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소리에 속하는 악곡으로, 한시 「등악양루탄관산융마(登岳陽樓歎關山戎馬)」를 노래하는 〈율창(律昌)〉 또는 시창(詩唱)
관산융마(關山戎馬)는 서도 지역에서 불린 시창으로, 석북(石北) 신광수(申光洙, 1712~1775)가 1746년에 지은 한시 「등악양루탄관산융마」를 노랫말로 한다. 한시에다 한글로 토(吐)를 달아 부르는 형태로 서도 지방에서 애창되면서 널리 불리게 되었다. 일반적인 시창과 달리 선율과 발성, 호흡 면에서 수준 높은 기교와 예술성을 갖춘 음악으로 인정받는 악곡이다.
영조(1724~1776) 때 시인인 석북 신광수가 지은 공령시(功令詩)로, 한성시 과거시험에서 2등으로 급제하며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원제는 「등악양루탄관산융마」로, 당(唐)나라 시인 두보(杜甫, 712~770)의 「등악양루(登岳陽樓)」를 토대로 내용을 발전시켜 재구성하였다. 신광수의 『석북집(石北集)』 기록에 의하면, 1750년 평양 기생 모란이 처음으로 노래로 지어 불렀고, 이후 평양의 교방(敎坊)과 홍루계(紅樓界)에서 유행하게 되었다. 관산융마는 전국으로 퍼져 널리 불렸으며, 심지어 중국에도 알려졌다는 기록이 보인다.
○ 역사 변천 과정
1750년대 평양 기생 모란이 불러 유명해진 이후 1780년대에는 일지춘이라는 기생이 관산융마를 잘 부른 것으로 전해진다.
1800년대 관산융마를 부른 명창의 기록은 전해지지 않는다.
1900년대 초반 기성기생양성소(평양기생학교)에서 조모란, 김연옥, 이영산홍, 장학선, 김옥엽, 이진봉, 최섬홍 등이 김밀화주의 소리를 사사받았고, 박부용은 김칠성ㆍ유개동의 소리를, 이금옥, 홍소월, 정금도, 김옥희는 조선권번에서 양서진의 소리를 사사받았다.
1913년 김연옥과 조모란에 의해 일본축음기상회에서 처음 녹음되었고, 1920년대에는 최섬홍, 이영산홍 등이 녹음하였다. 1910년대에 유성기음반 녹음이 흔한 일이 아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20세기 초반 관산융마의 인기가 높았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후 대표적인 명창으로 장학선이 손꼽히며, 김정연, 오복녀의 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가곡의 명인 김월하의 소리도 절창으로 알려져 있는데, 김월하의 관산융마는 김정연ㆍ오복녀 등 서도소리 창자가 부른 관산융마에 비해 청이 낮고 시김새가 덜 쓰여 시조목에 가깝고 담백한 맛이 있다.
○ 음악적 특징 관산융마가 전국적으로 전파되어 불리게 되면서 지역 및 계층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불리게 되었다. 계층에 따라서는 문인들이 읊었던 문인창과 전문 예인 집단이 부른 예인창으로 구분되는데, 서도 시창 관산융마는 예인창에 해당한다. ‘sol-la-do-re-mi’의 5음 음계로 구성되며, 고음역에서 맑은 속청을 섞어 불러 음색의 변화를 준다. 가사 붙임새는 일자다음(一字多音)식으로, 의미 있는 단어는 짧게 이어 붙이고 끝 모음은 길게 꾸며내는 어단성장(語短聲長)의 창법을 사용한다. 일정한 리듬형이 없고 자유로운 선율로 구성된다. ○ 악기 편성 대금ㆍ단소 등 관악기 연주자가 노래 선율의 진행에 맞춰 반주한다.
관산융마의 원시는 7언 44구로 구성되지만, 대개 4구 또는 8구까지만 부른다.
원시 | 해석 | |
1단 | 추강(秋江)이 적막어룡냉(寂寞魚龍冷)허니인재서풍중선루(人在西風仲宣樓)를매화만국청모적(梅花萬國聽募笛)이요도죽잔년수백구(桃竹殘年隨白鷗)를오만낙조의함한(烏蠻落照倚檻恨)은직북병진하일휴(直北兵塵何日休)오춘화고국천루후(春花故國濺淚後)에하처강산(何處江山)이 비아수(非我愁)오신포세류곡강안(新蒲細柳曲江岸)이요옥로청풍기자주(玉露淸風虁子洲)를청포(靑袍)로 일상만리선(一上萬里船)하니동정여천파시추(洞庭如天波始秋)라. | 가을 강이 적막하고 물고기도 찬데쓸쓸한 가을바람에 한 나그네 중선루에 오르는구나황혼에 옛 소리 담은 피리 소리 들려오고지팡이 짚은 늙은 나그네 갈매기 따라 흐르네서쪽으로 지는 해 바라보며 난간에 기대어 생각하네북녘 땅 전쟁은 언제나 그칠런고고향 봄꽃에 눈물 뿌리고 떠난 뒤에어느 곳 강산이 근심 아니었나곡강(曲江)에는 가는 버들 강가에 늘어졌고기주(虁洲)에서는 이슬비에 시원한 바람도 맞았느니이제 청포(靑袍) 입고 만리선(萬里船)에 올라동정호에 이르니 물빛 하늘과 같아 물결이 가을을 알리는구나. |
관산융마는 시창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악곡이다. 일반적인 시창이 하나의 곡조에 여러 가지 한시를 넣어서 같은 방식으로 읊는 것에 비해, 관산융마는 선율이 정해져 있다. 시의 문학성도 뛰어나지만 선율과 발성ㆍ호흡 면에서 수준 높은 기교와 예술성을 갖춘 음악으로 인정받고 있다.
서도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9) 경기송서-송서ㆍ율창: 경기도 무형문화재(2011)
『석북시집』
김영운, 「시조와 시조창의 비교 연구」, 『한국전통음악연구』 6, 2005. 김인숙ㆍ김혜리, 『서도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9)』, 민속원, 2009. 김정연, 『서도소리대전집』, 경원각출판사, 1979. 이기현, 『석북신광수문학연구』, 보고사, 1996. 이창배, 『한국가창대계』, 홍인문화사, 1976.
이성초(李星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