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아리랑〉과 〈정선아리랑〉의 음악적 요소를 바탕으로 하여 일제강점기에 새롭게 만든 민요
한오백년은 일제강점기에 강원도 향토민요 〈자진아라리〉를 통속민요화한 〈강원도아리랑〉과 강원도 향토민요 〈정선아리랑〉의 음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한오백년 사자는데 웬 성화요”라는 후렴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오백년은 일제강점기에 강원도지역에 근거를 두는 몇 가지 아리랑을 가지고 만들었다고 하며, 어떤 곡에서 유래했는가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의견이 있다. 먼저 강원도 〈긴아라리〉의 곡조에 〈아리랑세상〉의 사설을 따온 민요로 보는 경우가 있고, 다른 하나는 〈강원도아리랑〉과 〈정선아리랑〉의 특징적인 요소를 취한 다음 새로운 요소를 가미하여 만든 민요라는 것이다. 음악적 특징 면에서 한오백년은 〈강원도아리랑〉과 〈정선아리랑〉의 혼합적 요소를 보여주므로 후자의 경우가 설득력을 가진다.
한오백년은 강원도 향토민요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으나 통속민요적인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강원도지역에서 불렸다기보다 일제강점기에 서울ㆍ경기지역에서 주로 향유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오백년과 관련된 일제강점기 자료에는 김난홍(金蘭紅)에 의해 녹음되어 1937년에 발매된 유성기음반(빅타KJ1139)이 확인된다.
이외에 유성기음반이나 경성방송국 국악방송곡목에서는 한오백년의 곡목을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일제 강점기에는 대중적인 유행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광복 이후에는 대중가요 가수들에 의해 불리게 되는데 특히 조용필(趙容弼, 1950~)이 부르면서 크게 유행하게 되었다. 음악적으로 한오백년은 강원도 향토민요인 〈정선긴아리랑〉의 3소박 3박자 리듬 구조와 본절 및 후절을 각각 8마디로 구성하는 형식 등이 동일하고, 〈강원도아리랑〉과는 미 음으로 반종지하고 라 음으로 종지하는 점, 후렴의 둘째 마디가 첫째 마디보다 4도 높게 시작하는 점 등이 같다. 선율은 전형적인 메나리토리이고 3소박 3박자를 기준으로 각 절이나 후렴은 8마디씩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한오백년은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의 후렴을 부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해당 후렴은 원래부터 후렴으로 불린 것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 유행하던 〈아리랑세상〉이나 〈별조아리랑〉 등의 본사설에 불리던 것을 후렴으로 활용한 것이다. 따라서 기존 아리랑소리를 본떠서 만들었으나 후렴에 ‘아리랑’이 들어가지 않는 특징을 가진다. 후렴의 특수성 외에도 한오백년의 음악은 향토민요에서 흔히 보이는 즉흥적 변화가 거의 없는데 이를 통해 일제 강점기 당시 새롭게 창작된 신민요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후렴)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 한오백년을 사자는데 웬 성화요 백사장 모래밭에 칠성단 놓고 / 임 생겨 달라고 비나이다 한많은 이세상 냉정한 세상 / 동정심 없어서 나는 못 살겠네 꽃답든 내 청춘 절로 늙어 / 남은 반생을 어느 곳에 뜻 붙일까 푸른 하늘에는 종달새나 우지만 / 아가씨 마음을 뉘라서 알고 산속에 자규(子規)는 무심히 울어도 / 처량한 회포를 말하여 주노라
성경린ㆍ장사훈, 『조선의 민요』, 1949, 219~220쪽.
한오백년은 강원도 지역 음악 어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사설 및 선율, 후렴 등에 새로운 요소가 드러나는 신민요이다.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지고 유행되었으며 광복 이후 대중가요 가수에 의해 불리게 되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었으므로 강원도 향토민요를 활용한 통속화 및 대중화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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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은(鄭諝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