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악(宋詞樂), 교방악
고려 때 유입된 송나라의 음악. 가사는 사(詞)의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고려사』 「악지」의 당악 항에 기록되어 있다.
사악은 고려시대부터 한반도로 유입되어 『고려사』 「악지」의 당악 항에 기록되어 있다. 『고려사』 「악지」에 수록된 사악은 모음곡 형식의 대곡(大曲)과 단독으로 가창하는 형식인 산사(散詞)로 구분된다. 대곡(大曲)은 악ㆍ가ㆍ무의 종합적인 형식으로 연출되지만 대곡의 노래만 보면 사악의 범위에 속한다. 산사는 바로 사악의 가사이며, 모두 노래로 연창된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대곡은 당악정재의 이름으로 기록되며, 그 절차가 많이 간소화되었다. 현재 고려시대의 사악은 〈보허자〉와 〈낙양춘〉 두 곡만 남아있다.
『고려사』 「악지」의 당악 항에 다섯 가지의 대곡과 42편의 산사가 기록되어 있지만 악보가 없기 때문에 당시의 음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사악의 특성에 따라 고려로 들어온 사악의 음악 정보를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다.
1) 사(詞), 사패(詞牌), 사악(詞樂)의 관계
사(詞)의 이름은 사패(詞牌)라고 하며, 같은 사패(詞牌)에는 서로 다른 사(詞)가 존재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하나의 사패(詞牌)에 세 가지 양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하나는 단 한 가지의 사(詞)만 존재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같은 사(詞)의 형식, 즉 영(令)ㆍ근(近)ㆍ만(慢)에서 여러 가지의 사(詞)가 존재하는 경우이다. 마지막 하나는 서로 다른 사(詞)의 형식에서 여러 가지의 사(詞)가 존재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 〈애월야면지(愛月夜眠遲)〉란 사패(詞牌)는 단 하나의 사(詞)가 존재하고 있으며, 이는 바로 첫 번째의 경우에 속하는 것이고, 〈수룡음(水龍吟)〉과 〈한궁춘(漢宮春)〉은 비록 여러 가지의 사(詞)가 존재하고 있지만 모두 만사(慢詞)에 속하고 있어 두 번째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복잡한 것은 바로 세 번째 경우인데, 같은 사패(詞牌) 아래 영(令)ㆍ근(近)ㆍ만(慢) 등 여러 가지 형식을 가지고 있는 사패이다. 이러한 예는 〈우중화(雨中花)〉, 〈임강선(臨江仙)〉, 〈서강월(西江月)〉 등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영(令)ㆍ근(近)ㆍ만(慢)의 음악적인 특징을 논할 때에는 이 세 가지 경우를 모두 고려하여 논의해야 한다.
첫째, 같은 사패(詞牌) 아래 단 한 가지의 사(詞)가 존재하는 경우는 가장 간단한 것이며, 이때의 음악은 말할 것도 없이 단 하나밖에 없다.
둘째, 같은 사패(詞牌) 아래 한 가지 사(詞)의 형식 (영ㆍ근ㆍ만)만이 존재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가사를 가진 경우의 음악은 마디 수, 각 마디의 글자 수, 평측, 압운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해서 구분해야 한다. 만약에 두 가지의 사(詞)가 마디 수, 각 마디의 글자 수, 평측, 압운 등 여러 조건이 모두 같으면 음악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마디 수, 각 마디의 글자 수, 평측, 압운 등 여러 조건이 서로 다른 경우는 음악도 다르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음악이 서로 다르다고 하더라도 같은 사패(詞牌)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음악끼리는 서로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탄파(攤破)1, 감자(減字)2, 첩자(疊字)3, 환두(換頭)4, 촉박(促拍)5, 화성(和聲)6, 사조중첩(詞調重疊)7, 범조(犯調)8 등 다양한 수법을 이용하여 음악의 원형을 변화,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음악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것과 다른 것인데, 이는 원형 음악을 기초로 하여 약간의 변화만 주는 것이다. 이러한 수법은 서양 음악에서의 변주 방식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비록 음악과 가사가 서로 다르더라도 모두 같은 이름의 사패(詞牌)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셋째, 같은 사패(詞牌) 아래 사(詞)의 여러 가지 형식이 존재하는 경우의 음악은 두 가지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하나는 같은 사패(詞牌), 같은 형식의 사(詞)는 비록 가사가 서로 다르지만 전체적인 음악의 틀에서 보면 서로 같다고 할 수 있으며, 서로의 연관관계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앞에서 살펴보았던 둘째 상황과 같은 것이다. 다른 하나는 비록 같은 사패(詞牌)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詞)의 형식(영ㆍ근ㆍ만)이 서로 다르면 사(詞)간의 음악 역시 거의 다르다고 보아야 한다.
1) 탄파(攤破)는 가사의 구수(句數) 혹은 글자 수를 증가시키고 음악도 이에 따라 확대되는 수법이다. 탄파(攤破)한 후의 음악은 원래의 음악에서 변화되지만 많이 변화되지는 않는다.
2) 감자(減字)는 가사의 구수(句數) 혹은 글자 수를 감소시키는 수법이다. 감자(減字)는 전조(轉調)와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3) 첩자(疊字)는 가사 중 일부분의 글자를 중첩하는 수법이다.
4) 환두(換頭)는 미전사 첫 번째 구(句)의 음악과 미후사 첫 번째 구(句)의 음악이 서로 다르고 나머지 구(句)의 음악은 모두 일치되게 하는 수법이다.
5) 촉박(促拍)은 악곡의 리듬만을 변화시키는 수법이다.
6) 화성(和聲)는 왕력(王力)의 『중국시율학』에 의하면 가곡을 연창할 때 일종의 후렴과 같은 것이다. 창자(唱者)가 가사를 한 수 노래하고 나면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응화(應和)하는 부분인데 주로 허성(虛聲)이다.
7) 왕이(王易)의 사곡사(詞曲史)“구률(構律)”항에 의하면 사조중첩(詞調重疊) 역시 음악을 중첩하여 조금씩 변화시키는 수법이다.
8) 범조(犯調)는 전조(轉調)와 같은 수법이다. 송나라 장염(張炎)의 『사원(詞源)』에 의하면 범조(犯調)는 네 가지 유형을 가지고 있다. 즉, 궁범상(宮犯商), 상범우(商犯羽), 우범각(羽犯角), 각범궁(角犯宮)이다.
2) 『고려사』 「악지」의 사악
『고려사』 「악지」의 다섯 가지 대곡(大曲)에는 〈헌선도(獻仙桃)〉, 〈헌천수(獻天壽)〉, 〈금잔자(金盞子)〉, 〈서자고(瑞鷓鴣)〉, 〈파자령(破字令)〉, 〈만엽치요도령(萬葉熾瑤圖令)〉, 〈중강령(中腔令)〉, 〈보허자령(步虛子令)〉, 〈절화령(折花令)〉, 〈수룡음(水龍吟)〉, 〈소포구락(小拋毬樂)〉, 〈청평령(淸平令)〉, 〈백학자(白鶴子)〉 등 사악을 사용하였고, 산사에는 〈석노교(惜奴嬌)〉, 〈만년환만(萬年歡慢)〉, 〈억취소만(憶吹簫慢)〉, 〈낙양춘(洛陽春)〉, 〈월화청만(月華淸慢)〉, 〈전화지령(轉花枝令)〉, 〈감황은령(感皇恩令)〉, 〈취태평(醉太平)〉, 〈하운봉만(夏雲峰慢)〉, 〈취봉래만(醉蓬萊慢)〉, 〈황하청만(黃河淸慢)〉, 〈환궁악(還宮樂)〉, 〈청평악(淸平樂)〉, 〈려자단(荔子丹)〉, 〈수룡음만(水龍吟慢)〉, 〈경배악(傾杯樂)〉, 〈태평년만(太平年慢)〉, 〈금전악만(金殿樂慢)〉, 〈안평악(安平樂)〉, 〈애월야면지만(愛月夜眠遲慢)〉, 〈석화춘조기만(惜花春早起慢)〉, 〈제태춘만(帝台春慢)〉, 〈천추세령(千秋歲令)〉, 〈풍중류령(風中柳令)〉, 〈한궁춘만(漢宮春慢)〉, 〈화심동만(花心動慢)〉, 〈우림령만(雨淋鈴慢)〉, 〈행향자만(行香子慢)〉, 〈우중화만(雨中花慢)〉, 〈영춘악령(迎春樂令)〉, 〈낭도사령(浪淘沙令)〉, 〈어가행령(禦街行令)〉, 〈서강월만(西江月慢)〉, 〈유월궁령(遊月宮令)〉, 〈소년유(少年遊)〉, 〈계지향만(桂枝香慢)〉, 〈경금지령(慶金枝令)〉, 〈백보장(百寶粧)〉, 〈만조환령(滿朝歡令)〉, 〈천하락령(天下樂令)〉, 〈감은다령(感恩多令)〉, 〈임강선만(臨江仙慢)〉, 〈해패령(解佩令)〉 등 사악이 기록되어 있다. 이 중에 〈경금지령(慶金枝令)〉, 〈만년환만(萬年歡慢)〉, 〈황하청만(黃河淸慢)〉, 〈태평년만(太平年慢)〉, 〈애월야면지만(愛月夜眠遲慢)〉 다섯 가지 사악(詞樂)의 가사는 중국의 『구궁대성남북사궁보(九宮大成南北詞宮譜)』에도 발견되기 때문에 같은 악곡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구궁대성남북사궁보(九宮大成南北詞宮譜)』란 악보는 18세기의 것으로 『고려사』 「악지」와의 연대 차이가 매우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려시대의 사악 선율을 연구할 때 하나의 참고 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
고려시대로 전래된 사악은 악보가 없고 문자로만 전해지고 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낙양춘〉과 〈보허자〉는 『대악후보』, 『속악원보』 등 고악보에 실려 있다. 〈낙양춘〉과 〈보허자〉는 사악의 영(令)에 속하고 있으므로 영곡(令曲)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장염(張炎)의 『사원(詞源)』에서 말한 영곡(令曲)의 사균박(四均拍)은 바로 가사가 미전사와 미후사로 구분되어 있으며, 미전사와 미후사는 각각 네 마디로 구성되어 각각 네 박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낙양춘〉과 〈보허자〉에도 적용된다. 문헌 자료와 고악보의 기록, 그리고 현재 전승되고 있는 〈낙양춘〉과 〈보허자〉의 선율과 비교함으로서써 사악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고려사』 서긍(徐兢), 『고려도경』. 소철(苏辙), 『난성집(栾城集)』. 이도(李燾), 『속자치통감장편(續資治通鑒長編)』. 장염(張炎), 『사원(詞源)』.
박은옥, 『고려당악』, 문사철, 2010. 박은옥, 『고려사 악지의 당악연구』, 민속원, 2006.
박은옥(朴恩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