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랑무(黃昌郞舞)
신라에서 시작되어 조선 후기까지 전승된, 황창의 얼굴을 본뜬 가면을 쓰고 추는 검무.
황창무는 신라의 소년 황창랑(黃昌郞)이 백제왕을 암살하려다 죽임을 당한 고사에서 유래한 칼춤이다. 황창의 얼굴을 본뜬 가면을 쓰고 칼춤을 추면서 그의 충성심과 기개, 용맹함을 표현하였다. 신라에서 시작되어 경주 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되었으며, 초기에는 어린 동자(男兒)가 추었으나 조선 후기에는 교방(敎坊)의 기녀들에 의해 전승된 것으로 보이나, 20세기 이후로는 전하지 않는다.
황창무는 삼국통일 이전 신라시대에 비롯되었다. 그 유래는 두 가지 설화로 전해진다. 『동경잡기(東京雜記)』에는 7세의 소년 황창이 백제 시가에서 칼춤을 추다 궁중에 불려가 백제왕을 찌르려 했으나 실패하고 죽임을 당했는데, 신라인들이 이를 슬퍼하여 그의 얼굴을 본뜬 가면을 만들어 춤을 춘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기술되어 있다. 고려 말 이첨이 1386년 경주에서 들듣고 기록한 유래는 조금다르다. 15~16세의 황창이 백제왕을 찌르는 데 성공하고 그 자리에서 살해당했으며, 황창의 죽음으로 슬퍼하다가 실명한 어머니가 주변사람들이 '황창이 돌아와 춤춘다'며 거짓으로 전하는 말을 듣고 기뻐하다가 눈을 떴다는 효(孝)의 이야기도 함께 전해진다.
〇구성과 동작 <황창무>는 황창의 충성심, 기개, 용맹을 표현하는 춤이다. 무보(舞譜)는 전하지 않으나, 조선 후기 박종(朴琮)이 쓴 『동경유록(東京遊錄)』의 「신라십무(新羅十舞)」를 통해 그 구성과 동작을 살필 수 있다. 이에 따르면, 기녀 1인이 황창 가면과 군복을 입고 처음에는 단검(單劒)으로 춤을 시작해 후반에는 쌍검(雙劒)으로 춤춘다. 다른 기녀 1인과 상대(對舞)하여 교전(交戰)하듯 서로 압박하고(빈좌 頻挫), 몸을 굽혔다 펴며(굴신 屈伸), 검광이 눈처럼 빙빙 회전(반선검광여설 盤旋劒光如雪)한다. 이 외에도 문헌에는 '크게 돌며 곁눈질하기', '좌우로 선회하기', '검을 던지는 동작(척검 擲劒)' 등 빠르고 힘찬 검술과 대결의 동작들이 묘사되어 있다. 〇 복식, 의물, 무구 황창무는 어린 남자아이의 역할로 가면을 쓰고 추는 검무이다. 가면은 이 춤의 핵심 무구로, 황창의 얼굴을 본떴다. 구체적인 형상은 전하지 않지만, 어린 남자아이의 용맹한 인상을 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복식은 두 가지 기록이 전한다. 김만중(金萬重)의 시에는 '단후의(短後之衣)'와 '호모(虎毛)', 즉 무사의 짧은 옷과 범털 장식으로 묘사되었고, 박종(朴琮)의 기록에는 기녀가 '전립(戰笠)'과 '군복(軍服)'을 입었다고 하여, 치마저고리 위에 무인의 복색을 갖추었음을 알 수 있다. 무구로 사용되는 검은 문헌에 '추련검(단검)'이 언급되며, 박종의 기록처럼 '단검'으로 시작해 '쌍검'으로 마무리되는 등, 단검과 장검(혹은 쌍검)이 모두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보여준다. 〇 역사적 변천 <황창무>는 신라의 기원 설화 이후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며 꾸준히 연행되었다. 1386년 이첨(李詹)은 경주에서 '가면 쓴 동자(假面童子)'가 추는 것을 목격했으며, 경주 지역의 '향악(鄕樂)'으로 전승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조선 전기에는 심광세(沈光世) 등이 경주에 <황창무>가 전해짐을 기록했고, 17세기 김만중(金萬重)은 봉화에서 '여아(女兒)', 즉 어린 기생(동기)이 추는 황창무를 묘사했다. 이는 춤의 주체가 남아(男兒)에서 여성(기녀)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18세기 인물 박종(朴琮)은 경주 관아에서, 이영익(李令翊)은 '영남 교방'에서, 1872년 정현석(鄭顯奭)은 진주의 교방에서 본 황창무 기록을 남겼다. 이는 황창무 전승지역의 확장을 의미한다. 헌편, 조선 후기에는 교방에서 가면을 쓰지 않고 2인이 추는 <검무>가 전국적으로 유행하면서 <황창무>는 점차 쇠퇴하였고, 20세기에 들어서는 그 전승이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
황창무는 삼국시대 신라의 서사(敍事)를 바탕으로 창작되어 조선 후기까지 천 년 넘게 전승된, 매우 오랜 역사를 지닌 춤이다. 가면을 쓰고 칼을 추며 역사적 인물의 충의와 호국 정신을 표현한 독특한 형식의 춤으로서, 한국 검무의 기원(始原)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무용사적 가치를 지닌다.
김영희춤연구소 편, 『검무 연구』, 보고사, 2020. 이종숙, 「경주교방 황창무 복원 재현을 위한 연구 Ⅰ: 악부시(樂府詩)를 기반으로」, 『무용역사기록학』Vol.50, 무용역사기록학회, 2018.09. 이지양, 「한문학에 나타난 우리 음악과 무용」, 인천 : 한국한문학연구 제37집, 한국한문학회, 2006. 정현석 편저(2002). 성무경 역주. 교방가요. 서울: 보고사. 조혁상(2004). 「조선조 검무시의 일연구」. 성균관대학교 석사학위논문.
김영희(金伶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