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잡는소리, 멜후리는소리, 멸치그물당기는소리, 그물당기는소리, 후리소리
후리질로 멸치를 잡아 그물을 당길 때 부르는 소리
후리질은 모래밭이 발달한 바닷가에서 그물을 당겨 고기를 잡는 방법으로 멸치가 든 그물을 바닷가에서 잡아당길 때 부르는 노래를 멸치후리는소리라 한다. 동해안과 제주도에서 멸치후리는소리가 발달했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영향으로 멸치잡이가 성행하였으며, 후릿그물이 가장 중요한 어업 방식의 하나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이후 다양한 어업 기술과 도구의 발달로 후리질은 점차 사라졌고 현재는 일부 지역에서 바닷가에서 소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후리질은 후릿그물로 멸치를 가둬 바닷가로 끌고 나와 멸치를 퍼 담는 멸치잡이 방식이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남해안의 후리질은 바닷물이 빠졌을 때 그물을 설치했다가 물이 들었을 때 그물을 들어 올려 잡아당김으로써 물고기를 잡는 방식으로 이뤄지기도 하지만 동해안과 제주도에서는 배를 이용하여 그물을 놓고 멸치가 들면 그물을 바닷가 가까이 끌고 온 다음 사람들이 육지에서 그물을 당기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해안에서 그물을 당기기 위해서는 모래사장이 발달한 곳이라야 가능하다.
제주도에서 멸치를 잡을 때 당선과 망선이라는 두 척의 배를 타고 나가, 당선에서 멸치 떼가 어디에 있는지 봐서 지휘를 하면, 망선에서 그물을 둘러 쳐서 함께 멸치를 잡는다. 그물 안에 멸치가 들어오면 그물을 최대한 바닷가 가까이로 끌고 온 후 바닷가에 있던 사람들이 그물을 잡아 당겨 멸치를 퍼 담는 작업이 이어진다. 주로 모래밭이 널리 깔린 구좌읍 김녕리나 종달리 일대에서 멸치후리기가 성행했다. 제주도 방언으로는 〈멜후리는소리〉, 또는 〈멜후리는노래〉라 부른다. ○ 음악적 특징 그물을 해안가로 끌고 나오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이 필요했고 동시에 힘을 써서 당겨야 효율이 좋기 때문에 노래에 맞추어 작업을 하였다. 대체로 약간 느린 3소박 4박자로 시작하여 조금 빨라지며 한 장단을 메기고 한 장단을 받는 경우와 반 장단을 메기고 반 장단을 받는 경우가 있다. 지역에 따라 토리는 다양하게 사용되지만 동해안과 부산 지역에서는 메나리토리로 노래하며 제주도에서는 ‘도(do)-레(re)-미(mi)-솔(sol)-라(la)’의 음계로 노래한다. 멸치잡이가 일제강점기에 급성장하였고, 당시 일본으로부터 어업 기술들이 보급되었으므로 멸치잡이소리에 일본어 가사가 사용되거나 일본음악 특성이 섞이는 일이 더러 있다. ‘여싼자’·‘시매’·‘소나에’·‘사노에’와 같은 단어나 2소박 4박자의 박자 사용, 불분명한 토리 등에서 일본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받는소리) 어기여차 당겨주소 (메기는소리) 용왕님의 은덕으로 / 메러치1 풍년이 돌아왔네 산은 첩첩 천봉이요 / 물은 잔잔 백옥인데 우리 다대포 꽃이 피네 꽃피고 봄이 오니 / 메러치 풍년이 아닐소냐 푸릇푸릇 봄배추는 / 찬이슬 오기만 기다라고 남원옥중 춘향이는 / 이도령 오기만 기다린다 강동장비 유현덕은 / 조자룡 오기만 기다린다 다대포라 어부들은 / 메러치 오기만 기다린다 어젯날에 없던 메러치가 / 오늘날에 풍년일세 여보시오 어부네들 / 부귀영화 탐치마소 고대광실 부러마소 오막살이 단칸이라도 / 태평성대가 비친다네 부지런히 일을 해서 / 나라상납 하연후에 나라부강 하연 후에 / 태평성대를 누려보세 어기여차 당겨나 주소
부산 다대포 후리소리 - 부산역사문화대전(http://busan.grandculture.net/)
(받는소리) 엉허야 뒤야 (메기는소리) 엉허야 뒤야 / 어기여뒤여 방애여 동깨코2라근 등곱은 여3로 / 서깨코라근 소여콧들로 당선4에서 멜발5을 보고 / 망선6에서 후림을 노라7후리는 그물을 놓아라 닷배8에서 진을 재왕9 / 추안골10 사수안골11 궤긴12 농궹이와당13에 다 몰려 놓고 / 앞궤기랑 선진14을 놓고 뒷궤기랑 후진15을 노라 / 배에터위16 놈덜은 웃베리를17 실작 들르라 / 한불로 멜 나간다 그물코의 삼천코라도 / 베릿배가 주장이여 당선에 망선에 봉기를 꼽앙 / 공원제장18 부인덜은 밥주걱 심어근 춤을 춘다 / 우리 옛조상덜 단 일을 잊어불지 말아근 뒈살려 보자 / 멜은 날마다 하영 걸어다 놓고 큰은 비양도19 시집가고 / 샛은 가파도20 시집가고 은은 법환리21 시집보내 둰 / 우리두 늙은이만 이 멜 어떵 처단리 어기여뒤여 방애여
『한국 민요대전』-제주도편, 문화방송, 1991, 73~74쪽.
1) 멸치
2) 수심이 얕은곳에 드리워진 멸치잡이 그물의 한 부분을 ‘깨코’라 하며, ‘동깨코’는 동쪽의 ‘깨코’라는 뜻
3) 동김녕리 앞바다에 있는 여의 이름
4) 어로작업 때 지휘, 감독하는 배
5) 멸치가 떼지어 몰리는 것
6) 網船
7) 멸치
8) 닻배
9) 바닷속에 멸치추리는 그물을 드리우고 防陣網을 칠 것을 미리 작정해서 멜밭을보고
10) 추자도 근해(近海)
11) 사서도 근해(近海)
12) 고기는
13) 동김녕리 백사장 앞쪽의 바다이름
14) 先陣
15) 後陣
16) 배,떼
17) 멸치를 후릴때 그물의 앞쪽 코를 궤어 잡아당기는 동아줄
18) ‘그물접’이라는 멸치잡이계의 公員과 契長
19) 飛揚島(翰林邑)
20) 加波島(大靜邑)
21) 法還里, 지금의 행정구역상으로는西歸浦市 六倫洞
제주민요: 국가무형문화재(1989) 고성어로요: 강원도 무형문화재(2015) - 반암리 반바우 후리질소리 다대포 후리소리: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1987) 멸치후리는노래: 제주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1986)
멸치후리기 작업은 마을 사람들이 동원되어야 할 만큼 많은 인력이 필요했고, 제주도에서는 이를 위해 ‘그물접’이라 부르는 멸치잡이계가 운영되기도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해 일을 하는 과정에서 멸치후리는소리는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구호의 역할을 하였고, 힘든 일을 즐겁게 나눌 수 있는 정서 소통 도구였다.
김순제, 『한국의 뱃노래』, 호악사, 1982.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제주도편』, 문화방송, 1991. 김혜정, 「동부민요권 멸치잡이소리에 나타난 일본민요 수용 양상」, 『한국민요학』 58, 2020.
김혜정(金惠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