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춘향가》에서 이몽룡이 서울로 올라간 뒤 신관 사또가 요란스럽게 부임하는 대목
이몽룡과 춘향이 어쩔 수 없는 이별을 하고 남원 고을에는 새 수령이 부임한다. 새 수령이 부임하는 모습을 인물과 주변 환경 및 여정을 통해 묘사하는 대목이다. 소설의 시각에서는 극의 새로운 국면전환이 이루어지는 시점이다.
신관사또가 서울에서 남원으로 부임하는 것과 관련 있는 내용은 조선후기 고전소설 『춘향전』의 이본 중 하나인 『남원고사』에서 확인된다. 완판계열에서는 가마치레와 신연하인의 복색 치레가 중심이 되는 한편 경판계열에서는 신관사또의 노정기와 청도기사설이 중심이 되며 그 중 노정기가 변이되며 전승되어 왔다.
이 대목은 신관사또가 서울에서 남원으로 부임하는 장면을 노래하고 있다. 크게 신연의 행차와 오리정 당도, 두 부분으로 구분된다. 각 유파별로 대체로 유사한 사설과 선율이 나타나지만 그 구성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신연 맞어 내려온다(서두),” “경치 및 이동,” “급창의 생김새 및 지시,” “오리정 도착,” “간부들이 위엄을 나타내며 들어옴,” “남원 도착”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이상은 오늘날 각 유파별 춘향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선율은 우조적 특징으로 대표할 수 있다. 그러나 노래의 속도가 빠른 가운데, 권마성(마부들이 말을 몰면서 주고받던 소리)의 일부로서 호령성(예를 들면 “마부야~”하고 외치는 대목) 등이 등장한다. 장단은 대체로 자진모리로 시작하고 있으며, 사또 일행의 오리정 당도 이후인 ‘청도기’ 대목은 휘모리로 구성되어 있다. 자진모리 대목에는 유독 다양한 종류의 붙임새가 나타나 역동성이 부각되고 있다.
(자진모리) 신연맞이 내려올제 별연(別輦: 특별히 만든 수레) 맵시 장히 좋다 모란색임의 만자창 네 활개 쩍 벌려 일등 마부 유량달마(留糧達馬:양곡을 나르는 튼튼한말) 덩덩그렇게 실었다. 키 큰 사령 청장옷 뒷채잽이가 힘을 주어 별연 뒤 따렀네. 남대문 밖 썩 내달아 칠패팔패 청패(서울 남대문 밖의 동네이름) 배다리 아이야 고개를 넘겠구나 좌우산천을 둘러봐 화란춘성(花爛春城) 만화방창(萬化方暢) 버들잎 푸릇푸릇 양유청청(楊柳靑靑) 녹수진진(綠水津津) 만산화 경 좋은데 흐늘거리고 내려와 이방수배(吏房隨陪) 형리통인(刑吏通引) 급창나졸(及唱邏卒)이 옹위(擁衛) 하야 권마성(勸馬聲:귀인이 지나갈 때 아랫사람들이 외치는 소리) 벽제(酸除)소리 태고적 밝은 날의 요순적 닦은 길로 각차비시(各差備時)에 말을 타고 십리에 닿었네. 마부야 네말이 낫다말고 내 말이 좋다 말고 경마(擎馬:마부가 말탄 사람을 모시기 우해 잡는 고삐)손 잡아들고 챗질 척척 굽이러 일시마음을 놓지 말고 든든히 잘 오거라. 신연급창 거동보소 키크고 질(길)잘 걷고 맵씨있고 어여뿌고 영리한 저 급창 김제망건(金提網巾)의 대모관자(玳瑁貫子:거북등껍질로 만든 관자) 자주(紫舟) 당줄 달어서 가는 양태(洋太: 갓테두리) 평포립(平布笠) 갑사 갓끈을 넓게 달아 한입 지우러 비식차 전배 자전토수 포래동옷 방패철융 앞자락 맵씨있게 뒤로 돌쳐 잡어매 비단쌈지 전주머니 은장도 비씩차 누비바지 새 질보선 사날초신을 얽어신고 결백한 장유지(壯油紙) 초록대님에 거드러졌다 좌우급창이 청장줄 검쳐잡고 활개 훨훨 종종걸음치며 이 놈 저 놈 나지마라. 병방집사 거동보소 들 너른 벙거지 남일광단(藍日光緞)안 올려 날랠 용(勇)자 떡 붙여 둥글 짓 채공작미(彩孔雀尾) 북포 짓을 달아서 성성전(猩猩氈) 정도리 주먹같은 밀화주(蜜化珠) 양귀 밑에가 빛이나고 천은매기 검은 둥채(등책:藤策) 삼색 수건을 달아 바람결에 펄렁 소리 좋은 왕방울 걸음 따라서 웽기렁 쩡기렁 꼭두 부채짓은 햇빛에 번쩍번쩍 위엄을 도두그려 에이 찌루어 통인 한 쌍 착전립마상태(着氈笠馬上態) 그뿐이로다. 경기 충청도를 지나여 전라감영을 들어가 객사에 염문(廉問)허고 영문에 얼풋 다녀 노고바우에 중화(中火: 여행중의 점심)하고 오수역을 다다라 집사 나서 지경포(地境砲) 꿍. 별감일인 감색 일인 부검(簿檢)을 올리거날 골로 대령하라. 청파총(靑把總) 좌수별감 수교(手轎) 까지 후배(後陪)허고 병방집사 거동봐 외올망건을 주어맺어 흑관자 자주당줄 앞을 맺어 졸라매고 세모립 금파갓끈 호수입식(虎鬚笠飾:붉은 갓에 전후좌우에 꿩꼬리 같은 장식) 옳게 붙여 게알탕건을 바처써 진남항라(眞藍亢羅) 자락 철륭 진자주 대구띠에 전령패 비식차 흐늘거리고 내려와 일등명기 기생들 채의단장 책전립 쌍쌍히 말을 타고 쌍교앞에 타가는 거동 하릴없는 선녀라 일등공인 청철육 앞 뒤 마피 가디통 시석광침(失錫光釘) 용두 걸어서 북 장고 떡쿵쳐 해금 젓대 피리소리 영채(映彩)가 절로난다. 수성패하문(守城牌賀門)이라. (휘모리) 청도기(靑導旗)를 버렸난디 청도한쌍 홍문한쌍 청룡동남각 동북각 청호소(靑縞銷) 청도한쌍 주작남동각 남서각 홍호소 홍문한쌍 백호서북방 서남각 백호소 백문한쌍 현무북동각 서북각 흥호소 호통(胡統)한쌍 황신호미(黃神虎尾) 금고(金鼓)한쌍 영기 두쌍 좌관이 위엄 청중사면 집사한쌍 집회관이 두쌍 종로징 열두 쌍 죄마두기요 좌우네줄이라 둥쾡 촤르르르 고마중아 예이 ~ 수문돌이 종종허고 내민돌의 거침피어 무심코 딛나니라 정마손 잡아들고 챗질 척척 굼이러 일시 마음을 놓지 말고 든든히 잡어꺼라 후배사령 예이 금난장교(禁亂將校:금난패를 갖고 다니며 법을 어긴 사람을 잡아드리던 사령의 우두머리) 없느냐 앞뒤채비를 훨씬 치고 훤화(喧譁:매우시끄럽고 떠들석함)금치 못한단 말이냐 예라 이놈 대포수 방포일성(放砲一聲)하라 쿵-.
※ 가사는 김소희 창 《춘향가》(브리태니커)에서 인용.
극 중 변학도의 성격은 괴팍하며 호색한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새로 부임되는 고급 관리로서 위엄 있으면서도 맵씨 있는 행차 모습은 양자의 대비를 극대화한다고 볼 수 있다. 《춘향가》의 유교적 주제의식이 더욱 잘 드러나도록 포함된 극적 전환점의 역할을 수행하는 대목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강현영, 「춘향가 신연맞이 대목의 유파별 비교연구」 전북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9. 이지영, 「춘향전 ‘신관도임 대목’의 변이 양상 고찰」, 『판소리연구』 37, 판소리학회, 2014. 조성연, 「춘향가 중 〈신연(新延)맞이〉 대목 비교연구: 김창룡ㆍ정정렬ㆍ박봉술ㆍ성우향을 중심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3.
김유석(金裕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