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회상(靈山會相)》과 가곡(歌曲) 등을 수록한, 1919년경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거문고 악보
편찬자 미상의 『학포금보(學圃琴譜)』는 《영산회상》 9곡, 《보허자(步虛子)》 계열 2곡, 가곡 14곡 및 ‘가곡수성조(歌曲隨聲調)’를 담은 거문고 악보로, ‘농(弄)・낙(樂)・편(編)’ 계열 가곡을 ‘소가곡(小歌曲)’이라 칭하고 있다. 정간 없이 한글 육보(肉譜)로 표기하였다.
○ 체재 및 규격
세로 23cm, 가로 15.5cm, 필사본 1책 71장
○ 소장처
이혜구가 소장했던 악보로, 장사훈도 이와 비슷한 『현금보(玄琴譜)』를 소장한 바 있었다.
○ 편찬연대 및 편저자 사항
수록 악곡의 구성상 1919년경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된다. 편찬자는 미상이나 악보 안에 찍혀 있는 ‘학포(學圃)’라는 낙관이 편찬자와 연관되었으리라 짐작된다.
○ 구성 및 내용
이 악보의 표지에는 『현금보(玄琴譜)』라고 표기되어 있으나, 악보 안에 ‘학포(學圃)’라는 낙관이 찍혀 있으므로 다른 금보와 구분하기 위해 『학포금보(學圃琴譜)』 라고 칭한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현학금보략(玄鶴琴譜畧)
현금식(玄琴式)
고금범례(鼓琴凡例)
안법(按法)
양식척(量息尺)
아악(雅樂)
속악(俗樂)
평조범십체(平調凡十體)
격양두고법(擊兩頭鼓法)
단소보(短簫譜)
괘금(棵琴)
가곡장단(歌曲長短)
조현법
계면조음
〈대령산〉
〈중령산〉
〈세령산〉
괘금
가곡장단
조현법
우조조음
계면조음
대령산
중령산
세령산
가락환입
삼현환입
하현
계면
세환입
본환입
염불
타령
군악
권마성
흥치조
타령중요
군악이장
본환입삼장
우조 초삭대엽
이삭
중거
평거
두거
삼삭
소용이
반엽
계면 초삭대엽
이삭
중거
평거
두거
삼삭
又쇠
소가곡 언롱
롱
환계락
계락
우락
언락
편락
편
가곡 수성조(농북두칠성삼장, 농오장회우락성, 환계락전계나후계나중의삼장, 언락벽사창이, 언락별사장, 언락벽사창오장, 우락 만경창파지수삼장, 우락별사장, 우락바람은지동치듯불고삼장, 편락봉황대상석인이승삼장, 편락송하어이구분길노삼장, 언편한송정자진솔초장, 우삼장, 우한송정오장, 우락말이괘지성 여창즉이상음지, 편오날도삼장, 우오날도오장, 편낙양성리방춘화시절삼장, 편진국명산삼장, 언락하성초장, 농삼장혹여차, 농각고저수성용지, 又, 又, 又중각, 우락각언락통용, 又, 又, 又, 又반각, 又, 편락각, 又, 又반각, 又, 편각본, 又, 又, 又, 又, 又, 又반각, 우락각)
각표(角票)
여민락
현학금보서
우조장다사음
계면다사음
우초중대엽
우삼중대엽
우중계이중엽
북전
단소보
목차는 크게 해설과 악보의 두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해설의 주일무의 무무요(鐃)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현학금보략(玄鶴琴譜畧): 거문고의 유래에 대한 설명으로 『삼국사기』 내용과 유사
현금식(玄琴式): 거문고의 모양에 대한 설명
고금범례(鼓琴凡例): 술대를 잡는 방법에 대한 설명
안법(按法): 왼손으로 줄을 짚는 방법 및 구음에 대한 설명
양식척(量息尺): 맥박, 호흡, 매화점장단에 대한 설명
아악(雅樂), 속악(俗樂): 아악과 속악의 각 조에 대한 기록
평조범십체(平調凡十體): 동물의 움직임으로 표현한 거문고 주법 설명
격양두고법(擊兩頭鼓法): 장구의 부호, 구음, 연주법에 대한 설명
단소보(短簫譜): 단소의 지공과 주법에 따른 구음을 설명
괘금(棵琴): 『현금오음통론』 의 「금도」, 「율식」과 동일
가곡장단(歌曲長短):『현금오음통론』 의 「매화점장단」과 동일
각표(角票): <언롱>, <언락>, <우락>, <농>, <편>의 사설에 따른 각 수 기록
해설에서 특징적인 사항은 동물의 움직임으로 거문고 주법을 설명한 「평조범십체(平調凡十體)」가 있다는 점, 사설의 확대가 나타난 소가곡 계열에서 늘어난 각(刻) 수를 기록한 「각표(角票)」가 있다는 점 등이다. 또한 거문고 외에도 「격양두고법(擊兩頭鼓法)」과 「단소보(短簫譜)」를 통해 장구, 단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악보에는 우조와 계면조의 조음(調音), 《영산회상》 9곡, 《보허자》 계열 2곡, 가곡 14곡이 있다. 특이한 것은 ‘흥치조’라는 제목 아래에 〈중령산〉, 〈타령〉, 〈군악〉, 〈본환입〉의 짧은 가락이 더 들어가 있고, 가곡도 ‘수성조(隨聲調)’라 하여 가사에 따라 가변적으로 활용되는 선율을 수록하였다. 또한 ‘소가곡(小歌曲)’이라는 명칭이 최초로 수록되며 〈언롱〉, 〈환계락〉, 〈계락〉, 〈우락〉, 〈언락〉, 〈편락〉, 〈편〉의 7곡을 분류해 놓았다. 악보의 내용은 대체로 이주환(李珠煥) 소장의 『현금보』와 유사하고, 선율은 『방산한씨금보』의 가락과 비슷하여 동시대에 편찬된 악보임을 알 수 있다. 악보는 정간 없이 거문고 한글 육보(肉譜)를 세로 형태로 기록하였는데, 가곡보의 경우 육보(肉譜) 우측에 양점과 음점으로 장구 장단을 표기하였다. 악보 끝부분에 ‘현학금보’의 명칭으로 고조(古調)인 〈우조장다사음〉, 〈우초중대엽〉, 〈우삼중대엽〉, 〈우중계이중엽〉, 〈북전(北殿)〉 등을 수파보로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학포금보』는 별가락(가곡수성조)을 다수 수록하여 당대 가곡의 가변적 선율 활용 방식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른 고악보들과 차별화된다. 아울러 《영산회상》 9곡이 모두 수록되어 있어 조선 후기에서 일제강점기로 이어지는 풍류방 음악의 전승 과정을 파악할 수 있으며, ‘소가곡’이라는 명칭이 최초로 등장하여 농, 낙, 편 계열 가곡을 별도의 범주로 인식한 시각을 드러낸다. 더불어 거문고뿐만 아니라 장구와 단소의 연주법까지 함께 담고 있어 당대 연주 실천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악보는 일제강점기 풍류방의 음악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서 의의가 있다.
『방산한씨금보』 『학포금보』 강명관 외, 『역주 고악보 2』, 민속원, 2021. 국립국악원, 『한국음악학자료총서』 16, 국립국악원, 1984. 이동복, 『한국 고악보 연구』, 민속원, 2009. 이동희, 『고악보에 수록된 ‘낙(樂)’ 계열 가곡의 변천』, 민속원, 2023.
이동희(李東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