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李尙俊, 1884~1948)은 유년기에 기독교 학교에서 풍금을 배운 후 15세부터 평생 음악교사로 생활하였다. 그는 1911년 조선정악전습소 조선악과에 입학하여 가곡을 전공하였고, 특히 이 시기에 김인식에게 서양음악 이론을 공부하며 전통음악을 오선보에 채보하기 시작하였다. 이상준은 자신이 채보한 전통음악을 상․하권의 2책으로 기획하여 출판할 계획을 세우고, 먼저 1914년에 경성에 있는 조선복음인쇄소에서 총 37곡의 악보와 노랫말을 수록한 『조선속곡집 상권』을 발행하였다. 그리고 1929년에 경성 소재 삼성사에서 하권에 해당하는 『조선속곡집』을 간행하였다. 영어 제목이 Korean Songs 인 『조선속곡집』에는 총 17곡을 수록하였는데, 이 가운데 8곡은 『조선속곡집 상권』과 중복된다.
○ 체재 및 규격
『조선속곡집 상권』 1책 75면. 가로 14.7cm × 세로 22cm
『조선속곡집』 1책 43면. 가로 14.7cm × 세로 22cm
『조선속곡집 상권』과 『조선속곡집』은 둘 다 ‘머리의 말’, ‘범례’, ‘목차’, 각 악곡의 노랫말과 악보로 구성되어 있다. 책 자체는 서양의 제책 방식에 따라 좌에서 우로 되어 있으며, 문자로 구성되는 ‘머리의 말’, ‘범례’, ‘목차’, 가사 부분은 세로쓰기 방식으로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읽어나가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두 책은 내용 배치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조선속곡집 상권』은 ‘머리의 말’, ‘범례’, ‘목차’가 먼저 나오고, 각 악곡마다 노랫말과 악보 순으로 배치되었다. 반면에 『조선속곡집』은 악보 부분과 가사 부분을 완전히 분리하여 악보 → ‘머리의 말’, ‘범례’, ‘목차’→ 가사 순으로 배치하였다. 가로쓰기와 세로쓰기 방식이 혼용되고 독자에 따라 악보집의 용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배치를 고심한 듯하다.
○ 소장처(자)
국립국악원,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박물관,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한국학중앙연구원, 아르코 예술기록원 등 다수 기관에 소장
○ 편찬연대 및 편저자 사항
『조선속곡집 상권』의 편찬연대는 1914년이고, 『조선속곡집』은 1929년이다.
저자인 이상준은 김인식(金仁湜, 1885~1963), 김형준(金亨俊, 1885~?)과 함께 우리나라 양악 1세대로 수많은 후학을 양성한 음악인이다. 그는 1884년 황해도 재령에서 출생하였고 12세에 정동에 있는 피어슨 성경학교에서 신교육을 받으며 풍금을 배웠다. 15세에 평양에 있는 대성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기 시작하여 이후 중앙·보성·휘문 등 여러 학교에서 음악 교사로 활동하였다. 1911년에 조선정악전습소 조선악과에 입학하여 가곡을 전공하였고, 1913년에 제2회 졸업생으로 과정을 마쳤다.
이상준은 조선정악전습소 재학 시절 김인식에게 서양음악 이론을 배워 우리 전통음악을 오선보에 채보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음악 교사로 알려진 김인식은 조선정악전습소에서 교사생활을 하였는데, 이때 《영산회상》·<여민락>·가곡 등을 서양식 5선보로 채보하여 악보로 발간하였다. 김인식의 영향을 받았던 이상준은 평생 음악교사로 지내면서 음악 교재가 빈곤한 현실을 통감하여 여러 음악 문헌을 발간하는 등 서양음악 보급에 주력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전통음악도 연구하고 교육하였다.
○ 구성 및 내용
『조선속곡집 상권』에는 가곡, 시조, 속요, 풍류곡 등 총 37곡의 악보와 가사를 수록하였다. ‘범례’에서도 “본서는 상권 하권으로 성(成)함이니 제1권은 조선의 재래한 가곡, 시조, 속요, 풍류곡, 이상 4부에서 취미가 유(有)한 수십 종으로 제1권을 편한 자라”라고 밝히고 있다. 수록곡 1~3은 가곡과 시조인데, <우조 초수한엽>은 남창 <우조 초수대엽> ‘남훈전’이고, <편>은 계면조 <편수대엽> ‘공명과 부귀과랑’이며, <시조>는 평시조 선율과 노랫말이다. 수록곡 4~34는 모두 민요와 잡가에 속하는 속요이다. 수록곡 35는 풍류곡으로 《영산회상》 중 <타령>의 가야금 선율을 사현금(바이올린)과 풍금으로 연주할 수 있도록 오선보로 역보하여 가야금 구음과 함께 표기하였다. 수록곡 36~37은 단가 <공도란건>과 <세월아 네월아>의 2곡이다.
이상준은 속요 가사 중 노래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요담잡설(謠談雜說)이 있는 경우 직접 새 노랫말을 지어 붙였다. <자즌난봉가>에는 <신식학도가>를, <정거장타령>에는 <신식권학가>를, <몽금포타령>에는 <신식대양>을, <학생타령>에는 <신식학생가>를, <경성흥타령>에는 <신식안(新式鴈)>을, <양산도>에는 <신식춘래>를, <도라지타령>에는 <신식건달학생>을 새로운 노랫말로 지어 원곡인 민요 선율에 부를 수 있도록 하였다.
『조선속곡집』에는 <놀량>부터 <숙쳔난봉가>까지 속요 17곡을 수록하였다. 범례에 “본서는 이전에 발행하였든 조선속곡집의 후신으로 상고부터 전래하는 속요와 현행하는 속요 중에서 취미다(趣味多)한 자 수십 종을 택하여 편한 자라.”라고 밝히고 있어 전래 속요와 현행 속요를 중심으로 악곡을 채택한 정황을 알 수 있다. 『조선속곡집』에 수록된 곡 중 <방아타령>, <청개골이타령>, <성쥬풀이>, <륙자박이>, <아리랑>, <이팔청춘가>, <양산도>, <숙쳔난봉가>의 8곡은 『조선속곡집 상권』에도 수록됐던 곡이다. 재수록된 일부 악곡들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가사와 악보를 수정해서 올렸다.
『조선속곡집』의 악보는 악기로 연주하기 편하도록 오선보에 숫자보를 추가하였다. 조표의 경우 올림표(#) 한 개는 G조, 올림표 세 개는 A조라고 악보 상단에 표기하였다. 대부분의 악곡이 G조이며, <청개골이타령>, <성주풀이>, <륙자박이>, <숙천난봉가>의 4곡은 A조이다. 박자표는 3소박 계통일 경우 6/8으로, 2소박 계통은 2/4, 3/4 등으로 표기하였다.
[악보 차례]
『조선속곡집 상권』과 『조선속곡집』의 악보 차례는 다음과 같다.
차례 | 『조선속곡집 상권』(1914) | 『조선속곡집』(19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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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명 | 가사 개작곡 | 곡명 | |
1 | 우조초수한엽 | 놀량 | |
2 | 편(역금) | 자즌산타령 | |
3 | 시조 | 방아타령 | |
4 | 노군악(길군악) | 신고산타령 | |
5 | 방아타령 | 늴늬리타령 | |
6 | 륙자박이 | 청개골이타령 | |
7 | 흥타령 | 성쥬풀이 | |
8 | 자즌난봉가 | [신식학도가] | 배ᄯᅡ락이 |
자즌배ᄯᅡ락이 | |||
9 | 셩쥬풀이(장긔타령) | 륙자박(백)이 | |
10 | 정거장타령(긴아르렁타령) | [신식권학가] | 아리랑 |
11 | 개타령 | 노래ᄭᅡ락 | |
12 | 아르렁타령 | 이팔청춘가 | |
13 | 몽금포타령(몽금이타령) | [신식대양] | 사셜난봉가 |
14 | 학생타령(학ᄉᆡᆼ타령) | [신식학생가] | 양산도 |
15 | 경성흥타령(서울흥타령) | [신식안(新式鴈)] | 강원도아리랑 |
16 | 산염불 | 개성난봉가 | |
17 | 신식산보가 | 숙쳔난봉가 | |
18 | 신식운동가 |
|
|
19 | 이팔청춘가 | ||
20 | 남무아미타불가 | ||
21 | 수심가 | ||
22 | 양산도 | [신식춘래] | |
23 | 무당타령 | ||
24 | 도라지타령 | [신식건달학ᄉᆡᆼ] | |
25 | ᄭᅩᆨ두타령 | ||
26 | 숙천난봉가 | ||
27 | 밤엿타령 | ||
28 | 긴난봉가 | ||
29 | 세월타령 | ||
30 | 쳥개골이타령 | ||
31 | 오호타령 | ||
32 | 넉들이 | ||
33 | 영변가(지름슈심가) | ||
34 | 농부가 | ||
35 | 영산회상 중 타령곡 | ||
36 | 단가 一 | ||
37 | 단가 二 | |
『조선속곡집』 2종은 매우 이른 시기에 한국 전통성악곡을 오선보로 채보한 악보집으로서 음악사적 의미가 매우 크다. 저자인 이상준은 한국 전통음악, 특히 속요가 가진 민족적 정서와 가치를 인식하고 이 곡들을 쉽게 부를 수 있도록 오선보를 활용하여 채보하였다. 실제로 이상준은 자신이 채보한 곡들을 교육하고 무대에서 공연하였으며, 작곡가 안익태는 『조선속곡집』의 <아리랑>과 <이팔청춘가>, <방아타령>을 편곡하여 이 가운데 <아리랑(Arirang Hill)>과 <이팔청춘가(Sweet Sixteen)>를 미국에서 출판하였다. 요컨대 『조선속곡집』은 서양식 음악교육이 보편화되는 환경에서 한민족 정서가 담긴 민요와 잡가를 쉽게 교육하고 연주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박은경, 「이상준 연구」, 『낭만음악』 42, 낭만음악사, 1999. 신경숙, 「일제 치하 조선노래를 지켜온 창가교사, 이상준」, 『국제어문』 41, 국제어문학회, 2007. 마지송, 「李尙俊의 『朝鮮俗曲集』 연구」, 서울: 중앙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8. 윤영혜, 「이상준과 근대 한국 음악학의 출발」, 『한국음악연구』 63, 한국국악학회, 2018. 조서윤, 「이상준(李尙俊) 속곡집 연구」, 『음악과 민족』 59, 민족음악학회, 2020. 김지혜, 「근대 초 창가교사 이상준이 선집한 조선 노래들-두 종의 출판콘텐츠를 중심으로」, 『문화와 융합』 42/7(통권 71), 2020.
김은자(金恩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