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玄琴), 현학금(玄鶴琴), 향금(鄕琴)
괘 열여섯 개가 달린 긴 사각형의 울림통 위에 명주실로 만든 줄 여섯 개를 얹고 술대로 치거나 뜯어 올려 연주하는 현악기
거문고는 ‘고구려 현악기’라는 의미의 악기이다. 8~9C 이후 한반도의 대표적인 현악기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였고, 조선 시대에는 ‘백악지장(百樂之丈)’이자 ‘선비의 악기’로 인식되었고 풍류객들이 애호하였다. 오동나무와 밤나무로 만든 긴 사각형의 울림통 위에 괘 열여섯 개를 붙여 고정시키고, 명주실을 꼬아 굵기가 다른 여섯 개의 줄을 걸어 술대로 줄을 치거나 뜯어서 소리 낸다. 고정형 괘에 올린 세 줄 중 대현과 유현은 왼손으로 괘를 짚어 음높이를 만들며, 나머지 한 줄 괘상청 및 안족(雁足) 위에 올린 세 줄은 개방현(開放絃)으로 쓴다. 궁중음악과 민간음악에 두루 쓰인다.
‘거문고’는 고구려를 뜻하는 ‘ᄀᆞᆷ’ 과 현악기를 뜻하는 ‘고[琴]’가 합성된 이름이다. 즉, 거문고는 ‘고구려의 현악기’라는 뜻이며, 이는 ‘가야국의 현악기’를 ‘가야금[가얏고]’이라 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삼국사기』「악지」에 고구려의 제2상인 왕산악이 중국 진(晉)나라에서 들여온 칠현금(七絃琴)의 모양은 그대로 두고 제도를 고쳐 만든 악기가 거문고라고 하였다. 또한 왕산악이 개량한 악기를 연주하자 ‘검은 학이 날아와 춤을 추었다[玄鶴來舞]’고 하여 ‘현학금(玄鶴琴)’이라 이름하였으며 후에 ‘현금(玄琴)’이라 불렀다고 전한다.
그러나 중국 칠현금에는 음을 짚는 위치에 휘(徽)를 박아 표시하는 데 비해 거문고에는 괘(棵)를 세우므로 두 악기의 구조가 다르다. 또한 『한비자』의 「십과」에 현악기와 검은 학에 대한 비슷한 이야기가 있기도 하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삼국사기』의 기록은 중국의 금(琴) 문화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된 것이고 거문고의 신비성을 강조한 상징적 이야기일 뿐 사실이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다.
한편,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도 거문고와 유사한 악기를 확인할 수 있다. 황해도 안악 지역에서 발굴된 제3호분 벽화(4C)와, 옛 고구려 땅인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안현(集安縣) 퉁거우(通溝)의 무용총 벽화(5~6세기 추정)의 현악기가 그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칠현금 이전에 이미 고구려에서 사용하던 현악기가 있었고, 이후 왕산악이 이를 개량하여 거문고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고구려의 거문고는 통일신라에 수용되었으나 삼국통일 직후인 7세기 말에는 국가 보물창고인 천존고(天尊庫)에 만파식적(萬波息笛)과 함께 신기(神器)로 보존되었을 뿐 연주용으로 널리 사용하지는 않았다. 8~9세기에 들어 옥보고(玉寶高, ?~?)가 새로운 거문고 음악을 지어 연주하였고 이를 속명득(續命得, ?~?)에게 전했다. 이후 거문고 음악은 귀금(貴金, ?~?), 이찬(伊飡) 윤흥(允興, ?~?)ㆍ안장(安長, ?~?)ㆍ청장(淸長, ?~?)ㆍ극상(克相, ?~?)ㆍ극종(克宗, ?~?) 등이 계승하면서 민간에 널리 퍼졌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거문고는 통일신라의 대표 악기인 삼현삼죽(三絃三竹: 거문고, 가야금 향비파, 대금, 중금, 소금)의 하나로 정착하였다.
고려시대에 거문고는 궁중의 향악 연주에 편성되었고 문인들에게도 애호되었다. 조선시대에는 거문고 연주가 더욱 번성하여 궁중과 민간에서 두루 연주되었는데, 『세종실록』이나 『악학궤범』에 수록된 거문고 도식은 현행과 동일하다.
특기할 만한 점은 조선 시대 선비들에게 거문고가 교양필수로 정착되고 백악지장, 즉 모든 악기의 으뜸이라는 인식이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거문고를 ‘사사로운 마음을 금하는 악기’이자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하는 악기’로 여겼고, 거문고를 연주함으로써 정신을 수양하고자 했다. 중국의 선비들이 금을 숭상했듯이 조선의 선비들은 거문고를 숭상한 것이다. 또한 북창삼우(北窓三友)라 하여 시와 술, 그리고 거문고를 벗 삼았는데, 이렇게 거문고를 벗하여 풍류를 즐겼던 당시 문인들의 모습은 여러 그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풍류방에서 문인들이 향유했던 거문고 음악은 20세기 이후 ‘정악(正樂)’ 또는 ‘줄풍류’라 불리며 한 가지 음악 갈래를 형성하였다.
조선 중기부터는 이 음악들을 기록하기 위한 거문고 악보집이 많이 편찬되고, 거문고 기보법도 다양하게 발전하였다. 대표적으로는 연주법의 상세한 사항을 기호로 표기한 합자보(合字譜) 및 거문고의 구음을 한자나 한글, 이두(吏讀) 등으로 적은 육보(肉譜)가 있다.
현재까지 전하는 고악보(古樂譜)의 대다수는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것이며, 조선 후기 거문고 음악의 변천을 연구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사료가 된다. 오랜 세월 거문고는 ‘선비의 악기’라 불려오며 궁중 및 풍류방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으나, 20세기 초반 백낙준(白樂俊, 1876~1930)에 의해 거문고산조가 처음 연주되면서 민속악으로 영역을 확장하였다. 이후 박석기(朴錫驥, 1899~1952)ㆍ신쾌동(申快童, 1910~1977)ㆍ한갑득(韓甲得, 1919~1987)ㆍ김윤덕(金允德, 1918~1978) 등 다양한 거문고산조 유파가 형성되었다. 현재는 창작 음악에도 거문고가 널리 쓰이고 있으며, 여러 형태의 악기 개량도 시도되고 있다.
○ 구조와 형태
거문고는 긴 사각형 모양의 울림통과 괘 열여섯 개, 안족 세 개, 줄 여섯 개, 술대로 구성된다. 전체 길이는 150~165cm, 폭은 20cm 안팎이다. 울림통 앞판에는 고정형 괘 열여섯 개가 붙어있는데, 연주자가 앉은 위치를 기준으로 가장 왼쪽이 제1괘이고 가장 오른쪽이 제16괘이다. 줄받침대 역할을 하는 제1괘가 제일 크고 두꺼우며 오른쪽으로 갈수록 괘 높이가 낮아지고 괘 사이의 간격이 좁아진다. 각 괘는 음을 짚는 위치로, 바로 옆에 위치한 괘와 괘 사이의 음정이 장2도 정도가 된다.
줄은 명주실 여러 가닥을 꼬아서 만들며, 연주자의 몸에서 가장 가까운 줄이 제1현이고 가장 먼 줄이 제6현이다. 각 줄에 이름이 붙어 있어서 제1현은 문현(文絃), 제2현은 유현(遊絃), 제3현은 대현(大絃), 제4현은 괘상청(棵下淸), 제5현은 괘하청(棵上淸) 또는 기괘청(歧棵淸), 제6현은 무현(武絃)이라 한다. 유현ㆍ대현ㆍ괘상청은 제1괘 위에 걸치고, 문현ㆍ괘하청ㆍ무현은 이동형 줄 받침대인 안족에 얹는다.
줄의 굵기는 대현이 가장 굵고, 문현ㆍ무현ㆍ괘하청ㆍ괘상청ㆍ유현 순으로 가늘어진다. 가장 가는 유현과 가장 굵은 대현은 음고와 음색에서 대비를 이루어 소리에 입체감을 더한다. 괘하청과 괘상청은 음고가 같지만, 줄의 굵기와 장력이 같지 않아 음색도 다르다.
술대는 한자로 ‘匙(시)’라고 하며, 오른손 검지와 장지 사이에 끼워 엄지로 고정하고 줄을 내리치거나 뜯어 소리를 낸다. 술대로 줄을 내리치면 술대와 울림통이 부딪히면서 거문고 특유의 투박한 울림이 생긴다. 술대와 울림통이 맞닿는 부위에는 대모(玳瑁)를 붙여 잡음을 줄이고 울림통을 보호한다. 골무는 왼손 약지 첫 마디에 끼워서 약지가 왼손을 지탱할 때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 앞판: 몸통(울림통)의 윗면으로, 재질이 무른 오동나무를 볼록하게 휜 판 모양으로 깎아 만든다.
- 좌단(坐團): 몸통(울림통)의 머리 부분으로 연주자의 오른손이 놓이는 자리이다.
- 현침(絃枕): ‘줄의 베개’라는 뜻으로, 적절한 높이에서 줄을 받쳐 줘 줄이 몸통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해 준다.
- 대모(玳瑁): 몸통(울림통)에 붙인 소가죽으로, 줄을 술대로 내려질 칠 때 몸통이 상하는 것을 방지하고 잡음을 줄여 준다.
- 제1괘: 괘상청ㆍ대현ㆍ유현을 받치고 있는 고정형 줄 받침대로 브리지[bridge] 역할을 하며, 괘 중 가장 높고 커서 대괘(大棵)라고도 한다.
- 십육 괘: 거문고의 괘는 모두 열여섯 개로, 제1괘는 줄받침대 역할을 하며, 제2괘부터 제16괘까지는 음을 짚는 위치에 해당한다.
- 안족(雁足): 기러기발 모양의 이동형 줄 받침대로 기괘(歧棵) 또는 현주(絃柱)라고도 하며, 여섯 줄 중 문현ㆍ괘하청ㆍ무현을 안족 위에 얹는다.
- 무현(武絃): 제6현으로 여섯 줄 중 세 번째로 굵으며 안족에 얹은 개방현이다.
- 괘하청(棵下淸): 제5현으로 ‘괘 아래에 위치한 기준음’이란 뜻이며 기괘청이라고도 하고, 안족에 얹은 개방현이며 괘상청보다 굵다.
- 괘상청(棵上淸): 제4현으로 ‘괘 위에 위치한 기준음’이란 뜻이며, 일 괘에 걸쳐 있고 유현보다 굵다.
- 대현(大絃): 제3현으로 제1괘에 걸쳐 있으며 여섯 줄 중 가장 굵고 연주 시 자주 사용된다.
- 유현(遊絃): 제2현으로 제1괘에 걸쳐 있으며 여섯 줄 중 가장 가늘고 연주 시 자주 사용된다.
- 문현(文絃): 제1현으로 여섯 줄 중 두 번째로 굵고 안족에 얹은 개방현이다.
- 학슬(鶴膝): 줄과 부들을 연결한 부분으로, 색실을 칭칭 감아 놓은 모양이 학(두루미)의 무릎을 닮아서 붙인 이름이다.
- 부들: 명주실이나 무명실을 꼬아 만든 염색한 굵은 끈으로 염미(染尾)라고도 하며, 줄 여섯 개에 각기 연결된 부들을 풀거나 당겨서 줄의 장력을 조절한다.
- 봉미(鳳尾): ‘봉황 꼬리’라는 뜻으로 거문고의 꼬리 부분에 해당하며, 구멍 열두 개가 뚫려 있어 구멍 두 개에 부들 한 개씩을 고정한다.
- 술대: 오른손에 쥐고 줄을 내리치거나 뜯어서 소리를 내는 도구로, 가늘고 단단한 참대나무〔海竹〕를 사용해 만든다.
- 골무: 연주자의 왼손 약지에 끼워 연주 시 힘을 실어주는 도구로, 가죽을 반으로 접고 손가락 너비만큼 양옆을 꿰매서 만든다.
- 뒤판: 몸통(울림통)의 아랫면으로, 밤나무 등 재질이 단단한 나무를 평평하게 깎아 만든다. - 용구(龍口): 거문고 머리 부분의 측면에 뚫린 구명으로 ‘용의 입’이란 뜻이며, 동물의 이빨 모양 등을 소뼈로 장식한다. - 돌괘: 미세한 음정을 조절하는 줄감개로 진괘(軫棵)라고도 하며, 줄을 앞판에서 뒤판으로 통과시켜 돌괘에 한 번 감는다. - 울림구멍: 거문고의 울림이 외부로 전달되도록 뚫은 구멍으로, 상공(上空)ㆍ중공(中空, 또는 용지龍池)ㆍ하공(下空) 등 세 개가 있다. - 운족(雲足): ‘구름모양의 발’이란 뜻으로, 악기가 바닥에 잘 안착하되 몸통(울림통)이 바닥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 음역과 조율법
거문고의 음역은 임종(㣩:B♭1)에 협종(浹:E♭5)까지로 3옥타브가 넘는다. 조율법은 시대별로 변화해 왔는데, 현재는 크게 정악 조율법과 산조 조율법으로 나눈다.
정악 조율은 괘하청-괘상청-대현-유현-문현-무현 순으로 한다. 먼저 괘하청과 괘상청의 개방현을 임종(㣩:B♭2)으로 맞춘다. 대현은 제6괘를 가볍게 짚어서 임종(㣩:B♭2)으로 맞춘다. 유현은 제2괘를 가볍게 짚어서 임종(㣩:B♭2)으로 맞춘다. 문현의 개방현은 대현 제2괘를 가볍게 짚어서 내는 음인 황종(㣴:E♭2)으로 맞춘다. 무현의 개방현은 괘상청의 옥타브 아래음인 임종(㣩:B♭1으로 맞춘다.
산조 조율은 정악 조율에서 문현만 장2도 높이므로 조율법이 거의 같으나 괘상청·괘하청의 실음을 정악 연주 때보다 높여 맞추는 경향이 있다. 즉, 정악 조율에서는 청현이 내는 임종(㣩)을 대체로 B♭2에 맞추나, 산조에서는 이를 B♭2~C3로 맞춘다. 문현의 개방현은 대현 제3괘를 짚어 내는 음인 태주(㣖:F2~G2)로 맞춘다.
○ 거문고의 음역 및 조율법
무현ㆍ괘하청ㆍ괘상청ㆍ문현은 개방현으로만 쓰고, 대현과 유현은 괘를 짚어서 소리 낸다. 왼손으로 거문고의 줄과 괘를 짚는 것을 안현(按絃)이라 하는데, 안현법은 줄을 가볍게 짚는 경안법(輕按法)과 힘을 주어 줄을 밀어서 짚는 역안법(力按法)이 있으며 이에 따라 음높이가 달라진다. 대현에서 소리 낼 수 있는 최대 음역은 C2(또는 D♭2)부터 C5이고, 유현의 최대 음역은 G2(또는 A♭2)부터 G♭5이나 실제 연주에 쓰는 음은 한정되어 있다.
정악곡 연주 시 대현은 주로 황종(㣴:E♭2)ㆍ태주(㣖:F2)ㆍ중려(㣡:A♭2)ㆍ임종(㣩:B♭2)ㆍ남려(㣮:C3)ㆍ무역(㣳:D♭3)ㆍ황종(僙:E♭3)ㆍ태주(㑀:F3) 등을 사용하고, 유현은 주로 남려(㣮:C3)ㆍ 무역(㣳:D♭3)ㆍ황종(僙:E♭3)ㆍ태주(㑀:F3)ㆍ고선(㑬:G3)ㆍ중려(㑖:A♭3)ㆍ임종(㑣:B♭3)ㆍ남려(㑲:C4)ㆍ무역(㒇:D♭4)ㆍ황종(黃:E♭4)ㆍ태주(太:F4) 등을 사용한다.
○ 구음과 표기법
육보는 거문고의 음높이나 주법을 구음[입소리]으로 적은 것이다. 거문고 고악보의 대다수가 육보로 기보되었고, 현행 거문고 정악보도 구음을 활용하여 기보하고 있다.
대현의 기본 구음은 대현을 장지(長指, 중지)ㆍ식지(食指, 검지)ㆍ모지(母指, 엄지)로 각각 짚어 내는 소리인 ‘덩’ㆍ‘둥’ㆍ‘등’이 있고, 유현의 기본 구음은 유현을 무명지(無名指, 약지)ㆍ식지(食指, 검지)ㆍ모지(母指, 엄지)로 각각 짚어 내는 소리인 ‘당’ㆍ‘동’ㆍ‘징’이 있다. 술대를 사용하지 않고 왼손가락이 괘 위에서 직접 줄을 뜯거나 쳐서 소리 내는 주법을 ‘자출(自出)’이라 하는데, 이때는 구음을 달리하여 ‘러(덩)’ㆍ‘루(둥)’ㆍ‘르(등)’ㆍ‘라(당)’ㆍ‘로(동)’ㆍ‘리(징)’라고 한다. 그리고 이 경우 바로 앞의 구음에서는 받침 ‘o’을 생략한다.(예: 징-동-당 → 지-로-당, 당-동-징 → 다-로-징) 술대로 줄을 연주자 몸쪽으로 떠서 소리 낼 때는 줄이름이나 왼손 주법과 관계없이 모두 ‘뜰’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거문고 악보에서 사용하는 표기는 다양하다. 거문고 주법에 대한 기호와 빠르기에 대한 기호는 다음과 같다.
현행 거문고 정악보로는 정간보를 사용하며, 정간 속에 율자(율명 첫 글자)를 적어 넣고 그 옆에 구음ㆍ줄이름ㆍ괘ㆍ연주법ㆍ시김새 등을 부기한다.
○ 연주방법과 기법
거문고를 연주할 때는 악기를 가로로 길게 눕히고 비스듬한 각도로 세워야 한다. 연주 자세는 악기를 무릎에 올려놓는지, 발에 올려놓는지ㆍ악기받침대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다르다.
악기를 무릎에 올리는 자세는 가장 오래된 방법으로, 궁중음악과 풍류음악을 연주할 때 취한다. 바닥에 앉아 오른쪽 다리가 바깥쪽에 위치하도록 양다리를 포갠다. 오른쪽 무릎에 악기를 올리고 왼쪽 무릎으로 악기의 뒤판을 받쳐서 각도를 유지한다.
민속악이나 창작음악을 연주할 때는 악기를 발에 올린다. 바닥에 앉아 왼쪽 다리가 바깥쪽에 위치하도록 하되 양다리를 포개지 않는다. 왼발에 악기를 올리고 왼쪽 무릎으로 악기의 뒤판을 받쳐 각도를 유지한다.
국악관현악 등 창작음악 연주를 위해 의자에 앉거나 설 때는 각 높이에 맞는 악기 받침대를 사용한다.
거문고는 대나무로 만든 술대를 아래 그림과 같이 오른손에 쥐고 줄을 내리치거나 뜯어서 소리 낸다. ‘술대로 줄을 치는 주법’[運匙法]은 흔히 ‘술대질’ 또는 ‘술대법’이라 하는데, 크게 순획과 역획으로 나눌 수 있다. 순획은 연주자 몸쪽에서 바깥 방향으로 긋는 것이고, 역획은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긋는 것이다.
왼손으로는 약지에 골무를 끼우고 엄지ㆍ검지ㆍ중지ㆍ약지로 괘를 짚어 특정 높이의 음을 낸다. 앞서 살펴보았듯 줄을 가볍게 짚어 경안(輕按)하느냐, 힘을 주어 밀어 짚어 역안(力按)하느냐에 따라 같은 괘 위에서도 음높이가 달라진다. 이러한 안현법은 악조(평조ㆍ계면조)에 따라서 다르게 활용하며, 여섯 개의 줄 가운데 괘를 짚어 소리 내는 것은 유현과 대현 뿐이다. 나머지 네 줄은 모두 개방현으로 연주하며, 드물게 가곡이나 보허사에서 괘상청을 식지(검지)로 짚는 경우가 있다.
○ 연주악곡 거문고가 중심이 되는 줄풍류 계열의 악곡에는 당연히 거문고가 편성되며 궁중 연례악 연주에도 널리 쓰였고, 민속악과 창작곡 연주에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대표 악곡으로는 〈현악영산회상〉ㆍ〈천년만세〉ㆍ〈여민락〉ㆍ〈보허사〉ㆍ〈밑도드리〉ㆍ〈웃도드리〉ㆍ〈평조회상〉ㆍ〈취타〉ㆍ〈가곡〉 등의 악곡과 〈거문고산조〉ㆍ〈시나위〉 등의 민속악곡이 있다.
○ 제작 방법 거문고 제작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나무 고르기 울림통의 앞판으로 쓸 오동나무를 고른다. 오동나무는 지름이 최소 30cm 이상 되고 나이테가 촘촘한 것으로 택하여 작은 도끼와 대패로 겉목을 친 뒤 야외에서 5년 이상 건조 시킨다. 건조된 나무는 두들겨 보고 맑은소리가 나는 것을 골라 쓴다. (2) 울림통 만들기 앞판은 나무통을 평평하게 깎지 않고 중간 부분이 적당히 볼록하게 올라오도록 둥글게 깎아야 굵은 줄의 강한 장력을 버텨낼 수 있다. 뒤판은 밤나무 또는 참나무과[科]의 단단한 나무를 평평하게 깎아서 만든다. 앞판과 뒤판은 아교(또는 목공용 본드ㆍ강력순간접착제)로 붙이고 아교가 완전히 마를 때까지 두꺼운 끈으로 단단히 묶어 고정한다. 울림통이 완성되면 장미목이나 흑단을 사용하여 울림통의 가장자리[변]를 장식하고 인두질을 한다. 인두질로 나무에 남아 있는 진을 뽑아내면 오동나무 앞판이 견고해져 악기의 수명이 길어진다. (3) 좌단 장식ㆍ현침ㆍ봉미ㆍ운족ㆍ안족ㆍ돌괘 만들기 좌단은 소뼈와 흑단ㆍ장미목ㆍ벚나무 등을 사용하여 장식한다. 현침은 줄을 받치고 있는 부분으로 악기 소리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현침의 재료로는 화류나무가 가장 좋고 박달나무ㆍ산유자나무ㆍ오매나무ㆍ벚나무 등을 쓰는데 최근에는 장미목을 주로 쓴다. 현침 바깥쪽 좌단에 줄 구멍을 뚫는다. 봉미는 부들 줄을 걸어 매는 부분으로 줄의 장력을 견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밤나무나 벚나무 등으로 만든다. 운족은 거문고의 울림통이 직접 바닥에 닿지 않도록 봉미 아래쪽에 붙이는 부분으로 화류나무ㆍ박달나무ㆍ벚나무 등을 재료로 쓴다. 봉미와 운족은 아교를 사용해 울림통에 붙이고 끈으로 묶어 놓고 오랫동안 건조한다. 안족은 화류나무ㆍ박달나무ㆍ산유자나무ㆍ오매나무ㆍ벚나무 등 단단한 나무로 만들며, 문현ㆍ무현ㆍ괘하청 줄을 얹는 용도이므로 각 줄의 굵기에 맞게 홈을 판다. 돌괘도 단단한 나무로 제작하는데 줄을 넣는 구멍은 아래쪽 중앙에서 사선 방향으로 뚫는다. (4) 괘 붙이기 울림통 위에 괘를 붙일 때는 거문고 연주에 가장 많이 쓰이는 유현과 대현을 걸어 괘의 높낮이 및 기울기를 조절한다. 괘는 연주자가 손가락으로 눌러 직접 힘을 가하는 부분이므로 강한 재질의 나무로 만들며 대추나무를 가장 많이 쓴다. 괘를 만들 때는 먼저 제1괘(폭 100mm, 높이 70mm)와 제16괘(폭 85mm, 높이 10mm)를 규격에 맞게 재단하고 나머지 괘 열네 개는 그 사이에서 높낮이와 크기를 조절한다. 괘를 붙일 때는 아교를 쓰며, 유현을 기준으로 제1괘를 먼저 붙이고 차례대로 제16괘까지 붙인다. (5) 대모 붙이기, 술대와 골무 만들기 대모(玳瑁)는 술대로 줄을 내리칠 때 울림통을 보호해 주는 부분이다. 대모라는 이름은 바다거북의 등껍질이라는 뜻이지만 대모의 재료로는 멧돼지 가죽이나 소가죽을 무두질해서 쓴다. 술대는 지름이 약 8~9mm, 한 마디 길이 20cm 이상의 해죽(海竹)을 다듬어서 만든다. 골무는 길게 잘라낸 가죽을 반으로 접고 약지 손가락 한 마디 정도가 들어갈 만큼 폭을 두고 좌우를 꿰매 만든다. (6) 줄 꼬기ㆍ줄 걸기ㆍ조율하기 거문고의 줄은 누에고치에서 뽑아낸 생사로 만든다. 줄 꼬는 틀을 이용하여 거문고 각 줄의 굵기에 맞춰 생사를 합사하고 합사한 실 세 가닥을 단단하게 꼬아서 줄을 만든다. 꼬아 만든 줄은 소나무 방망이에 감아 약 30분가량 수증기로 찌는데, 이때 방망이의 송진과 명주실의 아교질이 혼합되면서 줄의 장력을 강하게 하여 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거문고 줄은 연주자의 몸쪽부터 바깥쪽으로 문현ㆍ유현ㆍ대현ㆍ괘상청ㆍ괘하청ㆍ무현 순서로 되어있는데, 각 위치에 적합한 굵기의 줄을 준비한다. 부들에 달린 학슬에 줄을 걸어 줄 뭉치를 고정하고, 줄 끝은 울림통 위를 지나 현침 옆에 뚫은 구멍에 넣어 돌괘에 묶는다. 줄이 얹어지는 위치의 제1괘와 안족은 줄의 굵기에 맞춰 홈을 파서 마무리한다. 완성된 거문고는 돌괘를 돌려서 줄의 장력을 조절하여 음높이를 맞춘다. ○ 관리 방법 거문고를 보관할 때는 좌단이 위로 가도록 세워 놓는다. 습도가 너무 높으면 울림통에 곰팡이가 생겨 악기가 상하기 쉽고 너무 건조하면 줄이 끊어지거나 울림통이 갈라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간혹 괘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아교나 접착제를 사용하여 붙인다. 줄이 끊어지거나 닳으면 사용한 줄을 적당히 잘라내고 부들 쪽에 감겨 있는 줄을 풀어서 새로 얹어 쓴다.
현전하는 동북아시아의 치터[zither], 즉 금쟁(琴箏)류 현악기 중에는 거문고처럼 고정된 괘가 있고 술대로 타는 악기가 남아 있지 않다. 이렇듯 거문고는 이웃 나라에서 볼 수 없는 한반도 고유의 현악기이다. 본래 고구려의 악기였으나 삼국통일 후 통일신라의 향악기로 흡수되어 거듭 발전해 왔으며, 조선 시대에는 선비들의 음악 정신과 풍류 문화를 대표하는 악기로서 조선 후기 음악문화를 꽃피우는 데에 기여하였다. 또 그 과정에서 생산된 다수의 거문고 고악보와 문헌들은 조선 시대 음악 연구의 사료로서 매우 가치 있다.
거문고에는 중국 금(琴)의 상징성이 그대로 적용되었다. 거문고 울림통의 모양은 천원지방(天圓地方)을 상징한 것으로, 앞판이 둥근 것은 하늘을 뜻하고 뒤판이 평평한 것은 땅을 뜻한다. 울림통이 속이 빈 상자 형태로 된 것은 육합(六合: 하늘ㆍ땅ㆍ동서남북)을 상징한다. 문현과 무현이라는 줄 이름은 중국 고대 성인으로 추앙받는 주(周)나라의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의 이름에서 따왔다. 또한 몸가짐을 바르게 하여 거문고 연주에 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 다음의 몇 가지 조건을 갖추도록 하기도 하였다. 거문고를 연주할 때 가져야 할 다섯 가지 태도인 오능(五能)과 거문고를 연주할 수 없는 다섯 가지 상황인 오불탄(五不彈)이 그것이다. 이러한 상징성과 덕목은 모두 중국 금론(琴論)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금합자보』 『삼국사기』 『삼국유사』 『악학궤범』
국립국악원 편, 『국악기 연구 보고서 2011』, 국립국악원, 2011. 국립국악원 편, 『창작을 위한 국악기 이해와 활용』 1, 국립국악원, 2018. 국립국악원 편, 『한국의 악기』 1, 국립국악원, 2014. 국립문화재연구소, 『악기장ㆍ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민속원, 2006. 김우진, 『거문고산조ㆍ중요무형문화재 제16호』, 민속원, 2013. 송혜진, 『한국악기』, 열화당, 2001. 장사훈, 『한국악기대관』, 서울대학교출판부, 1986. 최선아, 「조선후기 금론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2. 황준연, 「고구려 고분벽화의 거문고」, 『국악원논문집』9, 1997.
임란경(林爛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