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풍월(江山風月), 강상가(江上歌), 강상에 둥둥
강에 배를 띄우고 풍류를 즐기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판소리 단가
“강상에 둥둥 떴는 배 풍월 실러 가는 밴가~”라는 노랫말로 시작하여 강 위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판소리 단가이다. 오늘날 주로 불리는 강상풍월은 전반부는 ‘술과 안주를 많이 실어 강릉 경포대로 구경가자’는 내용이며, 후반부는 ‘백구야 나지말어라 너잡을 내아니로다’로 시작하는 〈백구타령〉으로 넘어간다. 중모리장단에 우평조로 소리한다.
강상풍월은 20세기 전반 근대 5명창의 한 사람인 정정렬이 직접 만든 단가로 알려져 있다. 처음 불린 시기는 확실하지 않으나, 1931년 Victor에서 정정렬이 직접 녹음한 단가 강상풍월 음반이 발매되었고, 1932년과 1933년에 각각 모추월과 김소희에 의해 경성방송국에서 방송한 목록이 확인되는 바, 1930년을 전후한 시기에 작곡된 것으로 추정된다. 20세기 전반에 단가 강상풍월 음반을 발매한 창자로는 정정렬, 김소향, 김소희, 김홍규, 박록주, 박소춘, 조농옥이 있으며, 정정렬이 지은 강상풍월 이외에도 여러 형태의 소리가 존재하였다. 그중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는 강상풍월은 정정렬의 소리를 기반으로 한다. 20세기 후반에 단가 강상풍월을 활발히 연행한 이들로는 정정렬의 제자인 김여란이 있고, 박초월 또한 단가 강상풍월을 주요 레퍼토리로 삼았으며, 제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단가 강상풍월을 전수하였다.
판소리 단가(短歌)는 판소리를 하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해 하는 비교적 짧은 노래로, 오늘날에는 판소리와 상관없이 독립적인 악곡으로도 부른다.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지 않고 담담하게 노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노랫말의 내용은 대부분 ‘산천경개’, ‘인생무상’ 등으로 되어 있고, 판소리 대목 중 일부의 내용을 차용하는 경우도 있다. 단가 강상풍월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생을 즐길 것을 권한다. 20세기 전반, 새로운 창작물의 단가 및 다른 단가 혹은 타 장르 성악곡의 노랫말을 차용하여 다양한 변이들이 등장하였는데, 단가 강상풍월 역시 20세기 전반 다양한 변이가 존재하였다.
단가는 흔히 보통빠르기의 중모리장단과 우조 및 평조를 사용하여 점잖게 표현된다. 단가 강상풍월 역시 중모리장단과 우평조의 선율로 구성됨으로써, 단가 본연의 특징을 지닌다.
단가 강상풍월은 정정렬이 남긴 사설 외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김소희, 박록주, 김소향, 조농옥은 정정렬의 소리와 유사하고, 심상건의 강상풍월은 정정렬 소리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형태이다. 반면 박소춘의 강상풍월은 전반부는 정정렬의 소리와 유사하지만 후반부는 〈백발가〉 사설로 넘어가는 점에서 구별되고, 김홍규는 오늘날 잘 알려지지 않은 창자로, 그의 강상풍월은 다른 이들이 부른 소리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사설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전승되는 강상풍월은 정정렬 계통의 소리이며 자연 속에서의 흥취와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내용으로, 후반부에는 <백구타령>으로 넘어가 ‘대장부 살림살이 요만하면 넉넉할거나 거드렁거리고 지내 보자’라는 노랫말로 마무리하여 낙천적인 생활상을 반영하고 있다.
강상(江上)에 둥둥 떴는 배 풍월(風月) 실러 가는 밴가
동강 칠리탄 엄자룡 낚시밴지
십리장강벽파상(十里長江碧波上)에 왕래(往來)허든 거루선
오호상연월야(五湖上烟月夜)으 범상공(范相公) 가는 밴가
이배 저배 다 버리고 한송정(寒松亭) 들어가
길고 긴 솔을 베어 조그만허게 배 무어 타고
술과 안주 많이 실어 술렁술렁 배 띄워라
강릉(江陵) 경포대(鏡浦臺)로 구경가세
대인난(待人難) 대인난 촉도지난(蜀道之難)이 대인난(待人難)이요
출문망(出門望) 출문망은 월상오동으 상상지(上上枝)라
자라 등으 달을 실어 우리 고향을 어서 가세
그 달을 다 보내고 오월(五月) 단오(端午)일에
천중지가절(天中之佳節)이요 일지지창외(日遲遲窓外)하야
창창(蒼蒼)헌 숲 속으 백설(白舌)이 잦었구야
때때마다 선현들은 산양자치(山梁雌雉) 나는구나
광풍제월(光風霽月) 너룬 천지(天地) 연비어약(鳶飛魚躍)을 허는구나
백구(白鷗)야 나지마라 너 잡으러 내 안간다
성상(聖上)이 버렸으매 너 좇아 예 왔노라
강상(江上)의 터를 닦어 구목위소(構木爲巢)를 하여 두고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베고 누웠으니
대장부(大丈夫) 살림살이 이만하면 넉넉한가
일촌간장 맺힌 설움 부모님 생각뿐이로다.
옥창앵도 붉었으니 원정부지 이별이라 송백수양 푸른 가지
높다랗게 그네 매고 녹의홍상 미인들은
오락가락 추천을 하는데 우리 벗님 어디를 가여 단오 시절인줄 모르신가.
그달을 보낸 후에 유월 유두일은 건곤은 유의하야 양신 양잠 일곤허여
홍로유금 되었으나 나도 미리 피서하야 어데로 가자느냐
아니놀고 무엇을 헐거나 거드렁거리고 지내보자.
단가 강상풍월은 20세기 전반부터 오늘날까지 꾸준히 불리며 활발하게 전승되고 있는 단가이다. 단가는 대개 작자 미상이나, 강상풍월은 정정렬이 지은 단가로 추정되고 있어, 작자를 아는 몇 안 되는 단가 중 하나이다.
정양ㆍ최동현ㆍ임명진, 『판소리 단가』, 민속원, 2003. 신은주, 「단가 강산풍월의 제형태와 전승」, 『판소리연구』 30, 판소리학회, 2016.
신은주(申銀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