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에서 쓰이는 악기를 제작하는 일체의 과정을 기록한 의궤.
조선 후기에 궁중의 여러 의례에 쓰이는 악기를 조성하기 위해 구성한 임시 기구인 악기조성청(樂器造成廳)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악기 제작과정의 전모를 기록한 의궤이다.
조선시대에 궁중의 악기를 조성하는 기구의 명칭은 조선 전기와 후기가 다르다. 조선 전기에는 악기도감(樂器都監) 또는 악기감조색(樂器監造色)이라는 명칭의 기구를 두어 악기를 제작했고 1682년(숙종 8) 이후에는 악기조성청(樂器造成廳)을 두어 악기를 제작했다. 또 합금(合金)을 해서 만드는 종(鐘)이나 편종(編鐘)의 제작을 위해서는 별도로 주종소(鑄鐘所)를 설치하여 악기를 제작하기도 했다. 또 소소하게 악기를 수리하거나 손질하는 임시 기구는 악기개수청(樂器改修廳)이라는 이름을 쓰기도 했다. 따라서 ‘악기조성청의궤’라는 이름으로 악기 제작이 이루어진 것은 1682년 이후의 일임을 알 수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소장하고 있는 악기조성청의궤에는 『인정전악기조성청의궤』, 『경모궁악기조성청의궤』, 『사직악기조성청의궤』의 3종이 있다.
○ 체재 및 규격
『인정전악기조성청의궤』 1책 208면. 44.6cm×31.9cm.
『경모궁악기조성청의궤』 1책 228면. 44.6cm×31.9cm.
『사직악기조성청의궤』 1책 124면. 44.6cm×31.9cm.
○ 소장처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 편찬 연대 및 편저자 사항
『인정전악기조성청의궤』는 1745년(영조 21), 『경모궁악기조성청의궤』는 1777년(정조 1), 『사직악기조성청의궤』는 1804년(순조 4)에 악기 제작을 위해 임시로 구성한 기구인 악기조성청(樂器造成廳)에 의해 편찬되었다.
○ 구성 및 세부 내용
1. 『인정전악기조성청의궤』는 1744년(영조 20) 10월 인정전의 화재로 인해 소실된 악기를 조성하는 경위와 세부 내용을 기록하여 1745년(영조 21)에 제작이 완료된 의궤이다. 불에 탄 악기들은 전정(殿庭)에 배열해 놓았던 헌가악기(軒架樂器)로서 궁중의 여러 행사에 수시로 쓰이는 것이라 화재 이후 곧바로 악기 제작 논의에 들어갔지만, 추운 날씨로 인해 제작에 곧바로 착수하지는 못하였고, 해를 넘겨 1745년(영조 21) 1월 26일 이후에 본격적으로 악기 제작이 시작되어 5월 13일에 마무리되었다. 이때 제작된 악기는 편종(編鐘) 2틀[32枚]・편경(編磬) 2틀[32枚]・건고(建鼓) 1틀・응고(應鼓) 1좌・삭고(朔鼓) 1좌・어(敔) 1좌・축(祝) 1좌・휘(麾) 1부・조촉(照燭) 1부・뒤주[斗之], 궤짝[櫃子] 등이다.
『인정전악기조성청의궤』의 구성은 좌목(座目), 계사질(啓辭秩), 전정악기조성청의궤사목(殿庭樂器造成廳儀軌事目), 논상(論賞), 각악기소입(各樂器所入), 원역공장등일삭료포상하식(員役工匠等一朔料布上下式), 이문질(移文秩), 래관질(來關秩), 품목(稟目), 감결(甘結), 의궤청(儀軌廳), 실입질(實入秩), 용후환하질(用後還下秩), 별공작(別工作)의 순이다.
2. 『경모궁악기조성청의궤』는 정조(재위 1776~1800)가 자신의 생부인 사도세자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올리는 경모궁(景慕宮)에서 경모궁제례(景慕宮祭禮)의 제례악을 연주하기 위하여 악기와 의물, 관복 등을 조성하는 경위와 세부 내용을 기록한 의궤이다. 경모궁은 정조 즉위년인 1776년에 창경궁에 부속되어 있는 후원 함춘원(含春園)이 있었던 곳에 건립되었는데 정조 즉위년 4월에 건립의 역사(役事)가 시작되어 8월에 완성되었다.
경모궁제례는 정조 즉위년 5월 1일에 제정되었다. 이는 조선 후기에 새롭게 탄생한 국가제례(國家祭禮) 가운데 하나이므로, 조선 후기에 새롭게 제정되는 제례의 특성과 제례악 형성의 원리를 지니고 있다. 새로운 제례가 이루어지면 그 제례악을 연주할 때 필요한 악기 및 연주자들이 착용할 관복(冠服)과 의물(儀物)도 새로 제작된다. 이러한 악기 및 여러 물품들은 임시 관청인 악기조성청이 주관하여 제작이 이루어지는데 경모궁 악기 조성에 관한 일체의 내용이 『경모궁악기조성청의궤』에 담겨 있다.
이때 제작된 악기와 의물, 복식은 편종(編鐘) 32매・편경(編磬) 32매・방향(方響) 32매・진고(晉鼓) 1부・절고(節鼓) 1부・축(祝) 2부・장고(杖鼓) 2부・어(敔) 2부・당비파(唐琵琶) 1부・향비파(鄕琵琶) 1부・현금(玄琴) 1부・가야금(伽倻琴) 1부・아쟁(牙箏) 1부・생(笙) 2부・훈(塤) 2부・태평소(太平簫) 1부・해금(奚琴) 1부・필률(觱篥) 2개・대금(大笒) 2개・당적(唐笛) 2개・퉁소(洞簫) 1개・지(篪) 1개・둑(纛) 2부・노도(路鼗) 1부・휘(麾) 1부・조촉(照燭) 1부・대금(大金) 1부・박(拍) 2부・무적(舞翟) 36개・무약(舞籥) 36개・목검(木劒) 12개・목창(木槍) 12개・죽궁(竹弓) 12개・죽시(竹矢) 12개(이상 악기와 의물)・개책관(介幘冠) 40건・진현관(進賢冠) 38건・피변관(皮弁冠) 36건・복두(幞頭) 2건・홍주의(紅紬衣) 40건・백주중단(白紬中單) 40건・남주의(藍紬衣) 74건・적상(赤裳) 74건・녹초삼(綠綃衫) 2건・백주대(白紬帶) 40건・홍주대(紅紬帶) 74건・오정대(烏鞓帶) 2건・백포말(白布襪) 114건・오피리(烏皮履) 114부・흑피화(黑皮靴) 2부・주판(籌板) 1좌(坐)・(이상 관복과 기타) 등이다.
『경모궁악기조성청의궤』의 구성은 좌목(座目), 계사질(啓辭秩), 품목질(稟目秩), 미포질(米布秩), 이문질(移文秩), 래관질(來關秩), 감결질(甘結秩), 공장질(工匠秩), 실입질(實入秩), 무역질(貿易秩), 용환질(用還秩), 별단(別單), 의궤질(儀軌秩), 별공작등록(別工作謄錄)의 순이다.
3. 『사직악기조성청의궤』는 1803년(순조 3) 11월 사직서(社稷署) 악기고(樂器庫)의 화재로 인해 소실된 악기를 조성하는 경위와 세부 내용을 기록한 의궤이다. 1803년 11월 3일의 실화(失火)로 인하여 사직 악기고 3칸(間)에 보유하고 있던 악기풍물(樂器風物)과 관복(冠服)이 대부분 불타고 파손되어 쓰지 못하게 됨에 따른 악기 제작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사직 악기고의 화재로 전소하거나 파손된 악기는 편종 7매와 석경 15매였다. 그러나 새로 제작한 악기는 편종이 8매로서 1매를 더 만들었고, 석경은 17매로서 2매를 더 만들었다. 이는 약간 파손되어 그대로 쓰려 했던 물량을 다시 제작하여 썼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새로 제작된 편종은 황종 2매・고선 1매・중려 2매・유빈 1매・무역 2매이고, 편경은 황종 1매・대려 2매・태주 2매・고선 1매・유빈 1매・임종 1매・협종 1매・이칙 1매・남려 2매・무역 2매・응종 1매・청황종(潢鐘) 1매・청태주(汰簇) 1매로서 편종이 더 많이 파손되었다. 같은 음높이의 종이 2매가 필요한 것은 편종 두 틀의 해당 음높이의 종이 모두 손실된 경우이다. 새로 제작된 종과 경의 음높이를 보면, 편종은 중성(中聲)만이 손실되었고 편경은 청성(淸聲) 2매도 손실을 입었던 것으로 드러난다.
『사직악기조성청의궤』의 구성은 좌목(座目), 공장(工匠), 계사(啓辭), 별단(別單), 품목(稟目), 원역공장일삭료포상하식(員役工匠一朔料布上下式), 이문(移文), 래관(來關), 감결(甘結), 실입(實入-附用還), 의궤(儀軌), 별공작등록(別工作謄錄)의 순이다.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소장하고 있는 3종의 악기조성청의궤는 영조대, 정조대, 순조대 악기 제작 목적과 제작 현황, 제작 과정, 악기를 만드는 재료, 재료의 조달 방법과 조달처, 악기 제작 단가, 악기 제작에 참여한 장인의 종류와 전공 분야, 악기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임금 상황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어 조선 후기 왕실의 악기 제작 사유와 그 내용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또 악기 제작 재료를 구하는 과정도 기록하였기 때문에 경석과 같은 특정 악기 재료의 채굴처와 채굴 방법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다.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된 조선 시대 악기조성청의궤 3종은 악기 제작 자체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여 사회경제적 측면, 문화적 측면, 인적 자원에 해당하는 각종 분야의 전문가인 장인(匠人)의 보유 실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조선시대 사회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의궤라는 의미도 아울러 지닌다.
서울대학교 규장각, 『규장각소장 의궤해제집 1』, 서울대규장각한국학연구원, 2003.
서울대학교 규장각, 『규장각소장 분류별 의궤해설집』, 서울대규장각한국학연구원, 2005.
송지원, 「조선시대 명기악기의 시대적 변천 연구」, 『한국음악연구』 39, 2006.
송지원, 「규장각 소장 조선왕실의 악기제작 의궤 고찰」, 『국악원논문집』 23, 2011.
송지원(宋芝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