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잿머리성황제(安山─城隍祭)
매년 10월 초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 잿머리성황당에서 경순왕(김부대왕)의 부인 홍씨부인과 장모 안씨부인을 주신으로 모시고 행하는 마을굿
잿머리성황제는 잿머리 마을 주민들이 안녕과 무병ㆍ풍년을 빌기 위하여 올리는 마을굿으로,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 산 76에 위치한 잿머리성황당에서 지낸다. 잿머리성황당에는 고려 때 송나라 사신으로 갔던 서희(徐熙, 942~998)와 관련된 설화가 전해진다. 잿머리성황제는 매년 10월 초 길일을 잡아 당주 무당과 안말ㆍ도란말ㆍ벌말 등 인근의 10여 개 마을 주민들이 함께 치르는 마을굿이다.
잿머리성황제의 유래는 잿머리성황당 관련 설화와 함께 이해할 수 있다. 고려 성종(982~997) 때 내부시랑 서희가 송나라 사신으로 가는 길에 폭풍우를 만나 갈 수가 없었다. 서희의 꿈에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김부대왕)의 부인 홍씨와 친정어머니 안씨의 혼령이 나타나 자신들이 원혼으로 떠돌고 있으니 자신들이 거처할 곳을 잡아주기를 청하였다. 서희는 그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사당을 짓고 제를 지내준 후 폭풍이 가라앉아 무사히 송나라 사신의 임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그 후 송을 왕래할 때마다 이 사당에서 지성을 드렸을 뿐 아니라, 어부들도 바다에 나갈 때면 당에 제물을 차려놓고 극진히 정성을 드린 것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잿머리성황당은 1966년 전국 단위의 마을 제당 조사 때 ‘성곡리 무들마을에 경순왕비를 모신 성황당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당시 성두산 꼭대기에 초가집으로 지은 당집이 있고, 인근에 신목이 있으며, 당집에 무신도도 있었다고 한다.
잿머리성황당에는 홍씨부인, 안씨부인, 김부대왕, 대신할머니, 칠성님, 서희장군, 관운장의 화상을 모셔놓았다. 김부대왕과 서희장군은 부수적인 신으로 좌정되어 있으며, 주신은 김부대왕의 부인 홍씨부인과 장모 안씨부인으로, 서낭기도 홍씨부인기, 안씨부인기 두 개이다. 홍씨부인과 안씨부인은 지역주민들에게 풍어와 뱃길의 안전을 지켜주는 마을신이자 수호신으로 모셔지고 있다.
성황당이 있는 성두산 주위에는 과거 ‘잿머리(골우물, 벌말, 안말, 도란말로 구성)’로 불리는 마을이 있었는데, 반월공단이 들어서면서 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 지금은 공장지대가 되었다. ‘성두산(城頭山)’이라는 지명에서 산성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며, 성황사가 중요한 곳에 위치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잿머리성황제는 단원구 성곡동 잿머리에서 전해오는 마을 공동 의례로, 매년 음력 10월 초순에 길한 날을 잡아 주변의 여러 마을이 참여하고 있다. 성황제라고는 하지만, 유교 형식의 제사가 아니라 당주 무당을 중심으로 하는 마을굿으로, 여무인 미지와 남무인 산이가 경기 남부 도당굿과는 차이가 있다. 잿머리성황제를 맡고 있는 당주 무당의 계보는 성곡동 김씨여성-윤박수-윤박수마나님(청자네엄마)-선부동 여성-김옥희(인천 만신)로 이어진다. 현재는 잿머리마을에 살았던 박금분이 당주 무당를 맡고 있으며, 성황당 관리도 함께 하고 있다. 당주는 성곡동민회 마을 분들이 선정하는데, 박금분(1940년생) 당주는 2022년 현재 잿머리성황제 당주를 40년 넘게 맡고 있다.
○ 연행 시기와 장소 잿머리성황제는 원래 1년에 두 번, 봄과 가을에 지내 왔다. 봄 성황제는 성황을 모시고 유가(遊街)를 돌고, 가을에는 햇곡식으로 시루를 준비하여 신곡맞이로 올렸다. 봄 성황제가 가을 성황제보다 규모가 훨씬 컸으며, 유가를 돌기 때문에 기간 또한 몇 달씩 걸리는 방대한 규모였다고 한다. 현재 봄 성황제는 전통이 끊어졌고, 가을 성황제는 1985년부터 안산시의 문화행사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가을 성황제는 음력 10월 초에 길일을 잡아 지냈다고 하나, 근래에는 음력 10월 1일에 지내고 있다. 성황당은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새로 지어지거나 고쳐 지어졌다가, 화재가 나서 슬레이트로 임시 건물을 지어 사용해 왔었다. 현재의 잿머리성황당은 1990년 회원들과 동민들로 구성된 잿머리성황당 복원 추진위원회에 의해 단청을 입힌 47.5㎡(14평) 크기의 콘크리트 기와집으로 다시 지어진 것이다. 잿머리성황당은 1991년 11월 2일 안산시 향토유적 제1호로 지정되었다. 이후 안산시에서 마당을 꾸미고 도로도 조성하였으며, 2018년에는 지역 유지들의 후원금에 안산시 지원금을 더해 약 116㎡(35평) 규모의 전수회관을 건립하였다. 전수회관은 사무실, 수라간, 창고, 화장실로 구성되어 있다. 성황제를 지내기 위한 준비는 전수회관에서 이루어진다.
성황제가 열리는 날이면 온 마을과 인근 주민들이 모여들어 굿판을 벌이고, 하루종일 마을의 안녕을 비는 의례와 놀이를 벌인다. 최근 잿머리성황제의 순서는 〈주당물림〉-〈부정〉-〈가망〉-〈본향노랫가락〉-〈진적〉-〈상산노랫가락〉-〈산바래기〉-〈성황님내모시기〉-〈유가〉-〈부군도당〉-〈진작〉-〈불사맞이〉-〈대안주거리〉-〈서낭대신〉-〈호구〉-〈창부〉-〈서낭 들여모시기〉-〈뒷전〉으로 이어진다. 굿의 절차는 현장 상황에 따라 다소 변화가 있어서, 예전에는 〈주당물림〉–〈부정–〈산바래기〉–〈성황님내모시기〉–〈유가〉–〈부군도당(사슬세우기)〉-〈진작〉–〈불사맞이〉–〈상산거리〉–〈별상거리〉–〈대감거리〉–〈서낭대신〉–〈호구〉–〈창부거리〉–〈서낭님들여모시기〉–〈뒷전〉의 순서로 진행되기도 하였다. 잿머리성황제의 굿거리는 시기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서울지역에서 마을굿으로 하는 《부군당굿》이나 《도당굿》의 거리와 공통점이 많다.
특히 유가에서는 고사반을 받아 농악대와 당주 무당이 축원을 하는 의례를 거행하는데, 외면적인 형식은 농악대가 치르지만, 서낭기가 머무는 집에서의 실제적인 의례는 굿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성황제에서 특이한 것은 삼현육각을 대동하고 줄광대를 불러 줄타기 놀음을 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면모는 경기 남부 《산이제 도당굿》의 한 측면을 잇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잿머리성황제의 보유단체인 성곡동민회 회원들은 성황제 때 진행되는 유가행렬을 위해 매월 1회 풍물 악기 연습을 한다. 유가행렬 때 연주하는 장단은 길가락, 춤가락, 자즌가락, 서낭님가락이다.
주민들이 치는 풍물과 함께 하는 유가 외에 경기민요와 풍물놀이 등이 부수적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잿머리성황제는 잿머리성황당에 서희 장군과 관련된 설화가 전해진다는 점에서 그 유래가 독특하다.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해안가에 위치한 잿머리는 과거 중국으로 가는 해로와 관련이 있어 서해안 일대의 여신숭배와 연결시킬 수 있는 단서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김부대왕과 관련한 신앙이 유래가 된다는 점에서 《시흥군자봉성황제》와 《안산우음도당제》와 상관성을 논할 수 있다. 잿머리성황제는 마을 농악대와 무녀가 함께 하는 공동 제의라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시흥군자봉성황제》 역시 마을 농악대와 무녀가 함께 하는 공동 제의이며, 잿머리성황제와 같이 유가를 크게 도는 전통이 있으므로 이를 유의해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잿머리성황제: 경기도 무형문화유산(2015)
국립문화재연구소, 『巫, 굿과 음식 2』, 국립문화재연구소, 2005. 김헌선, 『(경기도) 성황제』,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ㆍ민속원, 2015. 경기문화재단, 「경기도 무형문화재 정기조사 2022년 보고서」, 경기문화재단, 2022. 안산시 홈페이지(https://www.ansan.go.kr/) 안산문화원 홈페이지(www.ansanculture.or.kr/)
시지은(施知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