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자진한잎, 소삭대엽(小數大葉), 조임(또는 조림, 調臨), 촉대엽(促大葉)
만년장환지곡(萬年長歡之曲), 중선회(衆仙會)
전통 성악곡의 한 갈래인 여창가곡에 속하는 노래로, 초장 처음을 높이 들어 부르는 곡
여창가곡 중 한 곡으로, 초장 처음을 높이 들어 부른다고 해서 ‘두거(頭擧)’라는 이름이 붙었다. 빠르기도 앞의 곡들보다 자못 빨라지므로 〈존자진한잎〉ㆍ〈소삭대엽(小數大葉)〉ㆍ〈촉대엽(促大葉)〉이라고도 한다. 두거는 〈이수대엽(二數大葉)〉을 변주한 곡으로, 우조 두거와 계면조 두거가 있다. 여창가곡 열다섯 곡 전부를 이어 부를 때, 우조 두거는 우조 〈평거(平擧)〉에 이어 네 번째 곡으로 부르고 그 다음은 〈반엽(半葉)〉이 이어진다. 계면조 두거는 계면조 〈평거〉에 이어 아홉 번째로 부르고 그 다음은 〈평롱(平弄)〉을 부른다.
가곡 중 〈이수대엽〉의 시작 선율을 높여 부르는 ‘~거(擧)’ 계열의 노래들은 늦어도 18세기부터 있어 왔지만, 여창으로 부르는 것이 악보상 확인되는 것은 19세기 중엽부터이다. 여창가곡이 처음 수록된 악보집인 『삼죽금보(三竹琴譜)』(1841)에 오늘날의 두거에 해당하는 〈우조조임(羽調調臨)〉과 〈계면조임(界面調臨)〉이 실렸다. 〈우조조임〉은 거문고 선율의 2장 시작 부분 왼쪽에 ‘여(女)’라고 적고, 남창과 다르게 연주하는 부분을 붉은 글씨로 기보하였다. 〈계면조임〉에도 2장에 ‘여’라고 표시하고, 음악은 남창과 다른 별도의 선율을 기보하였다.
두거라는 곡명으로는 『현금오음통론(玄琴五音統論)』(1886)에 처음 모습을 보인다.
○ 역사 변천 과정
『휘금가곡보(徽琴歌曲譜)』(1893)는 〈촉대엽 존자즌한닙〉이라는 곡명 아래 남창 두거를 수록하고, 이어서 여창 두거에 해당되는 〈촉대엽 여창〉 초장~제3장을 별도로 수록하였다.
『방산한씨금보(芳山韓氏琴譜)』(1916)는 이 곡을 〈소삭대엽〉이라고 썼다. 가집(歌集) 중 『가곡원류(歌曲源流)』(1872)는 〈존자즌한닙〉이라는 곡명으로 우조 두거와 계면조 두거의 노랫말들을 수록하였다.
현재의 여창가곡은 대부분 하규일(河圭一, 1867~1937)을 통해 전승되었으며, 두거의 악곡으로는 우조에 일곱 곡, 계면조에 여섯 곡이 있다. ○ 음악적 특징 여창 두거는 〈이수대엽〉과 선율이 전체적으로 비슷하나, 초장 처음을 높은 음으로 들어 부른다. 요성(搖聲)을 많이 쓰면서 가늘고 여린 속소리를 사용하는 여창 특유의 창법이 잘 살아있다. 두거에는 우조와 계면조의 두 악조가 있다. 가곡의 ‘우조’는 ‘우조평조(羽調平調)’의 준말, 즉 황종궁 평조선법에 해당하는데, 오늘날 가곡은 낮은 평조평조(平調平調, 탁임종궁 평조선법)는 없고 높은 우조평조로만 부르므로, 가곡에서 ‘우조’와 ‘평조’는 같은 말이 되었다. 우조 두거의 음계는 황(黃:E♭4)ㆍ태(太:F4)ㆍ중(仲:A♭4)ㆍ임(林:B♭4)ㆍ남(南:C5) 의 5음 음계 황종 평조이고, 계면조 두거는 황(黃:E♭4)ㆍ중(仲:A♭4)ㆍ임(林:B♭4) 의 3음이 골격을 이룬다. 장단은 가곡의 기본 장단인 16박 장단이다. 가곡은 거문고ㆍ가야금ㆍ세피리ㆍ대금ㆍ해금ㆍ양금ㆍ단소ㆍ장구 등 관현악 편성의 악기를 단재비로 구성하여 반주한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되며, 전주(前奏)인 대여음(大餘音)에 이어 초장, 제2장, 제3장을 부르고, 짧은 간주(間奏)인 중여음(中餘音)에 이어 제4장과 제5장을 마저 부른다. 대여음은 본래 노래가 다 끝난 뒤 연주하는 후주(後奏)였으나, 오늘날 가곡에서는 전주로서 연주된다.가곡의 가사붙임새는 ‘어단성장(語短聲長)’이라 하여, 실사(實辭)에 해당하는 낱말을 촘촘히 붙이고 조사 등 허사(虛辭)를 길게 끄는 것이 특징이다. ‘ㅐ’나 ‘ㅔ’등의 중모음(重母音)을 ‘아이’, ‘어이’ 등 단모음(單母音)으로 풀어 발음하는 것은 가곡 갈래가 성립한 조선 중기 국어 발음의 잔영으로 보인다.
⋅우조 두거 “일각이” (초장) 일각(一刻)이 삼추(三秋)라 하니 (2장) 열흘이면 몇 삼추요 (3장) 제 마음 즐겁거니 남의 시름 생각하랴 (4장) 천 리(千里)에 (5장) 임 이별하고 잠 못 일워 하노라. ⋅계면조 두거 “임술지추” (초장) 임술지추(壬戌之秋) 칠월 기망(七月旣望)에 (2장) 배를 타고 금릉(金陵)에 나려 (3장) 손조 고기 낚아 고기 주고 술을 사니 (4장) 지금에 (5장) 소동파(蘇東坡) 없으니 놀 이 적어 하노라.
두거는 〈중거(中擧)〉 및 〈평거(平擧)〉와 함께 ‘~거’ 계열의 노래에 속하며, 〈이수대엽〉의 선율 일부를 높게 변주하여 파생곡을 만들어 낸 초기 변화 모습을 보여 준다. 두거를 포함한 가곡은 신라 향가와 고려가요의 맥을 이은 우리나라 고유의 성악갈래이며, 전통사회 상류층의 미의식과 문화를 간직한 정가(正歌)로서 국가 및 지방별 무형유산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가곡: 국가무형문화재(1969) 가곡: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1989) 가곡: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2002) 가곡(여창):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2006) 가곡: 경상북도 무형문화재(2003) 가곡: 전라북도 무형문화재(2013) 가곡: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2010)
『가곡원류』 『방산한씨금보』 『삼죽금보』 『현금오음통론』 『휘금가곡보』
김기수, 『여창 가곡 여든여덜 닢』, 은하출판사, 1980. 김영운, 『가곡 연창형식의 역사적 전개양상』, 민속원, 2005. 김영운, 『가곡』, 민속원, 2009. 장사훈, 『최신 국악총론』, 세광음악출판사, 1985. 신경숙, 「여창가곡의 음악문헌과 역사적 전개」, 『한국음악사학보』 15, 1995.
한영숙(韓英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