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에 출판한 안드레아스 에카르트의 한국음악 연구서
20세기 초, 안드레아스 에카르트가 선교사 신분으로 한국에 20년 동안 머물며, 현장답사와 수집 자료를 바탕으로 저술한 한국음악 연구 서적이다.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계정식(桂貞植, 1904~1977)에게 영향을 끼쳤다.
안드레아스 에카르트는 선교의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했지만 종교뿐 아니라 한국문화 전반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한국음악에 대해서도 상세한 기록과 사진 촬영을 단행했고, 귀국 후 이를 정리, 연구하여 영국, 독일, 일본에서 책으로 간행하였다. 한국 도서관에 소장된 판본은 일본의 출판물이다.
○ 소장처
1책. 국립중앙도서관(청구기호 780.951), 이화여자대학교 중앙도서관(청구기호 780.951 Ec52k), 연세대학교 국학자료실(청구기호 LGP(O) 780.951 Ec52k) 등
○ 편찬연대 및 저자 정보
『한국음악(Koreanische Musik)』은 1909년부터 1928년까지 한국에 거주했던 안드레아스 에카르트가 작성하였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에 한국문화의 독창성을 알리려고 노력했던 그의 여러 저작물 중 하나이다. 1930년에 도쿄와 함부르크에서 독일어로, 런던에서 영어로 간행하였다. 독일에 유학 갔던 바이올리니스트 계정식이 박사 논문의 주제를 한국음악으로 선정하고 작성할 때 이 도서의 영향을 받았다.
『한국음악(Koreanische Musik)』의 저자인 안드레아스 에카르트는 독일로 귀국한 후에도 한국음악을 비롯한 한국문화 전반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였고, 브라운슈바이크(Braunschweig) 대학에서 1931년 「한국의 학교 제도(Das Schulwesen in Korea)」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같은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나치 정권에 의해 연구소가 폐쇄되자 바이에른(Bayern)으로 돌아갔다. 독일에서 한국학을 출발시킨 장본인으로, 뮌헨대학에 한국학을 창설하여 1957년부터 1973년까지 교수를 역임하면서 한국학의 국제적인 기반을 형성하는데 기여하였다. 저술 활동도 지속했는데, 1968년에는 『한국음악(Koreanische Musik)』의 개정판 『한국의 음악 노래 춤(Musik – Lied – Tanz in Korea)』을 출판하였다.
음악적 역량이 뛰어났던 안드레아스 에카르트는 작곡가로서 21곡의 작품도 남겼다. 특히 서거 직전에 쓴 2곡을 한국에 헌정하여, 남다른 한국 사랑을 표현하였다. 그 곡은 《우정 심포니(Sinfonie Nr. 4 in 4 Sätzen, Sinfonie der Freundschaft. 1972)》와 《코리아 심포니(Sinfonie Nr. 5, Korea-Sinfonie, 1974)》이다. 두 악곡에 그가 직접 채보한 한국의 전통 가락을 사용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음악(Koreanische Musik)』은 서론, 본문,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록은 본문의 제8장에 해당한다.
Koreanische Musik의 목차
vorbemerkung(서문)
Ⅰ. Beziehung der Musik zum Universum(음악과 우주의 관계)
Ⅱ. Aufbau der Töne(음의 구조)
Ⅲ. Einteilung der Musik(음악의 분류)
Ⅳ. Geschichte der Musik in Korea(한국음악사)
Ⅴ. Koreanische Musikinstrumente(한국의 악기)
Ⅵ. Notenschrift, Melodie und Harmonie(기보법, 선율, 화성)
Ⅶ. Aufstellung, Orchester, Chöre und Tänzer(배치, 악대, 합창단, 무용수)
Ⅷ. Anhang(부록)
Ⅰ장의 제목은 음악과 우주의 관계(Beziehung der Musik zum Universum)이다. 천지자연의 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동아시아 음악의 성격을 드러내었다. 이어 문학, 철학, 종교와의 연관성을 Ⅱ장은 음의 구조(Aufbau der Töne)이다. 음에 대한 내용으로, 12율, 오음(五音), 칠성(七聲) 등을 소개하였고, 음을 수치화 한 부분도 있다.
Ⅲ장 음악의 분류(Einteilung der Musik)에서는 제례악, 연례악, 민악(民樂)으로 삼분한 후 해당 악곡을 제시하였다. 제례악의 경우 〈보태평심곡〉, 〈정대업지곡〉, 〈풍안지곡〉, 〈옹안지곡〉, 〈흥안지곡〉을 나열하였는데, 이는 《종묘제례악》에 편중된 소개이다. 〈보태평심곡〉은 〈보태평지곡〉의 오타이다. 연례악에는 〈태평춘지곡〉, 〈승평만세지곡〉, 〈장춘불로지곡〉, 〈경록무강지곡〉, 〈기수영창지곡〉, 〈봉황음〉 등 15곡을 수록하였다. 민악에는 〈처용가〉, 〈정읍사〉, 〈가시리〉, 〈망향가〉 등을 배열하였다.
Ⅳ장에서는 한국음악사(Geschichte der Musik in Korea)의 일부를 약술하였다. 종교, 철학과의 밀접성을 드러냈고, 『삼국사기(三國史記)』를 근거로 만파식적 설화와 가무(笳舞)ㆍ한기무(韓岐舞)ㆍ사내무(思內舞) 등 통일신라시대의 춤을 소개했다. 특히 명완벽(明完璧, 1842~1929)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그의 아들 명호진(明鎬震, 1903~?)까지 언급하였다.
Ⅴ장에서는 한국의 악기(Koreanische Musikinstrumente)를 기술하였다. 총 68개의 악기를 타악기, 관악기, 현악기 순으로 수록하였고, 악기 사진과 연주 모습까지 곁들이기도 하였다. 악기 설명에서는 타악기를 다섯 종류로 세분하여, 한국의 다양한 타악기를 체계적으로 드러내려고 한 점이 특징이다.
Ⅵ장은 기보법, 선율, 화성(Notenschrift, Melodie und Harmonie) 등에 관한 것이다. 구음, 율자보, 합자보, 장구 기호 등을 설명하였다. Ⅶ장은 악기 배치, 악대, 합창단, 무용수(Aufstellung, Orchester, Chöre und Tänzer)에 관한 것이다. 제례에 수반되는 악(樂)ㆍ가(歌)ㆍ무(舞)를 기술하였다. Ⅷ장은 부록(Anhang)이다. 한국음악을 채보한 오선악보가 있다. 《문묘제례악》 〈황종궁〉, 《종묘제례악》 〈희문〉, 경기민요 〈양산도〉 등 총 9곡이다.
서양인이 한국음악에 대해 저술한 초기작이자 선구적인 음악 서적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부터 독자적인 한국문화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한국학을 세계에 알리는데 노력했던 안드레아스 에카르트의 음악 저술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책에 수록된 음악 자료 또한 중요하다. 현장에서 직접 듣고 채보한 악보와 당시 모습을 촬영한 사진 등이 수록되어 있어, 한국 근대음악 연구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유학한 한국음악계의 최초 박사 학위 취득자 계정식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나아가 독일에 한국학을 전문 연구 분야로 정착시키는데 밑거름이 된 여러 저작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Koreanische Musik』
조현범, 「분도 선교사들의 한국 문화 연구」, 『교회사연구』 33, 한국교회사연구소, 2009. 조효임, 「안드레 에카르트와 코리아심포니」, 『음악과 민족』 8, 민족음악연구소, 2005. 홍미숙, 「안드레아스 에카르트의 한국학 연구와 성과」, 『한국학연구』 63,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2021. Andre Eckardt. Koreanische Musik. Mitteilungen der Deutschen Gesellschaft für Natur- und Völkerkunde Ostasiens, Bd. 24, 1930.
이정희(李丁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