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쇠춤, 쇠발림, 발림춤
농악춤의 한 갈래로 풍물 악기인 꽹과리를 들고 연주하면서 추는 춤
판굿의 구정놀이에서 상쇠의 쇠춤은 예술적 기량이 기능적으로 총집약되어 있다. 쇠춤은 농악의 악·가·무가 결합된 연희 체계에서 리듬과 행렬을 통솔하는 상쇠의 역할과 긴밀하다. 상쇠는 부포상모를 쓰고 꽹과리와 채를 들며, 개인놀이(부포놀음·쇠춤)로 흥을 돋운다.
농악은 마을신과 농사신을 위한 제사, 액을 쫓고 복을 부르는 축원, 풍농과 벽사진경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전통 민속연희이다. 농악에서 꽹과리는 음악을 이끌어가는 악기로서, 악대(樂隊)의 박절(拍節)을 조절하고 신명을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쇠춤은 농악대에서 꽹과리 연주자인 ‘쇠꾼’이 추는 춤이다. 뛰어난 쇠꾼의 소리를 ‘귀신같이 잘 친다’, ‘신을 몰고 다닌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쇠를 치면서 춤을 추는 행위를 신악(神樂), 신무(神舞)라 부르기도 한다. 특히 상쇠는 농악대의 대표로 모든 놀이를 지휘하며, 개인놀이로 부포놀음과 쇠춤을 연행한다.
쇠춤의 웃놀음인 부포춤은 상체와 머리를 중심으로 한 동작이며, 아랫놀음은 하체와 전신을 활용한 동작으로 이루어진다. 두 요소가 결합함으로써 쇠춤은 농악을 지휘하는 기능과 더불어 춤사위의 예술성을 동시에 지니게 된다. 특히 지역별로 사용되는 부포의 유형, 즉 뺏상모·부들상모·종이상모에 따라 웃놀음의 사위가 다양하게 전개되며, 아랫놀음은 기본적인 동작을 바탕으로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변주된다.
쇠춤에서 사용되는 부포상모는 재료와 형태에 따라 뺏상모·부들상모·종이상모로 구분된다. 뺏상모는 말총, 곧 말꼬리털(일명‘뺏’)을 사용하여 만든 것으로, 끝이 풍성하게 퍼져 꽃봉오리와 같은 모양을 이룬다. 무겁고 탄력이 있어 회전할 때 기교와 입체감이 크게 드러나며, 화려한 사위를 펼치는 데에 적합하다. 부들상모는 부들풀(갈대과 식물)의 잎이나 줄기를 재료로 하여 만들어지며, 가볍고 부드럽게 늘어져 곡선적인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회전이 유연하고 부드러워 팔자놀음이나 큰 원을 그리는 돌림에 알맞다. 종이상모는 한지를 여러 겹 겹쳐 제작한 것으로, 부피가 크지 않고 매우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빠른 회전이나 잦은 돌림에 적합하며, 주로 공연용으로 사용되어 짧고 경쾌한 사위를 빠르게 전개하는 데 효과적이다. 부포상모에 사용된 재료에서 비롯된 구분이다. 재료의 차이가 모양과 움직임의 성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지역별 전승에서 특정 재료·상모 유형이 선호되면서 자연스럽게 뺏상모–부들상모–종이상모라는 분류가 정착하였다.
◾지역별 부포상모 뺏상모는 꽃봉오리 모양이 펼쳐지듯 회전과 기교가 화려한 유형. 김제·영광·임실필봉농악 등 서도·호남 지역에서 많이분포되며 사위가 다양하고 기교가 발달하였다. 부들상모는 유연한 곡선을 강조하며 좌우·팔자 돌림이 부드럽다. 남도권 중심이며 유연하고 완만한 회전이 특징이다. 종이상모는 가벼운 재질로 빠른 회전에 적합하며 주로 공여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지역별 부포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쇠춤 주요 춤사위 구분
| 명 칭 | 설 명 |
| 좌우치기 | 오른손을 오른쪽 옆으로 벌렸다가 다시 왼쪽 옆으로 가져가기를 반복하는 동작 |
| 휘돌리기 | 오른손을 얼굴 위로 올리고 원을 그리는 가운데 말았다 풀었다 하는 동작 |
| 상하치기 | 오른손을 아래위로 흔드는 동작 |
| 앉은 걸음 | 앉은걸음으로 걸어가면서 오른손을 좌우로 흔드는 동작 |
| 발 사이로 손 모으기 | 한 발을 교대로 올리는 동작을 하면서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을 하며 양손을 발 사이로 모았다가 벌리는 동작 |
| 앉은 사위 | 부포를 하면서 앉은 자세로 왼발 오른발을 옆으로 번갈아 벌리기를 반복하는 동작 |
| 한 발 들고 앞걸음 | 부포를 위로 세우고 한 발을 앞으로 들어 가볍게 펴면서 한발뛰기로 앞으로 나가는 동작 |
| 앉은 좌우치기 | 앉아서 가볍게 뛰면서 꽹과리채를 좌우로 흔들면서 앞으로 걸어가는 동작 |
| 연풍대 | 꽹과리를 치면서 한쪽 무릎을 약간 굽혀 반대 발에 붙이고 회전하는 동작으로 반복적으로 한다. |
| 좌우치기로 앞걸음 치기 | 꽹과리를 어깨위로 올린다음 꽹과리를 틀어 안쪽 앞으로 내밀고 꽹과리채를 좌우로 휘저으면서 앞으로 나가는 동작 |
| 꽹과리 채 던지기 | 상쇠는 춤을 추거나 공중으로 꽹과리를 위로 던져 받는 동작으로 이러한 동작은 가락을 끝을 알리거나 걸립패들이 마을을 빠져나갈 때 이별을 표현하는 동작 |
| 외사 | 오늘 한쪽으로 부포를 돌리는 사위 |
| 양사 | 부포를 좌우로 번갈아 가면서 돌리는 사위 |
| 사사 | 부포를 왼쪽으로 두 번, 오른쪽으로 두 번 돌리는 사위 |
| 퍼넘기기 | 부포를 앞에서 뒤로 퍼 넘기는 동작 |
| 꾀꼬리 상모 | 부포를 좌우로 휘돌려 8자형으로 돌리는 동작 |
| 공중매기 | 부포를 앞에서 위로 세우고 제자리에서 발리 돌리는 사위 |
| 해바라기 | 적자를 위로 세우고 부포를 해바라기 모양으로 앞으로 숙이는 동작 |
| 이슬털이 | 부포를 세우고 좌우로 흔들어 마치 이슬을 터는 것처럼 표현되는 동작 |
| 전조시 | 새가 모이를 쪼듯이 부포로 전을 쪼는 동작 |
| 면돌이 | 부포를 앞전에다 놓고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고갯짓을 하는 동작 |
| 엇붙임 | 장단을 먹으면서 좌우로 부포를 흔드는 사위 |
| 마상개 | 부포를 앞에 놓고 어르면서 노는 춤사위 |
| 반드름 | 부포를 조금만 들어 올리는 것으로 부포를 올릴 듯, 말 듯 하는 동작 |
| 연꽃놀이 | 부포를 세워 고갯짓으로 끄덕끄덕하면서 연꽃 봉우리처럼 보이게 하는 동작 |
| 산치기 | 부포를 위로 세우는 동작 |
| 배미르기 | 부포를 세우고 앞뒤로 걸어가는 동작 |
| 돗대치기 | 부포 전체를 수직선으로 세우고 그대로 있거나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사위 |
| 용개상모 | 부포를 세우고 빠르게 떠는 동작 |
| 빠른 상모 | 부들 상모를 좌우로 빨리 돌리는 동작 |
쇠가락에는 외마치질굿, 세마치, 길군악칠채, 오채질굿, 삼채다드라기, 무정작궁, 쩍쩍이 등이 있다. 쇠가락의 형식은 물고(열고), 맺고(닫고) 어르는 것이다. 가락은 기본적으로 일채, 이채, 삼채로 구분되고, 외마치, 두마치, 세마치, 일곱마치, 여덟마치, 아홉마치, 열두마치 등도 쓰인다. 각 농악에서 쇠춤 반주장단과 부포춤은 다음과 같다.
| 명 칭 | 쇠가락 | 부포춤 | |
| 1 | 평택농악 | 길군악 칠채, 마당 칠채, 자진가락, 삼채, 쩍쩍이, 영산다드라기, 굿거리등 | 외사, 양사, 사사, 퍼넘기기 |
| 2 | 이천농악 | 쩍쩍이, 길군악, 업쑤시기, 다드라기 | 외사, 양사, 사사, 퍼넘기기 |
| 3 | 대전농악 | 나드래기, 일채, 이채, 삼채, 오채, 육채, 늦은칠채, 자진팔채 | 외사, 양사, 사사, 퍼넘기기 |
| 4 | 부여 추앙농악 | 세마치, 도둑굿가락, 쩍쩍이, 칠채, 작은마치, 느린마치, 두마치 | 외사, 양사, 사사, 퍼넘기기 |
| 5 | 강릉 홍제농악 | 일채, 삼채, 길놀이가락, 굿거리, 이채 | 외사, 양사, 사사, 퍼넘기기 |
| 6 | 청도 차산농악 | 질굿, 자진모리, 부정굿가락, 굿거리 | 외사, 양사, 사사, 퍼넘기기 |
| 7 | 금릉 빚내농악 | 질굿, 마당굿, 반죽굿, 다드라기, 영풍굿, 허허굿, 판굿, 채굿(1,2,3,4번), 영산다드라기, 진굿, 지신굿, | 외사, 양사, 사사, 앞뒤로 젖히는 사위, 퍼넘기기 |
| 8 | 부산농악 | 길굿, 다르라기, 사방굿, 덧배기, 빠른덧배기, 마침굿, 마당굿 | 외사, 양사, 사사, 퍼넘기기 |
| 9 | 진주삼천포농악 | 덧배기, 길군악, 반삼채, 호호굿, 반딧배기, 영산다드라기 | 외사, 양사, 사사, 퍼넘기기, 꾀꼬리상포, 해바라기, 공중매기 |
| 10 | 김제농악 | 내림굿, 인사굿, 잦은 오채, 풍년굿, 양산도, 늦은삼채, 된삼채, 자진삼채, 자진모리, 굿거리 | 외사, 양사, 사사, 퍼넘기기, 꾀꼬리상포, 해바라기, 공중매기, 이슬털이, 전조시, 면돌이, 마상개, 연꽃놀이, 산치기 등 뺏상모의 춤사위 |
| 11 | 영광농악 | 일채, 일채덩덩궁이, 이채, 음매갱갱, 된삼채, 오채질굿, 벙어리오채굿, 오채진가락, 콩꺾기가락, 호호굿가락, 구정놀이, 덩덕궁이 | 외사, 양사, 사사, 꾀꼬리상모, 퍼넘기기, 공중매기, 해바라기, 이슬털이, 전조시, 면돌이, 마상개, 연꽃놀이, 산치기, 엇붙임, 반드름, 산치기, 배미르기, 돗대치기, 용개상모 등 뺏상모의 춤사위 |
| 12 | 진도 소포농악 | 길굿가락, 가락, 샘굿가락, 일채, 이채, 삼채, 사채, 오채, 육채, 꾸리감기가락, 진도다드라기, 진도살풀이, 조왕굿가락, 쟁쌍기가락(진풀이가락) | 외사, 사사, 퍼넘기기, 부들상모의 춤사위 |
| 13 | 임실 필봉농악 | 굿거리, 삼채굿, 휘몰이, 채굿, 질굿, 짝드름, 호호굿 | 외사, 양사, 사사, 퍼넘기기, 꾀꼬리상모, 해바라기, 이슬터리, 전조시, 면돌이, 마상재, 연꽃놀이 등 뺏상모의 춤사위 |
| 14 | 여천 백초농악 | 느린 삼채, 중삼채, 자진삼채, 굿거리 | 외사, 사사, 퍼넘기기 등 부들상모 춤사위 |
농악에서 쇠춤의 복식은 농악대의 복식으로 민복에 삼색 띠를 맨다. 머리 장식은 지역에 따라 고깔, 흰색 천, 상모, 부들상모를 착용한다. 삼색 띠는 양어깨에 교차하여 허리 뒤로 묶거나, 허리에만 묶어서 사용하며 지역에 따라서 삼색띠를 묶지 않는 지역도 있다. 부포놀이에 쓰는 상모는 부들상모, 뻣상모, 종이상모 등이 있다.
부들상모는 깃털을 연결한 것으로, 〈남원농악〉 등 호남 좌도농악에서 주로 쓴다. 뺏상모는 철사에 구슬을 꿰어 조록 목을 뻣뻣하게 감아 사용하며, 〈이리농악〉 등 호남 우도농악에서 주로 쓴다. 털은 주로 칠면조나 두루미 털을 이용한다. 종이상모는 〈평택농악〉 등 주로 경기 충청지역과 경상도 지역에서 사용한다.
쇠춤은 농악에서 음악적 지휘 기능과 더불어 춤사위의 예술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적 춤으로, 지역과 상모 유형에 따라 다양한 미학적 가치를 지닌다. 쇠춤에서 사용되는 부들상모·뺏상모·종이상모는 각각 고유한 가치와 의의를 지니고 있다. 부들상모의 쇠춤은 부드럽고 유연한 곡선을 강조하여 한국 춤의 미학인 완만함과 자연스러움을 잘 드러낸다. 팔자놀음이나 큰 원 돌림과 같은 사위를 통해 흐르는 듯한 선율적 움직임을 구현하며, 남도 농악의 흥과 멋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로써 농악의 연희성을 부드럽게 이끌어가는 유형으로서 교육적·예술적 가치가 크다. 반면 뻣상모의 쇠춤은 말총의 무게와 탄력에서 비롯된 힘 있고 화려한 회전을 특징으로 하며, 다양한 사위를 소화할 수 있어 쇠춤의 기량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전국 농악의 중심에서 발달하여 특히 호남과 중부 지역 농악의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화려한 부포놀음은 공동체의 신명과 역동성을 집약적으로 표현한다. 이 때문에 국가무형문화재 농악 전승에서 대표적 기준으로 작용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종이상모의 쇠춤은 가볍고 빠른 회전이 가능하여 공연성과 흥행성을 높인다. 짧고 경쾌한 동작 전개를 통해 대중적 호응을 쉽게 이끌어내며, 주로 공연용이나 놀이판에서 활용된다. 이러한 특성은 농악의 전통을 현대적 무대 예술로 확장하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가벼운 재료의 장점을 살려 전통춤의 창의적 변용과 대중화에 기여한다.
진주삼천포농악: 국가무형유산(1966) 이리농악: 국가무형문화유산(1985) 평택농악: 국가무형문화유산(1985) 임실필봉농악: 국가무형문화유산(1988) 김천금릉빗내농악: 국가무형문화유산(2019) 남원농악: 국가무형문화유산(2019) 부산농악: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유산(1980) 청도 차산농악: 경상북도 무형문화유산(1980) 김제농악: 전북특별자치도 무형문화유산(1996) 농악: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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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호(裵秉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