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작법시, 팔정도(八正道)를 기록한 팔각의 나무기둥인 백퇴를 중심으로 돌면서 깨닮음의 과정을 상징화한 춤
타주춤은 영산재, 수륙재, 생전예수재의 식당작법에서 연행되는 춤이다. 부처·부처의 가르침·불법승의 삼보(三寶) 그리고 시자(施者;주는 이), 수자(受者;받는 이), 시물(施物;공양물)의 공덕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며 공양을 찬탄하고 이를 통해 산자, 죽은 자 모두 열반으로 이르게 하는 의식무용이다.
불교에서 범패가 소리로 작법하는 것이라면, 무용은 몸짓으로 작법을 하는 것으로, 범패를 음성공양이라 하고, 의식무용 즉 작법은 신업공양이라고 한다. 한국불교전래와 전입된 범패와 같이 불교의식무용도 함께 유래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불교의식에서 범패와 작법은 불가분의 관계이고 또 범패에 따라 불교무용이 행해진 것으로 보아 작법도 범패의 기원과 같이 보아야 할 것이다. 작법무의 기원에 대해서는 첫째, 부처께서 영취산(靈鷲山)에서 『법화경』을 설할 때 천사색(天四色)의 채화를 내리니, 가섭(迦葉; 칠불중 여섯 번째 부처)이 이를 알아차리고 웃으며 북을 둥둥 치며 춤을 추었다는’ 『인천안목(人天眼目; 1357년(고려 공민왕 6)에 우리나라에 전래된 남송 시대의 불교서)』의 기록을 바탕으로 후세 승려들이 이를 모방하였다는 설이 있다. 둘째, 악신(樂神) 건달바(범어 Gandharva의 음역으로 제석천의 악신)가 영산회상(靈山會上; 영취산의 설법) 때 그 장엄하고 엄숙한 광경을 온갖 풍류와 춤으로 표현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셋째, 중국 위(위)나라의 조자건(曹子建, 192~232)이 천태산에 올랐을 때 범천(梵天)에서 오묘한 소리가 나서 보니, 때마침 연못에 놀던 고기떼가 소리에 맞추어 너울너울 춤을 추므로 이 소리를 모방하여 범패를 짓고, 그 모양을 본떠 작법을 만들었다는 설로, 범패를 어산(魚山)이라고 부르는 기원이 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의식무용 기원에는 왕생극락을 위한 염불수행에 기인한다는 설, 운수승(雲水僧;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곳으로 스승을 찾아서 도(道)를 물어 돌아다니는 승려, 탁발승)의 양성에 기인한다는 설이 있다. 작법무는 〈바라춤〉, 〈나비춤〉, 〈법고춤〉, 타주춤의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영산재 예능보유자 박송암(朴松巖, 1911-2000)의 경우 타주춤을 〈나비춤〉으로 분류하여 작법무 종류를 셋으로 나누기도 한다. 타주춤의 형태는 1887년 경국사 감로탱화(甘露幀畵)에 나타나며, 내용으로 볼 때 당시에도 식당작법에서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외 〈법고춤〉, 〈바라춤〉은 1580년(선조 13) 감로탱화(보물 제1239호)에서 찾아 볼 수 있고, 나비춤은 1801년(순조 1) 백천사 감로탱화에서 양손에 광쇠와 망치를 든 나비춤이 도상에 그려져 있다. 현재는 영산재 보존도량인 서울신촌 봉원사에서 전승되고 있으며, 매년 매년 6월 6일에 영산재를 봉행할 때 타주춤도 연행되고 있다.
타주춤은 스님들의 공양의식인 식당작법 중에 연행된다. 식당작법은 공양에 동참한 대중은 물론 온 우주 법계의 중생과 더불어 팔정도의 가르침과 공양을 계기로 시자와 수자가 모두 오상(五戒)을 얻어 급기야는 피안에 이르러 성불하기를 기원하는 의식이다. 야외 괘불단 앞에서 의식에 동참한 수십 명의 스님이 직사각형 형태로 둘러 앉아 공양하는 의식에서 진행되며, 45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43단계로 되어 있고, 그 중간에 타주춤이 연행된다.
타주의 윗면에는 일심이라고 쓰여 있고, 팔각형태의 나무기둥인 ‘백퇴(白槌)’에는 불교 수행에서의 여덟 가지 올바른 수행을 의미하는 팔정도의 내용이 흰색 종이에 쓰여 있다. 두 명의 승려가 백퇴 지주(支柱)를 ‘똑똑’을 두드린다 하여 ‘타주무’라 부르며, 차안의 세계(깨닫지 못한 세계)에서 열반의 세계로 나아가는 수행의 춤이다.
타주춤은 43단계 절차 가운데 총 14단계에 걸쳐 당좌의 경쇠소리와 금당좌의 광쇠소리에 맞춰 평염불과 함께 진행된다. 14단계 중 1~6단계까지 반주와 함께 연행되고, 7단계에서는 두 사람이 춤을 멈추고 반절을 올려 인사한 후 다시 8~14단계를 이어간다. 작법이 시작되면, 양 손에 타주채를 든 두 사람이 백퇴를 등지고 앉아 있다가 금당좌에서 광쇠를 세 번 울리면 평염불 소리에 맞춰 일어나 마주보고 우측으로 순례한다. 백퇴를 등진 채로 돌다가 돌아서서 좌우 세 번 타주채를 올린 후 팔정도를 마주보고, 우측으로 한 바퀴 돌면서 광쇠소리에 맞추어 마주본 후 백퇴를 세 번 ‘똑똑’ 친다. 이는 불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조금씩 그 이치를 점진적으로 깨달아 가는 것을 동작으로 나타내는 것이며 동시에 대중을 경각시킴을 의미한다. 이러한 동작이 반복되다가 팔정도‘지주’를 옆으로 넘어뜨린 후 춤이 끝난다. 이는 교의의 실천수행으로 끝나고 도(道)를 성취하였다는 뜻이다. 마칠 때도 금당좌의 광쇠를 세 번 울린다.
○ 주요 춤사위 주요 춤사위로는 백퇴를 중심으로 등지거나, 마주보고, 도는 동작과 타주채를 오른쪽, 왼쪽으로 올렸다가 오른쪽 어깨 위로 채를 올리는 동작이 있다.
타주춤에서 불리는 염불 곡목은 다음과 같다. ① 정수정건 ②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③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④ 처무상도 ⑤ 마하반야바라밀 ⑥ 삼덕육미 시불위승 범계인천 보동공양 ⑦ 공양소 합소-타주 채를 양손에 들고 서서 합장 반배. ⑧ 공백대중 단념무상 당동정진여구두연 신물방일 ⑨ 아차세발수 여천감로미 여아귀중 개령득포만 옴 마휴라세 사바하 ⑩ 처처간여호공 여련화 불착수 심청정 초어피계 수례무상존 ⑪ 금일 지극지정성 위천재자 모인영가 ⑫ 금일 지성위천재자 상세선망부모 다생사장 오족육친 각열위열명영가 ⑬ 금일 지극지정성 관수분향 설판재자 모인 각각등 보체 ⑭ 영출삼계
국가무형문화재(1973)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2009)
타주춤의 복식은 〈나비춤〉의 의상과 동일하며, 고깔을 쓰고 육수장삼과 육수가사를 착용한다. 육수는 앞으로 세 가닥, 뒤로 세 가닥의 여섯 가닥으로 불교의 육바라밀을 의미하고, 육수장삼과 육수가사 이 의상은 사바세계(괴로운 곳)에서 극락세계(좋은 곳)를 거쳐 열반의세계로 간다는 뜻을 담아 ‘법복’이라 일컫는다. 타주춤 장삼은 흰색으로 일반 장삼보다 소매가 길어 손이 안보이도록 감싸주며, 소매의 폭도 바닥에 끌릴 정도로 넓다. 착복을 할 때는 속에 입는 바지와 저고리도 백색을 입는 것이 원칙이나, 요즘에는 평상시 입는 회색 바지와 저고리를 깨끗이 손질하여 입기도 한다. 버선은 흰색 외씨버선을 신는다. 무구인 타주채는 90cm 정도 길이에 T자 형태의 나무 채를 사용한다.
식당작법에는 〈나비춤〉, 〈바라춤〉, 〈법고춤〉, 타주춤 등 네 종류의 작법무가 모두 연행되어, 대승불교사상인 일체 중생 모두 불성을 가지고 있고, 산자, 죽은 자가 모두 성불한다는 원융사상(圓融思想; 모든 사상을 분리시켜 고집하지 않고 더 높은 차원에서 하나로 엮는 교리통합론을 가리키는 불교교리)을 내포하고 있다. 타주춤에 이어서 진행되는 〈나비춤〉 '자귀의불작법(自歸依佛作法)'에서는 중생과 함께 하고 중생을 구제하고자 하는 사섭법(四攝法; 사람을 포섭하는 네 가지 방법)을 주 내용으로 하고, 마지막 43번째는 ‘성불하십시오’ 하는 축원으로 식당작법 의식이 마무리 된다. 이는 단순한 공양의식이 아닌 가무악을 통한 불교 최상의 가르침인 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을 목표로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 위로 보리를 추구하고 아래로 중생을 교화한다는 뜻으로, 보살의 수행 목표를 자리(自利)와 이타(利他)의 측면으로 표현한 불교교리)의 의미를 표출한 것이다.
김응기(법현), 『불교무용』, 운주출판사, 2002. 김응기(법현), 『영산재』, 운주출판사, 2019. 김응기(법현), 『불교무용감상』, 운주출판사, 2020.
(법현)김응기((法顯)金應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