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면도르는우락, 뒤집는우락
환계락(還界樂)은 여창가곡의 하나로, 앞부분은 〈우락〉의 선율 즉 우조로 되어 있고, 뒷부분은 〈계락〉 즉 계면조로 되어 있는 ‘반우반계(半羽半界)’의 노래이다. 여창만 이어 부를 때 열두 번째로 부르는데, 열한 번 째 〈우락〉과 열세 번 째 〈계락〉 사이에서 악조를 변화시키기는 변조용(變調用) 악곡이다.
환계락이라는 용어는 19세기 후반 금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양금 악보인 『서금가곡(西琴歌曲)』(1884 또는 1893)과 거문고 악보인 『현금오음통론(玄琴五音通論)』(1886), 칠현금 악보인 『휘금가곡보(徽琴歌曲譜)』(1893)에서 보인다.
노래 사설만 수록하고 있는 가집인 『가곡원류(국립국악원본)』(1872년)에는 여창 〈우락〉 마지막 부분에 실린 사설 중간에 붉게 ‘界’ 표시를 하여 이 부분부터 계면조로 변한다는 점을 나타냈는데, 당시까지만 하여도 이 곡은 〈우락〉의 하나로 분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환계락이 독립 악곡으로도 자주 불리면서 환계락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으로 보인다.
여창 환계락은 가곡의 기본 장단인 16박 장단으로 되어 있고, 1분 55박~60박의 빠르기이다. 환계락에 이어서 〈편수대엽〉을 부를 때는 제5장 끝부분에서 10박 장단으로 장단을 바꾸어 부를 수 있다. 이는 여창 〈계락〉에서 장단을 바꾸어 〈편수대엽〉으로 넘어가는 것과 동일하다. 환계락의 앞부분은 〈우락〉선율로, 뒷부분은 〈계락〉선율로 부르는데, 〈반엽〉처럼 속도가 변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환계락은 〈우락〉과 〈계락〉의 특징을 모두 보여주는 노래라 할 수 있다. 반주 음악은 거문고ㆍ가야금ㆍ세피리ㆍ대금ㆍ해금ㆍ장구 등의 악기가 각 한 명씩만 편성하여 연주하고, 여기에 양금이나 단소가 포함되기도 한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되며, 전주(前奏)인 대여음(大餘音)과 간주(間奏)인 중여음(中餘音)을 연주한다. 여창 환계락의 대여음은 남창 〈편락〉의 대여음을 사용한다. 남창 〈편락〉은 10박 장단의 편장단으로 부르는 노래이나 대여음은 16박 장단으로 연주한다.
○ 늘어난 노랫말의 처리 가곡은 기본적으로 45자 내외의 사설로 되어 있는 단형(短型)시조를 노래 부르는 성악곡이다. 이 단형시조에 사설을 좀 더 늘린 것을 중형(中型)시조라고 하며, 더 길게 늘리는 경우 장형(長型)시조라 하는데, 사설이 늘어나면 그에 맞게 선율도 늘어나게 된다. 이것을 ‘각(刻)이 늘어났다’고 표현한다. 중형시조를 주로 부르는 〈우락〉은 ‘각’이 주도적으로 늘어나는 노래인 데 반해, 〈계락〉은 대부분 각이 늘어나지 않은 곡이다. 따라서 환계락은 〈계락〉처럼 사설을 촘촘히 붙이는 특징과 〈우락〉처럼 각을 늘리는 특징을 모두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불리는 환계락은 총 네 곡이며 모두 중형시조를 얹어 노래한다. 이중 세 곡은 각을 늘리지 않고 사설을 촘촘히 붙여 부르고, “앞내나” 한 곡은 제3장에서 각이 늘어난 악곡이다.
여창가곡 환계락 “앞내나”
(초장) 앞내나 뒷내나 중에 (2장) 소 먹이는 아희놈들아 (3장) 앞내 옛 고기와 뒷내 옛 고기를 다 몰쏙 잡아다 내 다락기에 넣어주어드란 네 타고 가는 소등에 걸쳐다가 주렴 (4장) 우리도 (5장) 바삐가는 길이오매 전할동 말동 하여라
환계락은 가곡 한 바탕을 우조에서 계면조로 변조하기 위해 연주되는 노래이다. 〈계락〉의 ‘각’을 늘리지 않고 사설을 촘촘히 붙여 부르는 성격과 〈우락〉의 ‘각’을 늘리는 성격을 모두 지니고 있는 악곡이라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가곡: 국가무형문화재(1969) 가곡: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1989) 가곡: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2002) 가곡(여창):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2006) 가곡: 경상북도 무형문화재(2003) 가곡: 전라북도 무형문화재(2013) 가곡: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2010)
『가곡보감』 『가곡원류(국립국악원본)』 『서금가곡』 『현금오음통론』 『휘금가곡보』
김영운, 『가곡 연창형식의 역사적 전개양상』, 민속원, 2005. 김흥규 외 6인, 『고시조대전』,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12. 신경숙 외 5인, 『고시조 문헌 해제』,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12. 신경숙, 『19세기 가집의 전개』, 계명문화사, 1994. 김영운, 「여창가곡의 발전과정에 대한 고찰-19세기 악보의 여창 가곡을 중심으로」,『한국음악연구』29, 2001. 신혜선, 「『삼죽금보』 각(脚)을 통해 본 가곡 농ㆍ낙의 특징」, 한양대학교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9.
신혜선(申惠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