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름시조의 한 종류로, 잡가풍의 선율을 빠른 3박 계열의 규칙적인 장단을 섞어 노래하는 시조.
수잡가는 넓게는 사설지름시조에 속하는 시조로, 서도 잡가풍의 선율과 5박과 8박을 벗어나 빠른 속도의 장단형이 초장 또는 중장 중간부터 섞여 있는 시조이다. 같은 장형(長型)시조를 노래하는 사설시조나 사설지름시조와 달리, 3박 계열의 빠른 장단으로 불러 민속악적 성격이 가미되어 있다.
수잡가는 사설엮음지름시조, 남창사설엮음지름시조, 엮음지름시조, 엮음시조, 휘모리시조, 엮음질림(叱音), 반시조반잡가 등의 여러 명칭으로도 불린다. 사설지름시조에서 파생된 곡으로 평시조와 사설시조 등에 비해 뒤늦게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잡가는 악곡 명칭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잡가적인 곡태를 지닌 시조이다. 19-20세기 가창자는 현행처럼 정가나 속가의 구분없이 두루 가창할 수 있었기에 시조와 같은 느린 노래를 부르다가 속가로 넘어가곤 했을 때 브릿지 역할을 해 주는 시조창곡이었다. 때문에 이 시조는 정가와 속가의 음악적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 이러한 악곡은 1900년대 초기 잡가에 능통한 사범들이 많던 한성권번 등과 같은 수도권의 권번을 통하여 전승되었을 것으로 유추된다.
○ 현황
장사훈((張師勛, 1916~1991)의 『시조음악론』에는 임기준 창제의 수잡가로 〈푸른 산중하에〉와 〈창내고자〉 두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현재 이 두 곡만이 전승되고 있다.
한편, 정경태(鄭坰兌, 1916~2003)는 이 두 곡의 선율과 장단형을 바꾸었고, 원래 사설지름시조로 전하는 〈학타고 저불고〉의 경우도 초장 선율과 장단을 바꾸어 엮음지름시조로 만들기도 하였으나 전통 가락은 아니다.
○ 음악적 특징
〈푸른 산중하에〉는 161자, 〈창내고자〉는 139자 내외로 모두 장형시조이다. 똑같이 장형시조를 노랫말로 해도 수잡가의 배자법(排字法)은 사설시조와는 전혀 다르다.
수잡가 〈푸른 산중하에〉는 초장 후반부터, 〈창내고자〉는 중장부터 서도 잡가풍의 선율과 3박 계통의 민속적인 장단에 집중적으로 많은 노랫말을 촘촘히 엮어 빠른 템포로 노래한다. 이는 사설시조가 많은 노랫말을 초장ㆍ중장ㆍ종장에 비교적 고르게 배분하고, 사설지름시조는 글자 수에 따라 5박이나 8박짜리 각(刻)을 덧붙여 길이를 늘이는 것과 달리 매우 파격적이다.
문현(文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