 낼 때 적용된다. 피리는 청중려(㳞: A♭5)로부터 한 두음을 더 낼 수 있는데 이 음들이 역취 음역에 해당하며, 이렇게 내는 소리를 ‘비청’이라고도 한다. 청성은 맑고 선명한 음색을 가진 고음역으로, 강한 숨을 통해 표현된다. 〇 표현력과 기능 취법은 단순한 음 생성 기술을 넘어, 연주자의 감정과 해석을 표현하는 예술적 수단이다. 대금의 경우, 저취는 입술을 느슨하게 유지하고 숨을 아래로 흘려보내듯 조절하여 부드럽고 포근한 음색을 구현한다. 평취는 입술의 밀착 정도와 숨의 방향을 안정적으로 조절하여 맑고 단정한 음색을 낸다. 역취는 입술을 좁게 모으고 숨의 속도와 압력을 높여 갈대청의 진동을 극대화하며, 날카롭고 강렬한 음색을 표현한다. 숨의 양만으로 속도를 높이려 할 경우 숨이 빠르게 소진되어 호흡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입술의 모양과 방향을 함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수도꼭지의 끝을 막으면 물의 속도가 빨라지는 원리와 유사하다. 〇 역사적 변천 조선 후기와 근대 초기에는 ‘취라법’, ‘취적법’, ‘취피리법’ 등 특정 악기의 연주 기술을 지칭하는 표현이 사용되었으며, 이는 ‘취법’이라는 상위 개념이 정립되기 전의 과도기적 용어로 볼 수 있다. ‘취법’이라는 명사형 용어는 20세기 초 이왕직아악부의 교육 자료에서 처음 체계적으로 등장하며, 당시 교과서에서는 이를 발음법(숨을 불어 소리를 내는 기술)과 조율법(숨의 세기와 방향으로 음역을 조절하는 기술)으로 구분하였다. 이는 오늘날의 취법 개념과 거의 일치한다. 이후 ‘취법’은 국악 교육과 연구에서 지법(운지법)과 병렬되는 핵심 용어로 자리잡았으며, 국립국악원과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악기별 세부 기술로 분류·교육되었다.
취법은 관악기 연주의 핵심 기술로서, 단순한 음 생성에 그치지 않고 연주자의 미적 감각과 표현력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숨의 세기와 방향, 입술의 조절은 음색과 음량, 음역을 변화시키며 곡의 분위기와 감정을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대금의 저취는 부드럽고 깊은 음색을, 역취는 강하고 날카로운 고음을 표현하며, 피리의 전성과 반성은 각각 긴장감 있는 소리와 섬세한 음색을 만들어낸다. 최근에는 전통 관악기의 취법과 운지에 대한 연구가 축적되면서 악기의 특성을 구명하고, 그 결과가 창작과 교육에도 활용되고 있다.
『악학궤범』 김정승 외,『창작을 위한 국악기 이해와 활용』, 국립국악원, 2018 이혜구,『신역악학궤범』, 국립국악원, 2000 김정승,「대금창작곡을 위한 연주법 연구」, 서울대학교박사학위 논문, 서울대학교, 2012 박치완,「피리의 취법에 관한 연구」, 한양대학교박사학위 논문, 한양대학교, 2014 정환희,「단소의 교차운지에 관한 음향학적 고찰」,『국악원논문집』, 국립국악원, 2019
김정승(金政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