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허리드는자진한잎(中—), 중허리(中—)
만년장환지곡(萬年長歡之曲), 중선회(衆仙會)
전통 성악곡의 한 갈래인 여창가곡에 속하는 노래로, 초장의 중간을 높은 선율로 부르는 곡
여창가곡 중 한 곡으로, 초장의 중간을 높여 부른다고 해서 ‘중거(中擧)’라는 이름이 붙었다. 〈중허리드는자진한잎〉이라고도 한다. 〈이수대엽(二數大葉)〉을 변주한 곡으로, 우조 중거와 계면조 중거가 있다. 여창가곡 열다섯 곡 전부를 이어 부를 때, 우조 중거는 우조 〈이수대엽〉에 이어 두 번째 곡으로 부르고 그 다음 우조 〈평거(平擧)〉로 이어진다. 계면조 중거는 계면조 〈이수대엽〉에 이어 일곱 번째로 부르고 그 다음은 계면조 〈평거〉이다.
가곡 중 〈이수대엽〉의 시작 선율을 높여 부르는 ‘~거(擧)’ 계열의 노래들은 늦어도 18세기부터 파생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여창 〈이수대엽〉은 19세기 중반에 처음 나타나기 때문에, 여창 〈이수대엽〉의 변주곡으로 중거가 파생된 것은 19세기 후반일 것으로 보인다. 『현금오음통론(玄琴五音統論)』(1886)는 지금의 우조 중거와 계면조 중거에 해당하는 〈우중거(羽中擧)〉와 〈계중거(界中擧)〉를 여창으로 실었다. 다만, 여창 전체를 제시하지는 않고, 남창과 다르게 연주하는 부분만 뒷부분에 따로 실었다. 〈우중거〉는 곡명 아래 “여창(女唱)”이라 부기하였고, 〈계중거〉는 “든는[드는] 것 여창 산촌서산(女唱 山村西山)”이라는 부기와 함께 초장과 제2장의 선율을 적었다.
○ 역사 변천 과정 가집(歌集) 중 『가곡원류(歌曲源流)』(1876)는 〈즁허리드는쟈즌한닙〉이라는 곡명으로 우조 중거와 계면조 중거의 노랫말을 각각 수록하였다. 현재의 여창가곡은 대부분 하규일(河圭一, 1867~1937)을 통해 전승되었으며, 중거의 악곡으로는 우조에 여섯 곡, 계면조에 일곱 곡이 있다.
○ 음악적 특징 여창 중거는 〈이수대엽〉과 선율이 전체적으로 비슷하나, 곡명처럼 초장의 중간을 높이 들어 부른다. 요성(搖聲)을 많이 쓰면서 가늘고 여린 속소리를 사용하는 여창 특유의 창법이 잘 살아 있다. 중거에는 우조와 계면조의 두 악조가 있다. 이중에서 ‘우조’는 ‘우조평조(羽調平調)’의 준말, 즉 황종궁(黃鍾宮) 평조 선법에 해당한다. 과거에는 낮은 탁임종궁(㑣鍾宮) 평조 선법인 평조평조(平調平調, 탁임종궁 평조선법)가 있었으나 현재 가곡은 우조평조로만 부르기 때문에, 가곡에서 ‘우조’와 ‘평조’는 같은 말로 인식되고 있다. 우조 중거의 음계는 황(黃:E♭4)ㆍ태(太:F4)ㆍ중(仲:A♭4)ㆍ임(林:B♭4)ㆍ남(南:C5)의 5음 음계 황종 평조이고, 계면조 중거는 황(黃:E♭4)ㆍ중(仲:A♭4)ㆍ임(林:B♭4) 의 3음이 골격을 이룬다. 장단은 가곡의 기본 장단인 16박 장단이다. 가곡은 거문고ㆍ가야금ㆍ세피리ㆍ대금ㆍ해금ㆍ양금ㆍ단소ㆍ장구 등 관현악 편성의 악기를 단재비로 구성하여 반주한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되며, 전주(前奏)인 대여음(大餘音)에 이어 초장ㆍ제2장ㆍ제3장을 부르고, 짧은 간주(間奏)인 중여음(中餘音)에 이어 제4장과 제5장을 마저 부른다. 대여음은 본래 노래가 다 끝난 뒤 연주하는 후주(後奏)였으나, 오늘날 가곡에서는 전주로 연주된다. 가곡의 가사붙임새는 ‘어단성장(語短聲長)’이라 하여, 실사(實辭)에 해당하는 낱말을 촘촘히 붙이고 조사 등 허사(虛辭)를 길게 끄는 것이 특징이다. ‘ㅐ’나 ‘ㅔ’등의 중모음(重母音)을 ‘아이’ㆍ ‘어이’ 등 단모음(單母音)으로 풀어 발음하는 것은 가곡 갈래가 성립한 조선 중기 국어 발음의 잔영으로 보인다.
⋅우조 중거 “청조야” (초장) 청조(靑鳥)야 오도고야 (2장) 반갑다 님의 소식 (3장) 약수(弱水) 삼천 리(三千里)를 네 어이 건너온다 (4장) 우리 님 (5장) 만단정회(萬端情懷)를 네 다 알가 하노라. ⋅계면조 중거 “서산에” (초장) 서산(西山)에 일모(日暮)하니 (2장) 천지(天地)에 가이없다 (3장)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니 임 생각이 새로워라 (4장) 두견(杜鵑)아 (5장) 너는 누를 그려 밤새도록 우느니.
중거는 〈평거(平擧)〉 및 〈두거〉와 함께 ‘~거’ 계열의 노래에 속하며, 〈이수대엽〉의 선율 일부를 높은 선율로 변주하여 파생곡을 만들어 낸 초기 단계의 모습을 보여 준다. 중거를 포함한 가곡은 신라 향가와 고려가요의 맥을 이은 우리나라 고유의 성악갈래이며, 전통사회 상류층의 미의식과 문화를 간직한 정가(正歌)로서 국가 및 지방별 무형유산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가곡: 국가무형문화재(1969) 가곡: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1989) 가곡: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2002) 가곡(여창):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2006) 가곡: 경상북도 무형문화재(2003) 가곡: 전라북도 무형문화재(2013) 가곡: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2010)
『가곡원류』 『삼죽금보』 『현금오음통론』
국립국악원, 『이왕직아악부와 음악인들』, 1991. 김기수, 『여창 가곡 여든여덜 닢』, 은하출판사, 1980. 김영운, 『가곡 연창형식의 역사적 전개양상』, 민속원, 2005. 김영운, 『가곡』, 민속원, 2009. 장사훈, 『최신 국악총론』, 세광음악출판사, 1985. 신경숙, 「여창가곡의 음악문헌과 역사적 전개」, 『한국음악사학보』 15, 1995.
한영숙(韓英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