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면도로우락이라, 뒤집우락
전통 성악곡의 한 갈래인 여창 가곡 중 앞부분은 〈우락(羽樂)〉 선율로, 뒷부분은 〈계락(界樂)〉 선율로 부르는 노래.
〈환계락〉은 여창 가곡 한바탕을 이어 부를 때만 불리는 곡으로, 우조(羽調)와 계면조(界面調)가 섞여 있는 반우반계(半羽半界)의 노래이며, 〈우락〉과 〈계락〉 사이에서 악조를 변화시키는 변조(變調) 악곡이다.
〈환계락〉이라는 명칭은 『서금가곡(西琴歌曲)』과 『현금오음통론(玄琴五音通論)』(1886) 등 19세기 후반에 등장한다. 가집인 『가곡원류』(국악원본)(1872년)에는 여창 〈우락〉 마지막 부분에 실린 사설 중간에 붉게 ‘界’ 표시를 하여 이 부분부터 계면조로 변한다는 점을 나타냈는데, 당시까지만 해도 이 곡은 〈우락〉의 하나로 분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환계락〉은 독립 악곡으로도 자주 불리면서 ‘환계락’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으로 보인다. 〈환계락〉의 명칭은 『시조음률(時調音律)』에서는 〈계면도로우락〉이라는 명칭으로 『가곡보감(歌曲寶鑑)』(1928)에서는 〈뒤집우락〉이라는 명칭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① 역사적 변천 과정 〈환계락〉은 〈우락〉과 〈계락〉의 선율을 결합한 파생 악곡으로 19세기 후반부터 여창 가곡의 목록에서 확인되는 곡이다. 『현금오음통론』(1886), 『학포금보(學圃琴譜)』, 『휘금가곡보(徽琴歌曲譜)』(1893), 『방산한씨금보(芳山韓氏琴譜)』(1916) 등에서 〈환계락〉의 명칭을 살펴볼 수 있으며, 가집 자료에서는 『해동가보(海東歌譜)』(전북대본), 『시가요곡(詩歌謠曲)』, 『가곡원류(歌曲源流)』(가람본), 『가곡보감(歌曲寶鑑)』(1928) 등에서 명칭과 노랫말이 보인다. 〈환계락〉의 노랫말 중 “앞내나”의 경우, 18세기 중후반 가집에서는 ‘낙시조(樂時調)’의 사설로, 『가곡원류』(1872)에서는 남창 계면조 〈농가〉와 여창 〈우락〉의 사설로 수록되어 있다. 현재 전승되는 남창 가곡은 대부분 하규일(河圭一, 1867~1937)을 통해 이어졌으며, 그의 계보를 잇는 이주환(李珠煥, 1909~1972) 등 후대 가객들에 의해 보존ㆍ전승되고 있다. 현재 국가무형유산 가곡 보유자로는 남창 가곡에 김경배, 이동규가 있고, 여창 가곡에 조순자, 김영기가 있다. 현재 전승되는 여창 가곡 〈환계락〉은 “앞내나”, “사랑을 찬찬”, “사랑을 사자하니”, “물아래” 등 총 네 곡이 있다. ② 연행 방식 가곡은 풍류방에서 연주되던 성악곡으로, ‘풍류’란 조선 후기 지식층 음악애호가들이 연주하던 음악 중 합주 음악을 가리키던 말이다. 이들을 ‘율객’ 또는 ‘풍류객’이라 불렀으며, 특히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을 ‘가객(歌客)’이라고도 하였다. 가곡은 ‘시조시(時調詩)’를 노랫말로 삼아 부르는 성악곡으로 관현합주에 맞추어 남창, 여창, 남녀병창으로 부르던 노래이다. ③ 가곡 한바탕에서의 가창 위치 가곡은 한바탕을 이어 부를 때, 우조 바탕으로 시작하여 계면조 바탕으로 이어진다. 〈환계락〉은 여창(女唱) 가곡 한바탕을 이어 부를 때만 부르는 곡이며 여창 총 15곡 중 〈우락〉 다음에 부르는 곡으로 12번째로 〈환계락〉을 부른 후 〈계락〉으로 이어진다. ④ 음악적 특징 ㉠ 형식 전체 5장으로 구성되며, 전주인 대여음(大餘音)에 이어 초장ㆍ제2장ㆍ제3장을 부르고, 간주인 중여음(中餘音)에 이어 제4장과 제5장을 마저 부른다. 대여음은 본래 노래가 다 끝난 뒤 연주하는 후주였으나, 현행 가곡에서는 전주로 연주된다. 〈환계락〉의 대여음은 여창의 고유한 선율이 아닌 남창 〈편락(編樂)〉의 대여음(16박 장단)을 차용하는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남창 〈편락〉은 10박 장단의 편장단으로 부르는 노래이나 대여음은 16박 장단으로 연주한다. ㉡ 장단 여창 〈환계락〉은 가곡의 기본 장단인 16박 장단으로 되어 있고, 1분 55박~60박의 빠르기이다. 〈환계락〉에 이어 〈계락〉을 부를 때는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16박 장단으로 끝까지 부르지만, 〈환계락〉의 후반부가 〈계락〉 선율이기에 이어서 〈편수대엽〉을 부를 때도 있는데, 이때에는 〈계락〉처럼 5장 끝부분에서 10박 장단인 편장단으로 전환하여 다음 곡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다. ㉢ 늘어난 노랫말의 처리 가곡은 기본적으로 45자 내외의 사설로 되어 있는 단형(短型)시조를 노래 부르는 성악곡이다. 이 단형시조에 사설을 좀 더 늘린 것을 중형(中型)시조라고 하며, 더 길게 늘리는 경우 장형(長型)시조라 하는데, 사설이 늘어나면 그에 맞게 선율도 늘어나게 된다. 이것을 ‘각(刻)이 늘어났다’고 표현한다. 중형시조를 주로 부르는 〈우락〉은 ‘각’이 주도적으로 늘어나는 노래인 데 반해, 〈계락〉은 대부분 ‘각’이 늘어나지 않은 곡이다. 따라서 〈환계락〉은 〈계락〉처럼 사설을 촘촘히 붙이는 특징과 〈우락〉처럼 ‘각’을 늘리는 특징을 모두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불리는 〈환계락〉은 총 네 곡이며 모두 중형시조를 얹어 노래한다. 이 중 세 곡은 각을 늘리지 않고 사설을 촘촘히 붙여 부르고, “앞내나” 한 곡은 제3장에서 각이 늘어난 악곡이다. ㉣ 악조 〈환계락〉의 악조는 우조와 계면조가 한 곡에 나타나는 반우반계의 악조이다. 앞부분인 우조 부분은 황종(黃:E♭4)ㆍ태주(太:F4)ㆍ중려(仲:A♭4)ㆍ임종(林:B♭4)ㆍ남려(南:C5)의 5음 음계 황종 평조이고, 뒷 부분인 계면조는 황종(黃:E♭4)ㆍ중려(仲:A♭4)ㆍ임종(林:B♭4)의 3음이 골격을 이룬다. 〈우락〉의 우조에서 다음 곡인 〈계락〉의 계면조로 자연스럽게 악조를 바꾸는 역할을 하는 변조 음악이다. ㉣ 창법 〈환계락〉의 음역은 최저음이 탁중려(㑖:A♭3)이고 최고음은 청황종(潢:E♭5)으로 한 옥타브에 완전5도 위까지 약 12도의 간격을 가지고 있다. 실제 소리는 여창의 경우 남창 가곡보다 한 옥타브 높은 음역의 소리가 난다. 가곡 전체로 볼 때는 최저음은 탁태주(㑀:F3)이고 최고음은 청임종(淋:B♭5)이며 이 청임종(淋:B♭5)은 남창 계면조 〈소용〉에 한번 보이고, 높은 음역을 부르는 남창 우조 〈삼수대엽〉, 우조 〈소용〉, 〈언롱〉, 계면 〈삼수대엽〉에서는 최고음으로 청중려(㳞:A♭5)가 사용된다. 〈환계락〉의 앞부분은 〈우락〉 선율로, 뒷부분은 〈계락〉 선율로 부르기에〈우락〉과 〈계락〉의 특징을 모두 보여주는 노래라 할 수 있다. ㉤ 반주 악기 반주 음악은 소규모 관현합주로 세악 편성으로 연주한다. 거문고ㆍ가야금ㆍ세피리ㆍ대금ㆍ해금ㆍ장구 등의 악기가 각 한 명씩만 편성되어 연주하는 ‘단잽이’ 편성이고, 여기에 양금이나 단소가 포함되기도 한다. ㉥ 가지풍도형용 『가곡원류』에는 첫 서문에 ‘가지풍도형용십오조목(歌之風度形容十五條目)’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총 열다섯 곡(초중대엽(初中大葉), 이중대엽(二中大葉), 삼중대엽(三中大葉), 후정화(後庭花), 이후정화(二後庭花), 초수대엽(初數大葉), 이수대엽(二數大葉), 삼수대엽(三數大葉), 소용이(搔聳伊), 편소용이(編搔聳伊), 만횡(蔓橫), 농가(弄歌), 낙시조(樂時調), 편락시조(編樂時調), 편수대엽(編數大葉))에 대해 악곡별로 4자 2구의 한문으로 그 내용이 적혀 있다. 이 풍도형용은 노래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해당 악곡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지시하는 것이다. 풍도형용은 첫 서문과 사설들의 첫 시작인 곡명 아래에 적혀 있는데 남창의 곡명 아래에만 적혀 있고, 여창 곡명 아래에는 적혀 있지 않다. 『가곡원류』에서 〈우락〉의 풍도형용은 남창 〈우락〉의 곡명 아래와 십오조목 중 ‘낙시조’ 항목 아래에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계락〉의 풍도형용은 남창 곡명 아래에 적혀 있지 않다. 십오조목 중 ‘낙시조’의 풍도형용은 아래와 같다. 요풍탕일(堯風湯日) 화란춘성(花爛春城) 요임금과 탕임금 시대의 세상처럼 꽃이 만발한 봄 동산 같다. 해설: 개정증보판 국악개론, 음악세계, 김영운, 205쪽. ⑤ 노랫말 여창 〈환계락〉 “앞내나” (초장) 앞내나// 뒷내나/ - 중// 에/ (2장) 소 먹이는// 아희놈/ 들아// (3장) 앞내 옛/ 고기와// 뒷내 옛 고기를/ 다 몰쏙// 잡아다 내 다락기에 넣어/ 주어드란// 네 타고 가는/ 소등에 걸쳐다가 주// 렴/ (4장) 우리// 도/ - // (5장) 바삐가는/ 길이오매// 전할동/ 말동// 하여/ -라//
〈환계락〉은 가곡 한 바탕을 우조에서 계면조로 변조하기 위해 연주되는 노래이다. 〈계락〉의 ‘각’을 늘리지 않고 사설을 촘촘히 붙여 부르는 성격과 〈우락〉의 ‘각’을 늘리는 성격을 모두 지니고 있는 악곡이라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가곡: 국가무형유산(1969) 가곡(여창가곡): 대전광역시 무형유산(2002) 가곡: 경상북도 무형유산(2003) 가곡(여창): 인천광역시 무형유산(2006) 가곡: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2013) 가곡: 대구광역시 무형유산(2023) 가곡: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2010)
『가곡보감(歌曲寶鑑)』 『가곡원류(歌曲源流)』(국악원본) 『방산한씨금보(芳山韓氏琴譜)』 『서금가곡(西琴歌曲)』 『시가요곡(詩歌謠曲)』 『시조음률(時調音律)』 『해동가보(海東歌譜)』(전북대본) 『현금오음통론(玄琴五音統論)』 『휘금가곡보(徽琴歌曲譜)』
김기수 편저, 『정가집』, 은하출판사, 1985. 김영운 『개정증보판 국악개론』, 음악세계, 2020. 김영운, 『가곡 연창형식의 역사적 전개양상』, 민속원, 2005. 김흥규 외 6인, 『고시조대전』,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12. 신경숙 외 5인, 『고시조 문헌 해제』,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12. 신경숙, 『19세기 가집의 전개』, 계명문화사, 1994. 김영운, 「여창가곡의 발전과정에 대한 고찰-19세기 악보의 여창 가곡을 중심으로」,『한국음악연구』29, 2001.
신혜선(申惠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