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원곡(哀怨曲)
함경도 일대에서 불리던 유희요를 바탕으로 한 서도소리.
‘애원성(哀怨聲)’은 ‘슬프게 원망하는 소리’라는 뜻으로, 함경도에서 사람들이 모여 즐길 때 부르던 유희요로, <애원곡>이라고도 한다. 연희 형태로 연주될 때는 대개 퉁소와 북장단에 맞추어 수심가조(토리)로 부르며, 서도소리 전문가들이 무대에서 연주할 때는 보통 실내악 편성의 반주를 수반한다.
애원성은 함경도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 함경북도의 애원성은 일제강점기에 돈벌이 때문에 남편을 러시아로 떠나보내고 기다리는 여인들의 마음을 담아 불렀으며, 함경남도 북청의 애원성은 경복궁 중건 시 남편을 부역 차 한양으로 보낸 여인들의 심경을 담아 불렀다 한다.
○ 연행시기 및 장소
20세기 전반부터 일반인과 서도소리 전문가들이 모두 즐겨 불렀으며, 현재는 북청사자놀음 연행 시에도 연주된다. 또 서도소리이지만, 경기소리 전문가들에 의해서도 연주되고 있다. 그 외 <안주애원성>은 물레타령의 일종이며, 김옥심이 메나리조로 부른 <경북 선산애원성> 등이 있다.
○ 음악적 특징
통속민요 애원성은 후렴이 있는 유절형식이며, 대개 후렴은 합창으로, 본절은 독창으로 부른다. MBC 북한민요전집 『북녘땅 우리소리』의 토속민요 2곡은 모두 본절 뒤에만 입타령 ‘에-’를 붙이고, 독창으로 부른다. 임석재 채록본의 토속민요 애원성은 ‘에-’ 하는 1장단의 입타령으로 시작하고 끝내며, 독창으로 부르고, 퉁소 가락이 전주, 간주, 후주로 들어간다.
3분박 4박자(점사분의 4박자)인 굿거리장단 또는 타령장단에 맞추어 부르며, 붙임새는 일자다음식(一字多音式)과 일자일음식(一字一音式)이 섞여 있다. 본절과 후렴이 대체로 4장단으로 구성되나, 간혹 1장단이 늘어나거나 부분적으로 한 장단을 6박으로 늘여 부르기도 한다.
애원성은 구성음이 레(re)-미(mi)-솔(sol)-라(la)-도′(do′)이고, 핵음(핵이 되는 음)은 레(re)와 라(la)이며, 종지음은 레(re)인 수심가조로 부른다. 제3음 솔(sol)을 생략하는 경향이 있고, 위의 핵음 라(la)를 아래로 깊게 떨며, 간혹 솔(sol)을 위로 깊게 떨기도 한다. 두 핵음 바로 위의 음인 미(mi)와 도′(do′)에서 퇴성하는 경우도 있다.
임석재 채록본의 애원성은 본 가락을 레(re)로 종지 후 입타령 ‘에’를 라(la)로 한 장단 덧붙인다. 그리고 노래는 수심가조이나, 퉁소 가락은 창부타령조의 구성음인 솔(sol)-라(la)-도′(do′)-레′(re′)-미′(mi′)의 선율에 수심가조의 요소를 결합하여 연주한다.
애원성의 후렴은 라(la)에서 평으로 내며, 본절은 미′(mi′)에서 질러내거나, 후렴과 유사하게 평으로 낸다. 임석재 채록본의 본 노랫말은 모두 높은 레′(re′)에서 질러내어 점차 하행하며, 본 가락 앞뒤에 입타령 ‘에’를 라(la)에서 평으로 내어 덧붙이는 특징이 있다.
오늘날 통속민요로 불리는 애원성은 토속민요 애원성의 입타령 ‘에-’를 ‘에헤야’, ‘에헤헤’ 등으로 바꾸어 가락에 변화를 준 후, ‘얼싸 좋다 얼럴럴거리고 상사디야’라는 부분을 첨가하여 변주, 발전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애원성을 연희 형태로 연주할 때는 대개 퉁소와 북장단에 맞추어 부르고, 서도소리 전문가들이 무대에서 연주할 때는 보통 실내악 편성의 수성(隨聲)가락 반주에 맞추어 여럿이 입창으로 부른다. 이때 반주악기로는 가야금, 거문고, 대금, 피리, 해금, 아쟁, 장구 등이 주로 사용된다.
함경도 사람들의 일상과 삶의 애환을 표현한 내용으로, “삼팔선 수비벽”, “경복궁 지어라” 등의 노랫말에는 조선 말기와 일제 초기의 시대적 상황도 드러나 있다. 에- / 임진강 나루터에 / 소멕이는 목동아 / 오늘도 삼팔선에 / 수비벽이 섰더냐 / 에- / 에- / 경복궁 지어라 / 경이나 경복궁 지어라 / 삼각산 하에다가 / 경복궁 지어라 / 에- / 에- / 강촌 일월이 / 한수산인데 / 물만 푸르러도 / 고향 생각이라 / 에- / 에- / 부질령 역말게다 / 관마하방을 짓구야 / 본 냄편 죽으라고 / 고시원이로구나 / 에- / 에- / 백두산석은 / 마도진인데 / 두만강수는 / 음마무로다 / 에- / 에- / 우수라 경칩에 / 대동강수가 풀리고 / 정든 님 말삼에 / 요내 허리가 풀린다 / 에- / 에- / 해는야 오늘 보면 / 내일도 볼 거냐 / 임자는 오늘 보면 / 언제나 볼까 / 에- / 에- / 태산에 붙는 불은 / 만백성이나 끄고야 / 요 내 속에 붙는 불은 / 어느 누구가 끌까 / 에- / 에- / 믿지를 말아라 / 너무나 믿지를 말어라 / 밤 바꿔 늦는 사람 / 너무나 믿지를 마라 / 에- / 에- / 천리로구노라 / 이천리로구노라 / 임 계신 곧으는 / 수천리로구나 / 에- /
임석재, 『(임석재 채록)한국 구연 민요』, 민속원, 2004. 125~126쪽.
임석재에 따르면 본래 애원성은 연희에서 불리지 않았으나, 북청사자춤 연행 시 흥이 덜하여 애원성을 곁들여 부르자는 권유가 있었다고 한다. 이것에서 유래되어 사자춤 하기 전에 애원성을 먼저 부르는 것으로 굳어졌다고 전한다. 현재는 북청사자놀음에서 ‘애원성춤’이라는 새 춤을 만들어 애원성의 퉁소 가락과 북장단에 맞추어 연행하는데, 이는 북청 현지에서는 없던 것이며, 북청에서 군무로 추던 ‘넋두리춤’을 응용하여 만든 것이다. 함경도의 토속민요가 서도의 통속민요로 거듭나고, 또 북청사자놀이에도 가미되는 것은 전통의 창조적 계승이라는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원 유산의 전형성은 유지되는 선에서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북5도 무형유산 함경북도 제1호(2005)
임석재, 『(임석재 채록)한국 구연 민요』, 민속원, 2004. 김정희, 「민요 음조직론과 음조직명에 대한 제언」, 『한국민요학』 53, 2018. 서영숙, 「임석재 채록 민요의 기능별 분류와 사설의 특징」, 『구비문학연구』 27, 2008. 전경욱, 「함경도 민요 애원성 연구」, 『월산임동권박사송수기념논문집: 국어국문학편』, 1986. 이재원, 「북청사자놀이의 퉁소가락에 관한 연구」, 중앙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1. 국립국악원 국악아카이브(https://bit.ly/3wU1LoL)
김정희(金貞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