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 네 젓는 소리, ᄌᆞᆷ녜 네 젓는 소리
제주 해녀들이 물질하기 위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고 들어올 때 노를 저으면서 부르는 민요
제주도 노동요 중에서 박절 구조로 되어 있는 대표적인 민요의 하나이다. 두 사람(종종 남성이 노를 젓기도 한다)이 노를 저으면, 나머지 해녀들은 배 위에 모여 앉아 장단을 맞추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노를 잡은 해녀나 별도로 노래를 잘하는 해녀가 선소리를 메기면, 나머지 해녀들이 뒷소리를 부른다.
제주도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제주 사람들의 삶은 바다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특히 해안가에 사는 제주 여성들은 물질을 하며 살아왔는데, 이 민요는 물질을 하러 노를 젓고 나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민요이다. 제주도 해안가 마을에 가장 폭넓게 알려져 있는 민요다. 참고로 중산간 마을에서는 이 민요를 거의 부르지 않았다.
○ 개요
파도가 높지 않으면, 해녀들은 물때에 맞춰 바다로 나가 물질을 한다. 가까운 해안가에서 물질할 때는 바로 바다로 들어가서 물질을 하지만, 조금 먼 곳이나 다른 섬으로 갈 때는 배를 타고 가서 물질을 한다. 따라서 이 민요를 부르는 특정한 시기나 특정한 장소는 따로 없다. 노를 젓는 동작은 매우 규칙적이다. 처음에는 비교적 천천히 노를 젓다가 노래의 흥에 따라 점점 빨라지며, 또한 중간중간에 힘을 강조하기 위해 다 같이 발을 쿵쿵 굴리는 동작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 젓는 상황이 이 민요의 박절과 형식, 그리고 속도 등을 결정하고 있다.
○ 음악적 특징
① 형식 : 이 민요의 악곡 형식은 겹 구조로 되어 있다. 짧은 두 마디의 가락을 선소리와 뒷소리가 메기고 받으며 전개된다. 이때 뒷소리는 한 마디 뒤에서 선소리를 모방하는 형태로 전개된다. 이렇게 전개되는 것이 하위 형식 구조다. 그런데 이렇게 메기고 받는 짧은 가락이 모여 큰 단락을 이루는데, 이 큰 단락이 이 민요의 상위 형식 구조를 이룬다. 이를 도해하면 A[(a+a')+(b+b’).......(d+d)]와 같다. a, b.... d 등은 두 마디 단위의 하위 형식구조이고, A는 상위 형식구조이다. 물론 상위 형식구조는 노랫말의 길이나 가창자의 여흥에 따라 확장되기도 하고 축소되기도 한다. 다만 전체 단락을 매듭지을 때는 대부분 “이여싸, 이여도 사나” 등의 여음(餘音)을 수반하는 가락으로 매듭짓는다. 이런 식으로 가락을 전개하다가 흥이 오르면 “차라 차라(k)” 등의 1마디의 삽입구를 강하게 메기고 받기도 한다. 대체로 선소리가 메기면 뒷소리가 한 마디 뒤에서 선소리를 모방으로 받는 방식으로 부르는 것이 대표적이지만, 종종 뒷소리가 일정한 후렴구(이여도 사나 등)를 반복하기도 한다.
② 장단 : 이 민요는 3소박 2박자, 곧 6/8박자로 되어 있다. 육지 식으로 보면 자진모리 장단에 해당하지만, 육지 식으로 장단을 연주하지는 않는다. 해녀들은 물질을 할 때 사용하는 ‘테왁’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배에 오르는데, 테왁으로 이른바 ‘둥덩 장단’을 치면서 이 민요를 부른다. 테왁은 전통적으로 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테왁의 겉면을 치면 공명이 생겨 악기 역할을 하였다. 속도는 대체로 빠르게 부른다.
③ 악조 : 음계는 제주도의 전형적인 레선법(레미솔라도)으로 되어 있고, 아래 레음으로 종지한다. 이 민요는 제주도 노동요의 전형적인 가락 형태인, 처음에 높은 소리를 부른 후 차츰 곡선 운동을 하면서 선율이 하강하여 “이여도 사나 이여도 사나(d)’를 부를 때는 가장 낮은 음을 부르는 형태를 잘 보여준다. ④ 창법 : 이 민요는 자연 발성을 사용하며, 육지식 요성(搖聲)이나 꺾는 목, 또는 의도적인 청성(淸聲)이나 탁성(濁聲)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목소리를 사용한다. 또한 비교적 빠르게 부르기 때문에 잔가락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가창자에 따라 가락 변이의 고저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음역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④ 반주 : 테왁이나 빗창 등 물질할 때 사용하는 도구들을 악기처럼 사용하면서 부르기도 한다. ○ 역사적 변천 및 현황 현대에 들어서서 채록한 자료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옛날의 해녀 노 젓는 소리의 변천을 확인할 길은 없다. 이 민요는 현재 민요 단체는 물론 각 마을의 해녀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전승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민요라 할 수 있다.
① 주제 : 해녀 노 젓는 소리는 제주도 여성들의 삶의 애환이 밀도 높게 드러나는 민요의 하나다. 제주 여성들의 시집살이 애환, 경제적 어려움, 가족들 간의 갈등, 그리고 노를 젓는 노동이나 물질을 하는 노동의 어려움 등을 주로 표현하고 있다. ② 노랫말 : 이 민요는 노래의 겹 구조 때문에 노랫말도 복잡하게 엮이면서 전개된다. 노랫말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도해하면 아래와 같다.
이런 특징 때문에 선소리가 서로 교차하여 노랫말이 뒤섞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며, 두 명(또는 그 이상)의 선소리꾼의 각각 자기만의 선소리를 메기는 등, 그야말로 혼합창의 방식으로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이 민요는 다양한 구조로 노랫말이 전개된다. 아래의 예시는 그 여러 방식 중의 하나이다. ‘/’ 표시는 2마디 단위의 하위 형식구조이고, 단락은 상위 형식 구조이다.
(선소리) – 뒷소리는 1마디 뒤에서 선소리를 모방하며 따라간다 이여도 사나 / 이여도 사나 / 이여도 사나 잇 이물에랑 / 이사공아 / 고물에는 / 고사공아 / 물 때 점점 / 늦어나 진다/ 이여도 사나 힛 요 네 상착 / 부러나지면 / 할산에 / 곧은 목이 / 없을소냐 / 이여도 사나 / 이여도 사나 져라 져라 / 져라 배겨라(중간에 발을 힘차게 구르는 부분) 물로나 뱅뱅 / 돌아진 섬에 / 우리 수덜 / 저 바당에 / 들어가서 / 물질허네 / 이여 싸 혼 푼 두 푼 / 벌어논 금전 / 사랑허는 / 낭군님 용돈에 / 다 들어간다 / 이여도 사나 / 이여도 사나 힛 착 손에 / 테왁을 심엉 / 착 손에 / 빗창을 심엉 / 질 두질 / 들어가니 / 전복을 딸까 / 구쟁길 딸까 / 이여도 사나 / 이여도 사나 힛 앞이 은 / 서낭님아 / 우리 수덜 / 가는 디나 / 물건 좋은 / 여끗으로 / 득달허게 / 해여나 줍써 / 이여도 사나 / 이여도 사나 요 물 아래 / 은과 금은 / 꼴렸건만 / 높은 낭게 / 욜매로구나 / 이여도 사나 / 이여도 사나 우리 어멍 / 날 날 적에 / 무신 날에 / 날 낫던가 / 일천 눈물 / 일천 시련 / 다 지와신고 / 이여도 사나 / 이여도사나
해녀 노 젓는 소리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향토민요다. 섬이라는 자연 지리적 환경을 고려하면, 제주인들의 삶의 정서가 가장 밀도 높게 나타나는 민요라고 할 수 있다. 음악적으로 볼 때, 제주의 토속적인 음악적 특징(음계나 창법 등)이 잘 드러나고 있고, 노랫말도 제주인의 일상의 삶과 거친 바다 일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주문화의 토속성이 잘 드러나는 민요라 할 수 있다. 특히 제주도 해녀 문화가 인류무형문화유산(2016년)으로 지정되어 있는 만큼, 해녀와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이 민요는 무형유산적인 가치 면에서 매우 큰 의의(意義)를 가지고 있다 할 것이다.
제주해녀문화: 국가중요어업유산(2015) 해녀노래: 제주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1971) 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2016)
조영배, 『북제주군 민요 채보 연구』, 도서출판 예솔, 2002. 조영배, 『제주도 노동요 연구』, 도서출판 예솔, 1992. 조영배, 『한국의 민요, 아름다운 민중의 소리』, 민속원, 2006. 조영배, 「제주도 민요의 음악양식 연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96.
조영배(趙泳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