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북, 백(白)북
북의 종류는 용도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뉜다. 그중 소리북은 판소리에서 장단을 맞추는 고수가 사용하는 북으로, 북통은 소나무를 사용하며, 양면에는 소가죽을 대고 놋쇠 못을 박는다.
소리북을 판소리에서 언제부터 사용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남부지방에서는 주로 북의 외부에 아무런 그림이나 단청을 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백북을 많이 썼고, 중부지방에서는 북의 가죽면에 태극과 용을 단청으로 그려 넣은 단청(丹靑)북을 많이 썼다고 하는데, 현재는 지역에 관계없이 백북이 주로 사용된다.
○ 구조와 형태
소리북은 북통의 지름이 38cm, 폭은 27cm 정도이며, 가죽을 북통에 못으로 단단하게 고정하고 북통에도 가죽을 씌운다.북통은 나무 재질을 그대로 노출시키거나 광택을 내기 위하여 간단한 칠만 한다.
○ 구음과 표기법
소리북의 구음
합/덩(): 손으로 궁편을 치고, 북채로 채편을 함께 치되 궁편이 약간 앞서 때린다.
척(): 북채로 대점을 강하게 침과 동시에 손으로 궁편을 쳐 북면에 붙여 소리를 막아준다.
딱(): 북채로 대점을 치거나, 혹은 소점이나 매화점을 친다.
궁(): 손으로 궁편을 친다.
구궁(): 손으로 궁편을 약하게 한번 친 후 세게 한번 더 친다.
굽/국(): 손으로 궁편을 소리가 나게 막아 친다.
따닥(): 북채로 매화점이나 소점을 약하게 두 번 친다.
따드락(): 북채로 매화점이나 소점을 세 번 굴려 친다.
다구궁(): 북채로 채편의 가죽면을 친 후 곧이어 겹궁을 친다.
○ 연주방법과 기법
고수는 보통 소리를 하는 창자의 왼쪽 옆에 앉아 북을 앞에 놓고 앉는다. 연주자가 오른손 잡이일 경우, 북을 왼편으로 약간 당겨 놓고 왼손 엄지를 북의 궁편(왼편 가죽) 꼭대기에 얹어 놓고 손바닥을 펴서 엄지와 나머지 손가락들이 직각을 이루도록 하여 궁편 가죽을 친다. 이때 궁편을 치는 손을 궁손(뒷손)이라고 한다. 오른손에 북채를 쥐고 오른편 가죽과 북통을 치는데, 채를 잡는 손을 채손이라 한다. 북통의 맨 꼭대기 가운데 자리인 온각자리(대점자리), 온각자리에서 고수가 앉은 쪽으로 약간 내려온 위치를 반각자리(소점자리), 북통의 꼭대기 오른편 단두침 옆 가죽을 댄 자리인 매화점(梅花點)자리, 오른쪽 북면의 한 가운데 채궁자리를 때에 따라 구분하여 연주한다. 내고(起), 달고(景), 맺고(結), 푸는(解) 북가락의 기본 구조에서, 맺을 때 온각자리를 채로 세게 내려치고, 반각자리는 약박에 치며, 매화점자리는 소리를 달고 갈 때 채로 굴려 치고, 채궁자리는 장단의 첫 시작인 합장단에 친다. 소리북은 단순해 보이지만, 채편과 궁편, 온각과 반각 등을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다양한 음색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
○ 연주악곡
전통 판소리 다섯 바탕인 <춘향가>, <흥보가>,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는 물론 판소리 단가와 창작 판소리에서 고수가 장단을 맞추는 데 쓰인다.
○ 제작 및 관리 방법
나무로 만든 북통에 가죽을 씌워 만든다. 좋은 소리가 나도록 소가죽의 기름을 빼고 안을 깎아내고, 너무 딱딱한 소리가 나지 않게 속에 종이나 헝겊을 바른 다음 가죽을 씌우고, 단두침을 박아 고정한다.
북의 소리를 결정하는 요건은 첫째 가죽의 두께와 장력이고, 두 번째는 가죽을 손질하는 방법이며, 셋째는 가죽을 얼마나 늘여서 고정시켰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북소리가 튀거나 고음이 나는 경우에는 가죽을 자주 두드려주거나 북통을 뉘어놓고 양쪽을 고루 밟아서 가죽을 늘려주어야 한다. 반대로 가죽이 너무 늘어져 있어도 장력이 떨어져 소리가 잘 나지 않기 때문에 습기가 없는 쾌적한 곳에 북을 보관해야 한다. 또한 습도가 높은 비오는 날시에는 가죽이 습기를 빨아들여 제대로 소리가 나지 않으므로, 가죽을 따뜻하게 하여 습기를 제거해 주거나 바람 부는 서늘한 곳에서 습기를 제거한 후 사용해야 한다.
북채는 도장나무나 박달나무 혹은 탱자나무를 사용하여 만든다.
고수의 북가락 운용은 매우 다양하므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고법의 체계 혹은 원리를 정립하는 작업은 매우 어렵다. 고수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사항은 장단의 ‘한배’를 맞추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소리꾼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특히 진양조장단과 같이 느린 장단에서는 절대박을 지키기보다 소리꾼이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장단을 늘이거나 당겨야 할 경우가 있으므로, 고수는 이때 소리꾼의 호흡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북반주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고, 달고, 맺고, 푸는 원리에서와 같이, 소리에는 단락이 있어서 시작과 절정, 이완의 구조가 있고, 북가락도 그에 따라 변화를 주어 연주해야 한다. 또한 ‘여백’과 ‘채움’이라는 관점에서, 북가락은 여백으로만 일관할 수도 없으며, 지나치게 잔가락을 많이 활용하여 창자의 소리가 장단에 묻히게 하지도 않아야 한다. 고수의 북가락에 대한 연구가 최근에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고수 개인이 추구하는 미학에 따라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 판소리에서 고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여 ‘일고수 이명창’이라는 말도 있는데, 고수의 역량에 따라 소리판의 운용이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고수는 북으로 박을 짚어주며 창자의 소리를 이끌고, 추임새로 흥을 북돋우며, 때로는 창자와 재담을 주고 받으며 상대역을 담당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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