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행 방식 가곡은 풍류방에서 연주되던 성악곡으로, ‘풍류’란 조선 후기 지식층 음악애호가들이 연주하던 음악 중 합주 음악을 가리키던 말이다. 이들을 ‘율객’ 또는 ‘풍류객’이라 불렀으며, 특히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을 ‘가객(歌客)’이라고도 하였다. 가곡은 ‘시조시(時調詩)’를 노랫말로 삼아 부르는 성악곡으로 관현합주에 맞추어 남창, 여창, 남녀병창으로 부르던 노래이다. 그러나 〈언락〉ㆍ〈언롱〉ㆍ〈언편〉 등 ‘언(엇)~’ 계열의 가곡은 남창으로만 부른다. ○ 가곡 한바탕에서의 가창 위치 가곡은 한바탕을 이어 부를 때, 우조 바탕으로 시작하여 계면조 바탕으로 이어진다. 〈언락〉은 남창 가곡 24곡을 이어 부를 때 〈우락〉에 이어 23번째 곡으로 부르고 그 다음 〈편락〉으로 이어진다. ○ 음악적 특징 ㉠ 형식 전체 5장으로 구성되며, 전주인 대여음(大餘音)에 이어 초장ㆍ제2장ㆍ제3장을 부르고, 간주인 중여음(中餘音)에 이어 제4장과 제5장을 마저 부른다. 대여음은 본래 노래가 다 끝난 뒤 연주하는 후주였으나, 현행 가곡에서는 전주로 연주된다. ㉡ 장단 장단은 가곡의 기본 장단인 16박 장단이다. ㉢ 늘어난 노랫말의 처리 가곡 한바탕에서, 우조 〈초수대엽(初數大葉)〉(여창은 우조 〈이수대엽〉)부터 계면조 〈소용(騷聳)〉(여창은 계면조 〈두거〉)까지의 전반부 노래들은 글자 수 45자 내외의 단형(短型)시조를 노랫말로 한다. 후반부를 시작하는 ‘농’과 ‘낙’ 계열의 노래들부터는 글자 수가 더 늘어난 중형(中型)시조를 주로 쓰고, 이따금 장형(長型)시조를 부르기도 한다. 맨 마지막에 부르는 ‘편’ 계열의 노래들은 장형시조를 얹어 부른다. ‘농’ㆍ‘낙’ㆍ‘편’ 계열의 가곡은 주로 제3장과 제5장의 음악 행(行)수나 박(拍)수를 추가하여 늘어난 노랫말을 소화하는데, 이를 ‘각(刻)을 더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언락〉 “벽사창이”는 장형시조 노랫말을 얹어 부르며, 제3장을 본래 2행에서 5행으로, 제5장을 본래 3행에서 3행 반으로 늘려 노래한다. ㉣ 악조 〈우락〉과 같이 우조로 되어 있다. 가곡의 ‘우조’는 ‘우조평조(羽調平調)’의 준말, 즉 황종궁 평조선법에 해당하는데, 오늘날 가곡은 낮은 평조평조(平調平調, 탁임종궁 평조선법)는 없고 높은 우조평조로만 부르므로, 가곡에서 ‘우조’와 ‘평조’는 같은 말이 되었다. 〈우락〉의 악조는 황종(黃:E♭4)ㆍ태주(太:F4)ㆍ중려(仲:A♭4)ㆍ임종(林:B♭4)ㆍ남(南:C5)의 5음 음계 황종 평조이다. ㉤ 창법 〈언락〉의 ‘언(言)’ 또는 ‘얼(乻)’은 ‘엇(旕)’의 와음(訛音)으로, ‘지름’과 같은 뜻이다. 〈언락〉ㆍ〈언롱(言弄)〉ㆍ〈언편(言編)〉 등 초장 처음을 높게 질러 시작하는 노래에 붙인다. 〈언락〉은 〈우락〉의 초장을 높이 질러 시작하는 노래이다. ‘낙’은 낭창낭창한 곡태(曲態)를 일컫는다. 가곡의 가사 붙임새는 ‘어단성장(語短聲長)’이라 하여, 실사(實辭)에 해당하는 낱말을 촘촘히 붙이고 조사 등 허사(虛辭)를 길게 끄는 것이 특징이다. ‘ㅐ’나 ‘ㅔ’ 등의 중모음(重母音)을 ‘아이’ㆍ‘어이’ 등 단모음(單母音)으로 풀어 발음하는 것은 가곡 갈래가 성립한 조선 중기 국어 발음의 잔영으로 보인다. ㉥ 반주 악기 가곡은 거문고ㆍ가야금ㆍ세피리ㆍ대금ㆍ해금ㆍ양금ㆍ단소ㆍ장구 등 관현악 편성의 악기를 1인 1악기만 연주하는 단잽이로 구성하여 반주한다. 단소나 양금을 추가 편성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생황으로도 반주하였다. ㉦ 가지풍도형용 『가곡원류(歌曲源流)』의 「가지풍도형용(歌之風度形容)」에서 ‘낙’의 낭창낭창한 곡태를 “요(堯)임금의 바람이요 탕(湯)임금의 해[日]로다. 꽃이 난만한 봄의 성터이다(堯風湯日, 花爛春城)”라고 하였다. ○ 노랫말 〈언락〉 “벽사창이” (초장) 벽사창(碧紗窓)이// 어룬어/ 룬커늘// - / (2장) 임만 여겨// 펄떡 뛰어/ 나가 보니// (3장) 임은/ -아니 오고// 명월(明月)이/ 만정(滿庭)헌데// 벽오동(碧梧桐) 젖은/ 잎에 봉황(鳳凰)이 와서// 긴 목을/ 후여다가// 깃 다듬는/ -그림자로// 다/ (4장) 마초// - / -아// (5장) 밤일/ 세만정// - / 행여 낮이런들// 남 우/ 일 번// 허여/ -라// (내용 해설) (초장) 푸른 비단을 친 창밖이 어른어른 하거늘 (2장) 님이라고만 생각하여 얼른 뛰어 나가 보니 (3장) 님은 오지 않고 밝은 달이 뜰에 가득한데 벽오동 젖은 잎에 봉왕이 내려앉아서 긴 목을 휘어다가 깃을 다듬던 그림자였구나. (4장) 다행히도 (5장) 밤이어서 망정이지, 혹시라도 낮이었다면 다른 사람들을 웃길 뻔 하였구나.
해설: 성무경 교주, 『19세기 초반 가곡 가집, 『영언』』, 보고사, 2007, 393-394쪽
최선아(崔仙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