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조(李海朝, 1869~1927)가 판소리 명창 곽창기(郭昌基, ?~?)와 심정순(沈正淳, 1873~1937)이 구술(口述)한 《수궁가(水宮歌)》를 바탕으로 개작한 판소리 창본
『토의간(兎의肝)』은 소설가이자 언론인, 교육자였던 이해조가 판소리 명창 곽창기와 판소리와 가야금의 명인 심정순이 구연한 《수궁가》 사설을 개작하여 1912년 『매일신보』에 연재한 판소리 창본이다. 아니리와 창을 구분하고, 창 부분에 7종류개의 장단명을 표시했다는 점에서 판소리 창본으로서의 음악적 성격을 확인할 수 있다. 『토의간』은 전체 대목의 절반 정도가 현행 《수궁가》와 내용상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중고제 계열 《수궁가》가 ‘토끼의 지혜’보다 '자라의 충성'을 더 강조하는 특징을 지니는 데 기인한다.
『토의간』은 이해조가 곽창기와 심정순이 부른 《토끼타령(토끼打令)》을 산정(刪正)하여 1912년 6월 9일부터 7월 11일까지 28회에 걸쳐 매일신보에 연재한 판소리 사설이다. ‘토의 간’이라는 신소설식 표제 아래 ‘토끼타령(토끼打令) 강연(講演)’이라는 부제가 있고, ‘명창 곽창기․심정순 구술(口述)’, ‘해관자(解觀子) 산정’이라는 설명이 부기(附記)되어 있다. 판소리로 불리던 《수궁가》 사설을 기록하였음을 밝힌 것이다. 앞서 발표한 『강상련』이나 『연의 각』처럼 연재 종료 후 장단 표시가 생략된 소설본 형태로 신구서림, 박문서관 등에서 활자본으로 널리 간행되었다.
○ 역사 변천 과정
『토의간』은 ‘토끼[兎]의 간[肝]’이라는 뜻의 《수궁가》 창본이다. 이해조의 『옥중화』는 국한문 혼용체를 사용하고 창 부분에 장단을 표기하지 않았으나, 『강상련』 『의의각』 『토의간』은 순한글체를 중심으로 하되 꼭 필요한 경우에만 괄호 안에 한자를 병기했다. 이것은 판소리 구어체에 초점을 맞추고, ‘아니리(안이리)’, ‘진양조(긴양조)’, ‘중모리(즁모리)’, ‘엇중모리(엇즁모리)’ 등 장단을 표기하여 판소리가 지니는 서사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재현하고자 한 것이다. 『토의간』은 『매일신보』 연재 종료 후 1913년에 장단 표시가 생략된 단행본 형태의 활자본으로 신구서림에서 간행되었으며, 이후 박문서관에서도 출판되었다.
○ 음악적 특징
『토의간』은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평타령, 자진모리, 엇모리, 엇중모리 등 7종의 장단이 표기되어 있어 판소리 창본의 음악적 특징이 드러난다. 이중 '평타령'은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명칭이다. 전반적인 장단 구성은 현행 판소리와 대체로 유사하지만, 여러 장단이 지금과 같은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 '평타령'은 고제나 중고제 판소리에서 주로 쓰이던 명칭이다. 이해조의 『토의간』 구연한 심정순은 충청남도 서산 출신으로 중고제 『수궁가』의 모습을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자료가 된다.
○ 형식과 구성
『토의간』의 창 부분은 40개 대목이다. 이선유(李善有, 1872~?) 창본, 박봉술(朴奉述, 1922~1989) 창본, 임방울(林芳蔚, 1904~1961) 창본, 정광수(丁珖秀, 1909~2003) 창본, 그리고 다른 계열의 정권진(鄭權鎭, 1927~1986) 창본과 비교하여 보면, 현전 《수궁가》와 상당 부분 소리 대목 구성에 차이가 있다. 현전 《수궁가》의 주제가 '토끼의 지혜'를 향해 있는 반면, 『토의간』의 주제 의식은 ‘자라의 충성’을 향해 있는 데 있다. 현전 《수궁가》와는 독자적인 바디를 형성하고 있다. 『토의간』은 결말부에서도 선관도사가 내어준 약으로 용왕의 병이 쾌차하는 장면을 비중 있게 다루며 '자라의 충성'을 강조한다. 현전 《수궁가》는 세상 밖에 나온 토끼의 고난을 비중 있게 다루며 '토끼의 지혜'를 강조한다. 『토의간』은 〈상좌다툼 대목〉에서 두꺼비가 등장하고, 토끼의 수궁행을 만류하는 장면에 여우 대신 너구리가 그 역할을 하며, <소상팔경>이 없는 등 고제 사설 구성을 보여준다. 『토의간』 연재 첫머리에서 이해조는 “무한 유식하고, 무한 재미있고, 신출귀몰하여, 가히 근심 있는 자로 웃음이 나오고, 졸음 오는 자로 잠이 가게 할 만”(『매일신보』 1912.6.7.)하다고 강조하였는데, 실제로 『토의간』은 현전하는 《수궁가》와 비교해 아니리 형태의 재담 사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송미경(宋美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