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琴譜』), 『안상금보』(『安瑺琴譜』)
『금합자보』는 본래 판심에 ‘금보(琴譜)’로 표기되어 있었으나, 합자(合字) 기보법을 사용한 점에서 후대에 ‘금합자보’라 불리게 되었다. 이 악보는 조선 전기 장악원(掌樂院)에서 사용하던 궁중 악공 시험용 악보가 불완전하게 전해지자 이를 보완하고 정비하려는 목적에서 편찬되었다. 당시 시험 감독자용 악보는 합자법(合字法)의 표기가 온전하지 않아 실제 연주에 혼란이 있었으며, 이를 바로잡고자 장악원 첨정 안상(安瑺)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표준 악보 체계를 마련하였다. 이 과정에서 보법(譜法)에 능한 홍선종(洪善終)이 거문고 악보의 개수를 담당하고, 허억봉(許億鳳)은 적보(笛譜)를, 이무금(李無金)은 장구보(杖鼓譜)를 제작하였다. 또한 합자의 규칙과 해설을 범례로 덧붙이고, 『악학궤범(樂學軌範)』 등 기존의 궁중 악서에서 관련 내용을 옮겨 수록하였다. 『금합자보』는 해방 이후 1946년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 1906∼1962)이 서울 민족박물관에서 개최한 한글기념전람회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이후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가 발견되기 전까지 국보 제434호로 지정되었으며, 1963년 보물 제283호로 재지정되었다. 현재 원본은 ‘琴譜’라는 서명으로 간송미술문화재단에 소장되어 있다. 영인본은 1974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학연구회의 『한국음악자료총서』 제7집으로, 그리고 1987년에 국립국악원의 『한국음악학자료총서』 제22집의 일부로 간행되었다.
○ 자료 정체
① 편찬연대 및 편저자 사항
『금합자보』는 1561년(명종 16) 장악원 첨정(僉正, 종4품) 안상(安瑺, 1511~1579 이후)이 편찬하였으며, 이후 1572년(선조 5) 안상이 함경도 덕원부사(德源府使)로 재임 중일 때 목판본으로 간행되었다. 안상은 스승 없이 거문고를 배우려는 이들이 스스로 기초를 익힐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 악보를 간행하였으며, 이는 주희(朱熹)의 『근사록(近思錄)』에서 언급된 “궁벽한 곳의 학문 후진을 교화하기 위한 서적 간행”의 취지와 맥을 같이한다. 편저자 안상은 본관이 순흥(順興)이며, 호는 죽계(竹溪)이다. 그는 중앙에서 형조정랑ㆍ공조정랑을 역임하고, 지방에서는 덕원부사로 봉직하였다. 또한 퇴계 이황(李滉)과 교유하며 성리학적 예악관(禮樂觀)을 실천하였다. 『속문범(續文範)』(1565), 『한서전 초(漢書傳抄)』(1566), 『근사록』(1566), 『용학석의(庸學釋義)』(1567) 등의 서적을 간행하였으며, 『금합자보』의 편찬 또한 이러한 성리학적 교화와 예악사상의 실천이라는 맥락 속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② 소장처 및 소장번호 간송미술문화재단.
○ 서지사항/자료체제
목판본 1책 88장. 세로 28cm×가로 22.4cm
○ 구성과 내용
① 표지
② 「금보서」
③ 금론
④ 악보
⑤ 비파보
① 표지
실제 원본의 권수제(卷首題)와 판심제(版心題)에는 모두 ‘금보(琴譜)’라고 새겨져 있다. 금보는 일반적으로 거문고 악보[玄琴譜]를 의미하며, 거문고 외에도 적(笛), 장구 등 다른 악기의 악보가 함께 수록되기도 한다. 그러나 거문고 선율이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전통적으로 악보의 책명을 ‘금보’로 하는 관례가 있었다. 한편 영인본 표지에 적힌 ‘금합자보(琴合字譜)’는 영인본 제작 과정에서 새롭게 붙인 책명으로, 원본의 제목과는 다르다. 다만 이 악보가 합자(合字) 기보법을 처음 사용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후대 학자가 이를 다른 거문고보(금보)와 구별하기 위해 ‘금합자보’라 부르기 시작하였으며, 그 명칭이 오늘날까지 널리 통용되고 있다.
② 「금보서」 가장 먼저 금보 편찬 목적과 과정을 기록한 ‘금보서(琴譜序)’가 나온다.

이어서 거문고와 박, 장고, 북, 적의 악기 구조 및 연주법, 기보법에 대해서 그림을 곁들여 설명한 범례가 다음 순서대로 나온다.
금도(琴圖)
산형(散形): 평조(平調)ㆍ우조 평조(羽調 平調)ㆍ평조 계면조(平調 界面調)ㆍ우조 계면조(羽調 界面調)ㆍ청풍체(淸風體)ㆍ최자조(嗺子調)
금도(琴圖): 평조각궁분상하도(平調各宮分上下圖)ㆍ평조상용괘차도(平調常用卦次圖)
집시도(執匙圖)
장지상안이조모지세도(長指常按以助母指勢圖)
모지역인장지역추도(母指力引長指力推圖)
모명양지공안유현추용도(母名兩指共按遊絃推用圖)
식지안괘여곡척도(食指按卦如曲尺圖)
박보(拍譜)
장고보(杖鼓譜)
고보(鼓譜)
적보(笛譜)
금보합자해(琴譜合字解)
금평조대현괘차(琴平調大絃卦次)
금변괘겸용법(琴變卦兼用法)
궁상각치우출성도(宮商角徵羽出聲圖)
조현(調絃) 평조(平調)ㆍ계면조 평조(界面調 平調)ㆍ우조(羽調)

④ 악보
악보집의 전반부는 〈평조 만대엽(平調慢大葉)〉(“오ᄂᆞ리”)ㆍ〈정석가(鄭石歌)〉(“딩아 돌하”)ㆍ〈한림별곡(翰林別曲)〉(“元淳 文”)ㆍ〈감군은(感君恩)〉(“四海 바닷”)ㆍ〈평조 북전(平調北殿)〉(“흐리누거”)ㆍ〈우조 북조(羽調北殿)〉(“空房을”)ㆍ〈여민락(與民樂)〉(해동장(海東章)ㆍ근심장(根深章)ㆍ원원장(源遠章)ㆍ석주장(昔周章)ㆍ금아장(今我章)ㆍ적인장(狄人章)ㆍ야인장(野人章)ㆍ천세장(千世章)ㆍ자자장(子子章)ㆍ오호장(鳴呼章))ㆍ〈보허자(步虛子)〉(“碧煙籠曉”)ㆍ〈사모곡 계면조(思母曲 界面調)〉(“호ᄆᆡ도”) 총 9곡이 수록되어 있다. 모든 악곡은 1행 16정간 6대강의 정간보로 음의 길이를 표시하고 거문고의 오음약보, 합자보, 한자 육보를 병기하여 음의 높이와 연주법을 함께 기보하였다. 이 정간보 체제는 『세조실록악보(世祖實錄樂譜)』와 『시용향악보』의 체제를 계승하고 있으며, 최초의 정간보인 『세종실록악보(世宗實錄樂譜)』에서 시작하여 『양금신보(梁琴新譜)』ㆍ『대악후보(大樂後譜)』ㆍ『속악원보(俗樂源譜)』 등을 거쳐 현행까지 이어져온 정간보 변천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 악보는 거문고 연주법, 구음, 노랫말, 장구와 북 연주법 등을 비교적 상세히 기록하고 있으며, 일부 악곡에서는 관악기인 적(笛) 악보가 오음약보와 한글 육보로 병기되어 있다. 이 악보에 수록된 〈평조 만대엽〉과 〈감군은〉ㆍ〈한림별곡〉은 현전 악보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고려가요 〈정석가〉ㆍ〈사모곡〉은 『시용향악보』(1500년경)와 이 악보에만 수록되어 있고, 〈북전〉의 3장 6구로 이루어진 한글 시형과 선율 구조는 이후 〈시조〉 형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조 신악인 〈여민락〉은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 거문고, 가야금, 향피리, 대금, 해금, 아쟁, 소금 등의 관현합주로 연주되는 〈여민락〉 7장(제8∼10장 탈락)과 관련이 있다. 당악인 〈보허자〉는 이 악보에서 거문고로 연주되면서 장(章)의 구분이 사라지고 거문고 연주법인 문현과 청현의 용법이 가미되는 등 향악화의 과정이 나타난다. 〈보허자〉의 노랫말 사(詞)는 전단(前段)인 미전사(尾前詞)와 후단(後段)인 미후사(尾後詞)로 구분되는데, 미후사의 첫 구가 미전사의 첫 구와 다른 가락으로 바뀌는 현상을 환두(換頭), 미후사의 둘째 구 이하가 미전사의 둘째 구 이하 가락을 그대로 반복하는 현상을 환입(還入)이라 한다. 이 악보의 〈보허자〉는 현행 〈보허사〉처럼 미전사의 가락과 미후사의 환두가락(“宛然共指嘉禾瑞”)만 남고, 둘째 구(“開一笑破朱顔”) 이하의 환입 가락은 생략된 형태를 보인다. 또한 〈보허사〉의 적보가 하오(下五)에서 상이(上二)에 이르는 당악기 음역을 유지하고 있는 데 반해, 거문고 선율은 음역이 넓어져서 두 옥타브에 이른다.
⑤ 당비파보
악보집의 후반부는 당비파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당비파의 악기 구조, 연주법, 기보법을 설명하는 범례가 그림과 함께 제시되어 있어, 당시 비파 연주의 실제 양상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당비파도(唐琵琶圖)
산형(散形) 평조(平調)ㆍ계면조(界面調)
탄금수법이용비파법(彈琴手法移用琵琶法)
비파보(琵琶譜)
합자해(合子解)
용좌수지법(用左手指法)
용우수지법(用右手指法)
탄법(彈法)
좌수안주법(左手按柱法)
조현(調絃)
이어지는 〈비파 만대엽(琵琶 慢大葉)〉(“오ᄅᆞ리”)은 1행 16정간 6대강의 정간보로 음의 길이를 표시하고, 오음약보, 합자보, 한자 육보 등을 병기하여 음의 높이와 연주법을 기보하였다. 이 당비파보에는 당비파 연주법, 구음, 노랫말이 비교적 자세히 기록되어 있으며, 노랫말이 붙은 선율의 경우에는 관악기 적 악보가 오음약보와 한글 육보로 병기되어 있어, 악기 간의 합주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이 악보에 수록된 〈비파 만대엽〉은 당비파 음악의 옛 모습을 전하는 유일한 고악보이다.
최선아(崔仙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