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향피리 둘, 대금, 해금, 장구, 북의 여섯 악기로 이루어지는 악기 편성, 또는 이러한 편성으로 연주하는 음악
삼현육각은 향피리 둘, 대금, 해금, 장구, 북의 편성을 이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그 중 일부를 제외하여 축소된 형태로 편성하거나 또는 향피리, 대금, 해금의 수를 늘려 편성하기도 한다. 그밖에 아쟁, 퉁소 등을 편성하는 경우도 있다. 삼현육각은 한국 전통 사회에서 무용 반주 음악, 행진음악, 궁중의 연회나 민간의 잔치 음악, 굿과 같은 민간 의례나 가면극, 줄타기 등 연희의 반주 음악으로 연주되었고, 오늘날에는 감상용 기악곡으로도 연주되고 있다.
삼현육각이라는 용어 중 삼현(三絃)은 통일신라시대에 가야금, 거문고, 향비파 세 개의 현악기를 의미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삼현은 궁중에 소속된 악공(樂工) 및 민간의 악사들과 같이 전문 음악가가 연주하는 기악 편성을 지칭하게 되었으며 삼현육각(三絃六角)이라는 용어도 사용하게 되었다. 1636년 일본에 파견된 통신사를 그린 그림, 김홍도(金弘道, 1745~1806)의 무동도 등에 피리·대금·해금·장구·북의 합주 형태가 나타나므로 이와 같은 삼현육각 편성은 17세기에는 확립되어 있었다고 하겠다.
○ 역사적 변천 과정
삼현이라는 용어와 관련된 가장 이른 기록은 『삼국사기』의 통일신라시대 악기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으나 이 때의 삼현은 삼현육각 편성이나 음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가야금, 거문고, 향비파의 현악기 셋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후 조선시대에 이르러 삼현이라는 용어는 궁중에 소속된 악공(樂工) 및 민간의 악사들이 연주하는 기악 편성을 지칭할 때 사용되었다. 조선시대의 어느 시기부터 오늘날 전해지는 삼현육각 편성으로 연주하게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1584년(선조 17)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영회도(耆英會圖)는 궁중에서 우의정 홍섬(洪暹, 1504~1585)을 비롯한 7인을 초대해서 베풀었던 연회인 기영회(耆英會)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악대에는 비록 뒷모습으로 확인되는 것이긴 하지만 비파(琵琶)라는 현악기가 포함되어 있다. 즉, 이 시기 궁중에서는 오늘날과 같은 피리, 대금, 해금, 장구, 북이 편성되는 삼현육각 편성이 확립되지 않았다. 이후 1636년(인조 14) 일본에 파견된 통신사를 그린 행렬도에 피리, 대금, 해금, 장구, 북의 악기를 연주하는 악대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17세기에는 현악기가 제외된 삼현육각 편성이 확립되어 있었으며, 행진음악으로 연주되었다. 이후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신윤복(申潤福1758~?)가 그린 풍속도에 피리 둘, 대금, 해금, 장구, 북의 삼현육각 편성이 보이므로 늦어도 18세기 후반에는 오늘날과 같은 삼현육각 편성이 확립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여섯 악기의 편성이 확립된 이후 삼현육각을 연주하는 이들에 대하여 육잡이, 육잽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궁중에서 연례악이나 행악에 사용되던 삼현육각 편성의 음악은 오늘날 국립국악원을 중심으로 비교적 온전한 모습으로 전승되고 있다. 《관악영산회상》, 《자진한잎》 등이 국립국악원을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는 삼현육각 음악이다. 지역별로 연주되던 삼현육각 음악은 굿이나 가면극의 반주음악, 민속무용 반주 음악 등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 연행시기 및 장소 조선시대 삼현육각은 궁중 및 민간의 연향, 행진, 각 지역의 굿, 가면극이나 줄타기와 같은 연희 등에서 연주되었다. 오늘날에는 각 지역의 굿 반주음악, 가면극의 반주음악, 무용 반주음악으로 연주되며 감상을 위한 기악곡으로 연주되기도 한다. ○ 용도 조선시대 궁중에서의 삼현육각 연주 용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용도로는 궁중의 연향에서 연주되었던 것을 들 수 있다. 이때 연주되었던 음악을 거상악(擧床樂) 이라고도 한다. 이라고도 한다. 두 번째 용도로는 궁중의 연향에서 추었던 정재(呈才)의 반주음악이다. 오늘날 대표적인 전통음악으로 꼽히는 영산회상을 삼현육각 편성으로 연주하는 《《삼현영산회상》이》 궁중 정재의 반주음악으로 사용되었다는 기록은 1493년에 편찬된 음악 이론서인 『악학궤범(樂學軌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궁중에서 연주되었던 삼현육각 음악의 용도 중 세 번째는 행진음악이다. 조선시대 임금 및 고관의 행차는 물론이고 군대의 행진에서 행진음악을 담당한 것은 취고수(吹鼓手)와 세악수(細樂手)로 구분되는 〈군악〉대 소속의 음악인들이었다. 그 중 취고수는 장구, 징, 북, 자바라와 같은 타악기와 호적, 나발, 나각 등의 관악기를 연주했고, 세악수가 피리, 대금, 해금, 북, 장구의 삼현육각을 연주했다. 궁중에서 연주되던 삼현육각 중 궁중의 연향 및 행진 음악으로 연주되는 경우는 오늘날 공연음악화 되어 무대에서 감상용으로 연주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렇게 감상용으로 연주하는 삼현육각 편성의 음악에 대해서는 《대풍류》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민간에서의 삼현육각은 궁중에서와 마찬가지로 행진음악, 무용반주음악, 거상악으로 연주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같은 용도라 하더라도 민간에서 연주되는 상황은 궁중과 비교해 보면 더욱 다양했다. 행진음악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고관 및 귀인의 행차에 연주되는 경우가 있었으며 굿에서 마을을 도는 “돌돌이”에서 연주되거나 가면극에서 탈꾼이 행진해서 들어올 때 연주되는 경우가 있었다. 무용반주음악 역시 실제 사가의 연향에서 기생들의 춤을 반주하는 경우, 굿에서 무당의 춤을 반주하는 경우, 가면극에서 배우들의 춤을 반주하는 경우가 있었다. 거상악 역시 향교 제사에서 술을 올릴 때, 실제 회갑연과 같은 잔치에서 술을 올릴 때, 그리고 굿에서 신을 청해서 신에게 술을 올릴 때와 같이 각각 다른 상황의 거상악으로서 연주되었다. ○ 음악적 특징 삼현육각 편성으로 연주하는 음악에서는 다양한 장단이 사용되었다. 느린 10박 장단, 3소박 장단, 3소박 4박의 《굿거리》장단과 《타령》장단, 빠른 3소박 4박의 당악장단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장단에 맞추어 연주하는 피리, 대금, 해금 등 관악기의 선율은 연주자별로 시김새나 미세한 선율 진행에 있어서 다른 점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각 지역별로 같은 장단이지만 전혀 다른 선율을 연주하기도 한다. 음계 및 선법과 관련해서는 《관악영산회상》 계열 악곡에서는 궁중 및 풍류방 음악의 영향이 보인다. 반면에 《염불》, 《굿거리》, 《타령》 등 각 지역의 연희나 무용 반주 등에서 연주되었던 악곡들은 해당 지역의 음악적 특성이 나타나기도 한다. 황해도 지역의 삼현육각 편성 음악에서는 수심가토리의 시김새가 확인되거나 전라도 지역의 삼현육각 편성 음악에서는 육자배기토리의 시김새가 확인되는 것이 그 예이다. 그 외에 일정한 단락이 앞부분만 변형되어 반복해서 이루어지는 악곡 형식이 많이 나타나는 것 역시 삼현육각 악곡이 지니는 특징이다. ○ 형식과 구성 삼현육각 편성으로 연주되는 악곡으로 관악기 중심으로 연주하는 《관악영산회상》 즉, 《삼현영산회상》을 비롯해 《염불》, 《굿거리》, 《타령》 같은 무용곡이 있고, 〈취타〉, 〈길군악〉, 〈길타령〉(길염불), 〈별우조타령〉(삼현타령), 〈군악〉 등과 같은 행진음악이 있다. 또한 거상악으로 연주되었던 《자진한잎》이 있다. 이들 악곡명은 궁중 및 각 지역별, 용도별로 약간씩 다른 경우가 있다. 《삼현영산회상》의 상영산은 《대영산》, 《염불》은 《염불타령》 등의 명칭으로 부르기도 하는 것이 그 예이다.
삼현육각 편성의 음악은 감상을 목적으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었으며 무용반주음악, 행진 음악, 굿이나 연희 음악 또는 잔을 올릴 때 연주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여러 상황에 따라 연주되는 곡목, 연주 시간이나 연주 악기 및 인원의 편성 또한 유동적이었다. 이로 인해 주로 일정 선율을 약간의 변형을 더해 반복적으로 전개하는 구조가 주로 사용되었다. 오늘날에는 무대에서 감상용으로 연주되는 삼현육각 편성의 음악은 악곡 별로 일정한 길이를 연주하고, 악기 편성 역시 피리 둘, 대금, 해금, 장구, 북으로 고정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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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정(林慧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