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소장 『금보』(東國大學校 所藏 『琴譜』)
1813년(순조 13)에 필사된 악보집으로, 전반부에는 『양금신보(梁琴新譜)』(1610)를 전사하였고, 후반부에는 음악과 악기에 관한 다양한 글과 함께 19세기 초에 연주되던 《영산회상》 계통 음악의 거문고 선율이 정간보ㆍ합자보ㆍ한글 육보로 기보되어 있다.
편찬 연대와 편저자는 확실하지 않으나, 「서금보권후(書琴譜卷後)」에 기록된 “숭정 187년 계유 중춘(崇禎百八十七癸酉仲春)”이라는 필사기에 근거하여 1813년 봄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원본은 ‘琴譜’라는 서명으로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소장처의 명칭을 따라 『동대금보』라 불리게 되었고 이 이름이 악보명으로 정착되었다. 영인본은 1987년 국립국악원에서 『한국음악학자료총서』 제22집에 수록되어 간행되었다.
○ 자료 정체
① 편찬연대 및 편저자 사항
『동대금보』는 편찬자와 정확한 편찬 연대가 명확히 전하지 않는다. 다만 「서금보권후」에 기록된 “숭정 187년 계유 중춘”이라는 필사기를 근거로 1813년(순조 13) 봄에 필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② 소장처 및 소장번호
동국대학교 도서관. 청구기호: D 780.913 신53ㄱ.
○ 서지사항/자료체제
필사본 1책 50장. 세로 29.0cm×가로 20.6cm.
○ 구성과 내용
① 표지
② 『양금신보』 전사 내용
③ 서금보권후
④ 금론: 악기 제작
① 표지
책의 겉표지에 악보명 ‘금보(琴譜)’가 보인다.
② 『양금신보』 전사 내용 악보의 전반부는 「현금향부(玄琴鄕部)」라는 제목 아래 『양금신보』의 「금아부(琴雅部)」 전반과 「현금향부」의 조현법ㆍ안현법ㆍ합자 등 금론(琴論)을 옮겨 적은 것이다.
이어지는 악곡 또한 『양금신보』에 실린 내용을 거의 그대로 전사하였다. 수록된 곡은 〈만대엽(慢大葉) 낙시조(樂時調)〉ㆍ〈북전(北殿)〉(“흐리누거”)ㆍ〈우(又)〉(“白雪이”)ㆍ〈중대엽(中大葉) 속칭 심방곡(心方曲)〉(“오ᄂᆞ리”)ㆍ〈우(又)〉(“이 몸이”)ㆍ〈우(又)〉(“이 몸이”)ㆍ〈중대엽 우조(羽調)〉ㆍ〈중대엽 우조계면조(羽調界面調)〉ㆍ〈감군은(感君恩) 평조 사편(平調 四篇)〉ㆍ〈조음(調音) 평조 속칭 다ᄉᆞ림〉ㆍ〈조음 우조〉 등 총 10곡이다. 이 가운데 『양금신보』의 〈중대엽 평조계면조(平調界面調)〉는 누락되어 있으며, 〈중대엽 우조 우(又)〉(“이 몸이”)가 중복 수록된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누락은 『양금신보』를 전사한 박기환 소장 『금보단(琴譜單)』과 동일하다. 기보 방식은 〈만대엽 낙시조〉와 〈조음〉은 반행 단위로 기록되었고, 〈북전〉은 1행 8정간 3대강 정간보에 기록되었는데, 1지의 첫 2행은 오기로 보인다. 나머지 악곡은 모두 1행(8정간 내재) 무정간 3대강보로 기보되었다. 음의 높이와 연주법은 합자보, 한글육보, 시용궁상각치우 등으로 표기되었다. 또한 『양금신보』에 실린 편저자 김두남(金斗南)의 발문은 『동대금보』에서 누락되어 있다. ③ 서금보권후 이어서 「서금보권후」가 나온다. 「서금보권후」에는 5음과 12율려의 상생 관계를 설명하는 노래와 그림이 먼저 실려 있다. 5음상생가(五行相生歌), 5음상생도(五音相生圖), 율려격팔상생도(律呂隔八相生圖), 율려상생가(律呂相生歌)가 포함되며, 이는 『악학궤범(樂學軌範)』(1493)의 기록과 유사하다. 이어서 주희(朱熹)가 유병산(劉屛山) 선생의 금인 복재(復齋)와 몽재(蒙齋), 황자후(黃子厚)의 금인 순고(純古), 본인의 금인 자양(紫陽)에 쓴 금명(琴銘)이 수록되어 있다. 그 뒤에는 《영산회상》 계열의 악곡과 〈웃도드리(삭회산)〉ㆍ〈밑도드리(만회산)〉가 나온다.
수록된 악곡은 〈만령산(慢靈山) 5장〉ㆍ〈중령산(中靈山) 5장〉ㆍ〈삭령산(數靈山) 5장〉ㆍ〈가락드리〉ㆍ〈삼현회산(三絃會山)〉ㆍ〈삭회산(數會山) 속칭 잔도드리〉ㆍ〈하현회산(下弦會山) 하현도드리〉ㆍ〈염불회산(念佛會山) 속칭 염불도드리〉ㆍ〈평조타령(平調打鈴)〉ㆍ〈우조타령(羽調打鈴) 혹운(惑云) 군악(軍樂)〉ㆍ〈만회산(慢會山) 속칭 하청도더리) 등 총 11곡이다. 모든 악곡은 흑, 백, 반흑반백으로 된 장구 장단 부호와 함께 기보되었다. 〈만령산〉ㆍ〈중령산〉은 1행 20정간, 〈삭령산〉과 〈가락드리〉는 반행 10정간, 〈삼현회산〉부터 〈염불회산〉까지는 6정간, 〈평조타령〉과 〈우조타령〉은 반행 8정간, 〈삭회산〉과 〈만회산〉은 6정간 정간보에 음의 시가가 기보되었다. 음의 높이와 연주법은 거문고 합자보와 한글 육보로 표기되었다. 《영산회상》의 구성은 『죽취금보(竹醉琴譜)』(1890)에 실린 것과 동일하며, 특히 〈만령산〉 5장 1ㆍ2각은 현행 〈중령산〉 초장 1ㆍ2각에 해당한다. ④ 금론: 악기 제작 이 악보집의 말미에는 악기 제작과 관련된 금론(琴論)이 부기되어 있다. 여기에는 거문고 제작법인작금법(作琴法), 양금 제작법인 작양금법(作良琴法), 적을 새로 만드는 방법인 적죽신조법(笛竹新造法), 해금의 치수에 관한 해금통(奚琴桶)이 수록되어 있다. 이를 통해 19세기 전반에 사용된 국악기의 구조와 치수, 제작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동대금보』는 1813년에 편찬된 악보로, 필사 연대가 명확하여 고악보 연대 해석의 기준이 된다. 전반부는 『양금신보』를 충실히 전사함으로써 19세기 초반까지 민간 음악계에 끼친 『양금신보』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후반부는 19세기 초 《영산회상》 계열 악곡과 〈도드리〉 계열을 연결하여 연주하는 현행 《가진회상》의 형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한 장단을 가리키는 장고점 부호가 처음 등장하고, 18세기 금보에서 잘 사용되지 않던 정간이 19세기 기보법으로 다시 활용되고 있는 점 역시 중요한 특징이다. 더불어 주희가 지은 중국 고금의 금명을 수록하고, 거문고뿐 아니라 양금ㆍ적ㆍ해금의 구조와 치수까지 기록하고 있어, 19세기 초 한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의 금(琴) 문화와 국악기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된다.
현재 『동대금보』의 원본 정보는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제공되고 있다. 영인본은 국립국악원 홈페이지의 ‘연구/자료-학술연구-영인ㆍ번역’ 섹션에서 원문 DB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다.
『동대금보(東大琴譜)』 박기환 소장 『금보단(琴譜單)』 『악학궤범(樂學軌範)』 『양금신보(梁琴新譜)』 『죽취금보(竹醉琴譜)』
강명관 외, 『역주 고악보』 1, 민속원, 2021. 김영운, 「3. 동대금보(東大琴譜)」, 『한국음악학자료총서』 22, 국립국악원, 1987. 이혜구, 「현존 거문고보의 연대고」, 『국악원논문집』 1, 국립국악원, 1989; 「현존 거문고보의 연대고」, 『한국음악논고』, 서울대학교 출판부, 1995 재수록. 최선아, 「조선후기 금론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2; 『조선후기 금론연구』, 민속원, 2017 재수록.
최선아(崔仙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