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노리
<사모곡>은 아버지도 아버지이지만 어머니의 사랑이 더 크다는 내용을 호미와 낫을 비유로 들어 노래한 『시용향악보』에 수록된 가요.
<사모곡>은 조선 전기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에 수록된 부모님의 사랑을 노래하는 곡으로 속칭 〈엇노리〉로 알려진 곡이다. 『금합자보』에는 사설과 악보가, 『악장가사』에는 사설이 수록되어 있다.
<사모곡>은 조선전기 『시용향악보』를 비롯한 『금합자보』에는 사설 및 악보가 전하고, 조선 후기 『악장가사』에는 가사만 전한다.
○ 역사적 변천 및 현황
<사모곡>은 원래부터 불리던 모종의 원가요 ‘엇노리’에서 유래된 것이므로 『시용향악보』 편찬 이전부터 존재하던 음악이다. 이후 조선 후기 『금합자보』와 『악장가사』에 전한다. 최근에는 오선보로 역보된 악보가 출간된 바 있다. 또 <사모곡>은 동명의 곡으로 새롭게 편곡되거나 재현되기도 했다.
○ 작품 개요
<사모곡>은 『시용향악보』에는 계면조의 선법에 16정간보 19행의 길이로 되어 있고, 『금합자보(琴合字譜)』에는 거문고 대현(大絃) 5괘가 궁(宮)인 임종계면조(林鍾界面調)로 되어 있다.
<사모곡>의 종지형은 ‘하삼(下三)-궁(宮)’으로 도약진행하는 상행종지형으로 되어 있다.
사모곡의 장단은 매 행마다 ‘고(5정간)요(3정간)편(5정간)쌍(3정간)’이 반복되는데, 이와 같은 장구형은 동보의 〈서경별곡〉, 〈나례가〉, 〈정석가〉, 〈청산별곡〉, 〈유구곡〉, 〈귀호곡〉, 〈대왕반〉, 〈삼성대왕〉, 〈대국 1〉, 〈대국 2〉와 동일하다.
<사모곡>은 고려가요인 〈북전〉과 조선 초 신악(新樂)인 〈용광〉과도 관계된 곡으로 알려져 있는데, 〈북전〉의 악보는 세조 때 음악을 담은 『대악후보(大樂後譜)』 권7과 선조 때의 『금합자보(琴合字譜)』(1572) 및 광해군 때의 『현금신증가령(玄琴新證假令)』(1680)에 전한다. 〈용광(龍光)〉은 세종 때 만들어진 보태평(保太平) 중 8번째 곡이다.
○ 줄거리
<사모곡>은 순한글 가사의 노래이다. 사모곡의 가사는 호미를 아버지에, 낫을 어머니에 빗대어 어머니의 사랑이 더 크다는 내용이다.
『시용향악보』에 수록된 <사모곡>의 원문과 해석을 제시하면 다음 〈표 1〉과 같다.
| 원문 | 해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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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ᄆᆡ도 ᄂᆞᆯ히어신 마ᄅᆞᄂᆞᆫ, 낟ᄀᆞ티 들리도 어 ᆹ섀라. 아바님도 어ᅀᅵ어신 마ᄅᆞᄂᆞᆫ, 위 덩더둥셩, 어마님 ᄀᆞ티 괴시리 어 ᆹ라, 아소 님하 어마님 ᄀᆞ티, 괴시리 어 ᆹ라. |
호미도 날이지마는, 낫같이 잘 들리 없습니다. 아버지도 아버지이신데, 위 덩덩둥셩, 어머니가 더 사랑하시리니 아소, 님아 어머니가 더 사랑하시리니. |
○ 형식과 구성
가사의 내용상 『고려사(高麗史)』 「악지(樂誌)」에 그 내용이 전하는 〈목주가(木州歌)〉와 같은 곡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목주가〉는 목주의 처녀가 계모의 학대로 쫓겨나면서도 효양(孝養)을 다했으나 끝내 부모의 귀염을 받지 못함을 한탄하는 내용으로, 가사는 전하지 않는다. 양자가 모두 고려속요가 지니고 있는 3음보 율격의 반복 어구와 대구(對句)의 사용, 여음(餘音)의 사용, 단연체(單聯體)의 시상을 연장체(聯章體)의 형식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에 악보로 전하는 <사모곡>이 고려 시대 불렸다는 사실만 전하는 원전 부재의 〈목주가〉와 같은 것인지는 비교가 어렵다.
이 외에 <사모곡>은 조선 연산군대 나례의 군신희에서 충의에 이어 효경을 표현하는 노래로 원래부터 불리던 모종의 원가요 ‘엇노리’의 선율에 모친의 사랑을 주제로 개변한 곡으로, 이는 당시 군왕의 모친에 대한 그리움을 투영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사모곡>은 관찬악보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에 수록되어 〈북전(北殿)〉이나 조선 초 신악 〈용광(龍光)〉으로 변개한 방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사모곡>은 타 악보에는 보이지 않는 희소한 노래로 16정간 6대강에 오음약보로 기보되어 현재까지 전승되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고려사』 「악지」 『금합자보』 『악장가사』 『악학궤범』 『현금신증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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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영(尹娥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