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중국 고전 시가 장르로, 남조시대에 발생하여 송대에 전성기를 맞이한 운율문학이며, 본래 음악에 맞춘 가사로 창작되었다.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에 유입되어 악·가·무가 결합된 당악정재 및 성악곡으로 전승되었다. 『고려사』 「악지」에 사악의 다양한 곡명이 수록되었으며, 이중 당악정재 계통의 사악이 조선으로 이어졌다. 현재는 〈보허자〉와 〈낙양춘〉 두 곡이 전하고 있다.
송대에 전성기를 맞이한 운율문학 형식인 사악은 본래 연회 음악에 맞추어 창작된 가사였기 때문에 "곡자사(曲子詞)" 또는 구의 길이가 일정하지 않은 특징으로 인해 "장단구(長短句)"라고 불렸으며, 이후 점차 음악에서 분리되어 독립적인 문학 형식으로 발전하였다. 송대에는 도시 문화의 발달과 사대부 계층의 참여로 사문학이 크게 성행하였고, 사패를 통해 형식적 실험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고려시대에는 송나라와의 외교 및 문화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사악(詞樂)이 유입되었고, 궁중 연회나 정재의 음악으로 수용되었다. 특히 『고려사』 「악지」의 당악 항에는 사악의 다양한 곡명이 기록되어 있으며, 이는 송대 사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악”이라는 용어는 고려시대 문헌 중 『고려사』 「악지」 외에는 거의 확인되지 않으며, 실제 고려시대에는 곡명 중심으로 음악이 인식·기록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사악”이라는 명칭은 『고려사』 편찬 시점에서 송대 음악 분류 체계를 참조하여 후대적으로 부여된 것으로 해석된다.
○ 형식
사악은 중국의 사(詞)를 기반으로 한 음악적 가사 형식으로, 본래 연회 음악에 맞추어 창작된 운율문학이다. 사는 일정한 곡조(사패)에 따라 창작되며, 장단구(長短句) 형식의 가사로 구성된다. 송대에는 문학적 정형성을 갖춘 시가 장르로 발전하였고, 사악은 이러한 사를 음악과 결합하여 연행하는 형태로 성립되었다.
○ 유형
사악은 연행 방식에 따라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악·가·무가 결합된 종합예술 형태의 대곡(大曲)으로, 궁중 연회나 정재에서 연출되었다. 다른 하나는 성악 중심으로 연창되는 산사(散詞)로, 단편적 가사만을 노래하는 형식이다. 이 구분은 중국 문학의 분류 체계를 따른 것으로, 『고려사』에는 직접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내용상 5곡의 대곡과 42편의 산사로 구분해 볼 수 있다
○ 음악적 특징
사악은 사패라는 곡조 형식을 기반으로 창작되며, 하나의 사패에 여러 편의 사가 존재할 수 있다. 사패는 형식에 따라 대체로 령(令), 근(近), 만(慢)으로 나뉘며, 이는 곡의 길이와 구조에 따른 분류로 짧고 정제된 령곡, 중간 길이의 근곡, 길고 느린 만곡으로 구분된다. 음악은 마디 수, 글자 수, 평측, 압운 등의 조건에 따라 세부적으로 달라지며, 같은 사패라도 형식과 기법에 따라 음악적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사악은 다양한 음악적 변형 기법을 통해 원형 음악을 발전시켰다. 대표적으로 탄파(攤破)는 가사의 구수(句數)나 글자 수를 늘려 음악을 확장하는 방식이며, 감자(減字)는 이를 줄이는 기법으로 전조(轉調)와 관련된다. 첩자(疊字)는 가사의 일부 글자를 반복하고, 환두(換頭)는 미전사(尾前詞)와 미후사(尾後詞)의 첫 구를 다르게 처리하는 방식이다. 촉박(促拍)은 리듬만을 변화시키며, 화성(和聲)은 연창 시 허성으로 응답하는 후렴 구조를 뜻한다. 사조중첩(詞調重疊)은 음악을 중첩하여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는 기법이고, 범조(犯調)는 전조(轉調)의 일종으로 궁(宮)·상(商)·각(角)·우(羽) 음계 간의 교차를 포함한다. 이러한 기법들은 사악의 음악적 다양성과 형식 실험을 가능하게 하며, 예를 들어 낙양춘과 보허자는 령곡(令曲)의 구조를 따르며 중국 악서에서 설명된 사균박(四均拍)의 형식을 보여준다.
○ 『고려사』 「악지」의 사악의 유형과 특징
『고려사』 「악지」에 수록된 사악은 5곡의 대곡에 〈헌선도(獻仙桃)〉, 〈금잔자(金盞子)〉, 〈서자고(瑞鷓鴣)〉, 〈파자령(破字令)〉, 〈만엽치요도령(萬葉熾瑤圖令)〉, 〈중강령(中腔令)〉, 〈보허자령(步虛子令)〉, 〈절화령(折花令)〉, 〈수룡음(水龍吟)〉, 〈소포구락(小拋毬樂)〉, 〈청평령(淸平令)〉, 〈백학자(白鶴子)〉 등이 연행되었다. 성악 중심으로 연창되는 산사는 〈석노교(惜奴嬌)〉, 〈만년환만(萬年歡慢)〉, 〈억취소만(憶吹簫慢)〉,〈낙양춘(洛陽春)〉, 〈월화청만(月華淸慢)〉, 〈전화지령(轉花枝令)〉, 〈감황은령(感皇恩令)〉, 〈취태평(醉太平)〉, 〈하운봉만(夏雲峰慢)〉, 〈취봉래만(醉蓬萊慢)〉, 〈황하청만(黃河淸慢)〉, 〈환궁악(還宮樂)〉, 〈청평악(淸平樂)〉, 〈려자단(荔子丹)〉, 〈수룡음만(水龍吟慢)〉, 〈경배악(傾杯樂)〉, 〈태평년만(太平年慢)〉, 〈금전악만(金殿樂慢)〉, 〈안평악(安平樂)〉, 〈애월야면지만(愛月夜眠遲慢)〉, 〈석화춘조기만(惜花春早起慢)〉, 〈제태춘만(帝台春慢)〉, 〈천추세령(千秋歲令)〉, 〈풍중류령(風中柳令)〉, 〈한궁춘만(漢宮春慢)〉, 〈화심동만(花心動慢)〉, 〈우림령만(雨淋鈴慢)〉, 〈행향자만(行香子慢)〉, 〈우중화만(雨中花慢)〉, 〈영춘악령(迎春樂令)〉, 〈낭도사령(浪淘沙令)〉, 〈어가행령(禦街行令)〉, 〈서강월만(西江月慢)〉, 〈유월궁령(遊月宮令)〉, 〈소년유(少年遊)〉, 〈계지향만(桂枝香慢)〉, 〈경금지령(慶金枝令)〉, 〈백보장(百寶粧)〉, 〈만조환령(滿朝歡令)〉, 〈천하락령(天下樂令)〉, 〈감은다령(感恩多令)〉, 〈임강선만(臨江仙慢)〉, 〈해패령(解佩令)〉 등이다. 이 중 〈경금지령〉, 〈만년환만〉, 〈황하청만〉, 〈태평년만〉, 〈애월야면지만〉은 중국의 『구궁대성남북사궁보』에도 동일한 가사가 발견되어 송대 악곡과의 연관성이 추정되며, 고려시대 사악의 선율을 복원하는 데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 역사적 전승
고려시대에 송나라로부터 유입된 사악은 궁중 음악으로 수용되어 당악정재의 형태로 연행되었으며, 조선시대에는 절차가 간소화되어 정재로 전승되었다. 현재는 〈보허자〉와 〈낙양춘〉 두 곡만이 전하고 있으며, 특히 〈보허자〉는 관현악곡으로 독립하여 조선 후기부터 다양한 파생곡을 낳았다. 이 곡들은 『속악원보』, 『대악후보』, 『금합자보』 등 여러 악보에 기록되어 있어, 사악의 음악적 전통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박은옥(朴恩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