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나 대금 등 대나무로 만든 관악기 중심의 삼현육각 편성으로 연주하는 음악
대풍류는 피리나 대금 등 대나무로 만든 관악기 위주로 편성해 연주하는 음악이다. 향피리 둘, 대금, 해금, 장구, 북으로 구성된 삼현육각 편성을 기본으로 한다. 좁은 의미의 대풍류는 《관악영산회상》인 《삼현영산회상》을 뜻한다. 대풍류로 연주하는 악곡은 《삼현영산회상》, <정읍>, <동동> 등이 있다.
궁중음악에서 삼현육각 편성이 사용된 시기는 조선시대로 소급되지만, 실제 궁중에서 대풍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확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정조 때 화성봉수당 진찬을 묘사한 이희평의 『화성일기』에 ‘대풍뉴’(국문표기)라는 용어가 나온다.
○역사 변천 과정
대풍류에 편성하는 피리, 대금, 해금, 장구, 북은 조선시대에 주로 무용 반주에 사용되었다. 이러한 악기 편성은 무용 반주 외에도, 연회에서 상을 받을 때 연주되는 거상악(擧床樂), 행진음악, 굿 반주음악 등에 사용되던 삼현육각과 같다. 이 삼현육각 편성으로 연주하는 음악에 대해 대풍류라는 악곡명을 사용하게 되었다.
삼현육각으로 무용 반주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은 궁중의 연향을 기록한 의궤, 지방 관아의 연회를 그린 기록화, 민간의 풍속을 담은 풍속화 등에서 발견된다. 1535년(중종 30) 경복궁에서 당시 왕세자였던 인종(1515~1545)이 자신을 가르치던 서연관들에게 내린 법연의 모습이 담긴 중묘조서연관사연도(中廟朝書筵官賜宴圖) 중에는 피리ㆍ대금ㆍ해금ㆍ장구ㆍ북의 편성으로 정재를 반주하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 단, 이 그림은 조선후기에 다시 그려졌으므로 중종대가 아닌 조선 후기의 악기편성이 묘사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대풍류 편성으로 무용 반주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은 궁중 연향 외에 지방 관아의 연향에서도 나타난다. 18세기 후반 지방 관아의 연회 장면을 그린 신관도임연회도(新官到任宴會圖)에서는 피리 둘ㆍ대금ㆍ해금ㆍ장구ㆍ북으로 검무 반주를 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한편, 조선 후기에 임천상(任天常, 1754~1822)이 지은 <금성악(錦城樂)>에 “4월 18일 금성관(錦城館)의 유색루(柳色樓)[나주의 객사다. 이때 고모부 조씨가 목사로 있었다]에 올라 풍악을 보았는데 민간에서 대풍류라 하는 것이다(上錦城館[羅州客舍, 時趙姑夫爲州牧]之柳色樓, 觀樂, 俗所謂大風流也).”라는 기록이 있다.1 단, 이때의 ‘대(大)풍류’는 ‘성대하게 설행한 풍류’라고 주로 해석되므로, ‘대나무[竹] 악기에 의한 풍류’라는 의미를 함께 지니는지는 불분명하다. 궁중에서 연주되던 대풍류 악곡들은 오늘날 국립국악원을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다. <상령산>ㆍ<중령산>ㆍ<세령산>ㆍ<가락덜이>ㆍ<삼현도드리>ㆍ<염불도드리>ㆍ<타령>ㆍ<군악>으로 구성된 《삼현영산회상》과 행진음악 계열인 <취타>ㆍ<길군악>ㆍ<길타령>ㆍ<별우조타령>이 이에 해당한다. 민간에서 연주되던 대풍류로는 지영희(池瑛熙, 1909~1980)가 정리한 것이 전해지고 있다. 지영희는 삼현육각 편성으로 연주하는 대풍류를 《삼현영산회상》, <취타> 계열 악곡, 무용반주계열 악곡으로 구분해서 제시했다. 이후 지영희가 제시한 구분에 따라 <취타> 계열 악곡은 《취타풍류》, 무용반주계열 악곡은 《염불풍류》라 지칭하게 되었다.
○연행 시기 및 장소 대풍류는 조선시대 이후 궁중의 연향, 지방 관아의 연회, 민간의 잔치에서 연주되었다. 민간에서 연주되던 대풍류 중 경기 지역의 굿이나 승무, 탈춤 등 무용반주에 쓰이던 악곡은 지영희에 의해 정리되어 감상용 기악곡화 되었으며, 이들 악곡명에는 지역 명칭을 넣어서 ‘경기대풍류’라 하게 되었다.
○음악적 특징
국립국악원을 중심으로 전승되는 대풍류와 경기대풍류를 비교해보면 《삼현영산회상》의 경우 선율 진행이 유사하다. 경기대풍류는 경기 지역의 민간에서 폭넓게 연주되었던 음악이므로 기본적인 틀은 같지만, 전승 악사 개인별로 세부적인 표현에서 차이가 있기도 하다. 지영희, 이충선이 연주했던 경기대풍류를 비교해보면 <긴염불>, <굿거리>에서는 지영희가 이충선에 비해 더 복잡하고 화려하게 선율을 진행시킨다. 또한 <당악>에서는 지영희가 도약진행을 많이 보이는 반면 이충선은 간음을 첨가하여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등의 차이가 보인다.
○용도 전통사회에서 거상악, 무용반주음악, 행진음악 등의 다양한 용도로 연주되었던 대풍류는 점차 감상을 위한 기악곡으로도 변모해 왔다.
○악곡구성 궁중에서 연주되었고 오늘날 국립국악원을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는 대풍류 악곡 중 《삼현영산회상》은 <상령산>ㆍ<중령산>ㆍ<세령산>ㆍ<가락덜이>ㆍ<삼현도드리>ㆍ<염불도드리>ㆍ<타령>ㆍ<군악>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원래 행악의 용도로 연주되던 취타계 음악으로 <취타>ㆍ<길군악>ㆍ<길타령>ㆍ<별우조타령> 등이 있다. 지영희가 정리한 경기대풍류 중 《삼현영산회상》은 <대영산>ㆍ<중영산>ㆍ<잦영산>ㆍ<삼현도드리>ㆍ<돌도드리>ㆍ<삼현타령>ㆍ<별곡타령>으로 구성된다. 《염불풍류》는 〈긴염불〉ㆍ〈반염불〉ㆍ〈삼현타령〉ㆍ〈느린허튼타령〉ㆍ〈중허튼타령〉ㆍ〈자진허튼타령〉ㆍ〈굿거리〉ㆍ〈자진굿거리〉ㆍ〈당악〉으로 구성되고 《취타풍류》는 〈취타〉ㆍ〈길군악〉ㆍ〈길타령〉ㆍ〈염불타령〉ㆍ〈삼현타령〉ㆍ〈별곡타령〉으로 구성된다.
○악기편성
피리, 대금, 해금, 장구, 북의 편성이 기본이며 오늘날 연주회에서 감상음악으로 연주하게 되면서 소금, 아쟁 등이 추가되는 예처럼 악기편성에 변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무대의 규모에 따라서 장구, 북 외의 선율악기를 복수로 편성하는 경우도 있다.
1) 「궁오시집」 권10
관악기 중심의 악기편성으로 연주하는 음악인 대풍류는 조선시대에는 주로 무용 반주에 쓰였다.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감상용 음악으로서 관악기 중심의 대풍류가 자리 잡게 되었다.
『궁오시집』
성금연편, 『지영희민속음악연구자료집』, 민속원, 2000. 오용록 채보, 『한국음악 제37집 민간 대풍류 대영산ㆍ취타풍류ㆍ염불풍류』, 국립국악원, 2008. 이종묵, 「임천상이 대풍류(大風流)를 보고 쓴 <금성악(錦城樂)>에 대하여」, 『문헌과 해석사』, 2017. 이윤경, 「민간대풍류 연구: 관악영산회상과의 선율 비교」,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4. 황세원, 「지영희와 이충선의 대풍류 피리선율 비교: 긴염불, 굿거리, 당악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6.
임혜정(林慧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