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고수 이명창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현재와 같은 개념으로 사용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1931년 잡지 『삼천리』에 실린 명창 송만갑의 자서전에서 “소리란 가객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명고수가 있어 같이 어울려주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판소리 전승 현장에서 고수의 역할이 보편적으로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로서 확인할 수 있는 ‘일고수 이명창’의 유래는 1940년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 기록된 내용이다. 저자는 고수 한성준을 소개하며 “아무리 명창 광대일지라도 고수의 한마치 장단에 그 성가를 올리고 내리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고수 이명창’이라는 말도 있고, 또 ‘수(雄)고수 암(雄)명창’이라는 말도 있다”고 하였다.
일고수 이명창은 판소리 무대에서 고수와 창자의 관계에서 고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이 외에도 ‘수고수 암명창’, ‘웅고수 자명창(雄鼓手雌名唱)’등의 말과 함께 통용되어 왔다. 이는 판소리를 연행함에 있어 고수의 역할은 창자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보형은 “가객이 부르는 소리의 생사맥(生死脈)에 따란 고수 또한 북장단 가락의 변화로 기경결해(起景結解)의 고법을 써야 하는데, 정해진 악보도 없고, 소리 또한 즉흥적인 요소가 있으므로, 고수는 소리의 생사맥을 미리 앞질러 옳게 판단하고 즉석에서 기민하게 가락을 짜서 이에 배합이 되는 고법을 연주해야 한다. 고수의 이러한 기능의 여하에 따라 가객의 소리가 죽고 산다 하여 예부터 일러 오는 말인즉 ‘일고수 이명창’이라 한다.”고 표현한다. 즉, 고수는 북을 칠 때 장단의 각(刻)을 바르게 쳐서 창자가 다양한 붙임으로 소리를 해도 각을 정확히 찾아서 박이 무너지지 않게 해야 한다. 또한, 여러 붙임새의 공간을 메꾸기도 하며, 창자의 소리와 언제든지 호흡을 같이해서 일체감을 가져야 한다. 이와 같은 고수의 기능을 수행하면 소리판은 판소리의 극적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로써 고수는 창자와 조화를 이루며 판소리의 예술이 실현된다.
그리고 고수는 창자의 북 반주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때로는 “얼씨구”, “좋다”, “으이”, “잘한다” 등의 추임새로 창자의 흥을 돋우어 주고, 창자가 좋은 소리를 할 수 있도록 지휘자의 역할도 수행한다. 창자가 아니리를 구사할 때 상대역을 맡아주기도 하며, 청중을 대변해 주기도 한다. 또한 북 가락을 통해 소리의 장면을 한층 더 극대화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고수는 다양한 임무를 통해 소리판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일고수 이명창은 소리판에서 고수의 중요한 역할을 강조하는 용어이다. 고수는 소리판에서 창자와 조화를 이루며 함께 이루어나갈 때 그 판은 비로소 판소리 예술이 관철된다.
정노식, 『조선창극사』, 조선일보사출판부, 1940.
정병욱, 『한국의 판소리』, 신구문화사, 1999.
최동현, 『판소리 이야기』, 작가, 2001.
송만갑, 「자서전」, 『삼천리』 제14호 1931.4.
이보형, 「호남지방(湖南地方) 토속(土俗) 예능조사(藝能調査) 판소리 고법(鼓法) (I)」, 『문화재』 10, 1976.
서정민(徐玎旻),송혜진(宋惠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