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굿에 사용되며 꽹과리와 모양이 같은 무악기(巫樂器).
설쇠는 제주 무속에서 구덕북, 대양과 함께 ‘ᄀᆞᆽ인연물’을 구성하는 금속 타악기로, 본격적인 굿의 반주에만 사용된다. 놋주발 모양의 본체를 받침 체 위에 엎어놓고 두 개의 채로 교차 타격하여 연주하며, 연행의 시작과 끝을 이끌고 리듬을 주도한다. 설쇠는 음영조와 춤 사이를 연결하며 연행의 흐름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며, 연주자는 막내인 ‘소미’가 맡는 경우가 많다. 인력이나 제비 사정에 따라 구덕북과 겸연하기도 하며, 설쇠의 구음은 장단의 속도와 리듬을 조절하는 기능을 갖는다.
설쇠가 제주 무속에 사용된 시점 및 명칭의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모양이 유사한 꽹과리가 본토에서 유입되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체 위에 엎어 놓고 끈으로 만든 채를 이용해 상하로 치는 주법은 일반 꽹과리와의 차별성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또한 설쇠의 두께가 꽹과리에 비해 두껍고 측면의 깊이도 더 깊은 점은 남방계통의 금속타악기와 유사하다는 해석도 있다.
○ 형태와 구조
설쇠는 금속 몸체와 채, 연주할 때 받치는 체로 구성된다. 그 규격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특정하여 기술하기 어려우나,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조사 자료 보고서에 제시된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꽹과리처럼 생긴 몸체의 윗면 지름은 19.0㎝, 아랫면 지름은 15.0㎝, 높이는 7.5㎝이고, 짚이나 끈을 꼬아 만든 채는 두 개가 한 쌍을 이루며, 길이는 29.0㎝, 너비는 1.0㎝이이다. 설쇠를 연주할 때 받치는 ‘대체’는 지름 24.5㎝, 높이 9.0㎝이다.
○ 용도와 역할
설쇠는 제주 무속에서 구덕북, 대양과 함께 기본적인 악기 조합인 ‘ᄀᆞᆽ인연물’을 구성하며, 이 셋이 함께 합주할 때만 사용된다. ‘ᄀᆞᆽ인연물’은 ‘갖춘 연물’이라는 뜻으로, 본격적인 굿에서 심방이 춤을 출 때 반주로 쓰이며, 무가를 읊는 음영조(언어적 표현)와 이를 상징적으로 재현하는 춤(행위적 표현)이 이어질 때, 설쇠는 그 전환과 흐름을 리듬으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설쇠는 무악의 조화를 이루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연주가 빠지면 음악이 단조로워지고, 끼어들면 리듬과 흥이 살아난다. 심방들 사이에서는 “설쇠는 호랑이”라거나 “설쇠가 늦으면 흥이 나지 않는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설쇠는 무악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다. 설쇠 연주자는 굿청에서 가장 막내인 경우가 많지만, 연행의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으며 항상 대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 연주법
설쇠는 ‘ᄀᆞᆽ인연물’의 가운데에 놓여 연주되며, 가죽(구덕북)과 쇠(대양) 사이에 위치하는 작은 쇠 악기로서의 특성을 반영한다. 설쇠는 손에 들고 치지 않고, ‘대체’라 불리는 체 위에 엎어놓은 상태에서 두 개의 채로 교차 타격하여 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연주된다. 설쇠만 따로 연주하거나 구덕북·대양만으로 연주하는 사례는 없으며, 셋이 함께 구성되어야 연행이 성립된다. 설쇠를 맡는 심방 소미가 부족할 경우에는 한 사람이 구덕북과 설쇠를 동시에 연주하기도 하는데, 이를 ‘양채 친다’고 한다. 이때 연주자는 왼쪽에 구덕북, 오른쪽에 설쇠를 두고 북채의 웃채로 북을, 알채로 설쇠를 친다. 설쇠 연주는 항상 가장 먼저 시작하고 가장 나중에 끝나며, 연행 전체의 리듬을 이끄는 기준점 역할을 한다. 설쇠의 구음으로는 “느꽝나꽝”, “느저나저”, “느저왕나저왕”, “니제왁나제왁” 등이 있으며, 이는 장단의 속도와 리듬을 조절하는 기능을 갖는다. 반면 “느착나착”은 설쇠를 잘못 친 경우를 지칭하며, 설쇠가 리듬을 주도하지 못할 경우 전체 연물이 흐트러지게 된다.
○ 역사적 변천
설쇠는 제주 무속에서 실생활의 기물을 악기로 전환한 대표적 사례로, 제주 굿이 지역민의 생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채의 재료와 연주 방식 등이 연행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되어 왔다. 설쇠 연주자는 굿청에서 가장 막내인 ‘소미’가 맡는 경우가 많으며, 인력 부족이나 제비(祭費) 사정에 따라 설쇠 재비를 생략하거나 북과 함께 겸연하는 방식으로 전승되고 있다.
강정식, 『제주굿 이해의 길잡이』, 민속원, 2015.
국립문화재연구소, 『인간과 신령을 잇는 상징, 巫具-전라남도․전라북도․제주도』,2008.
현용준, 『제주도무속자료사전』, 신구문화사, 1981.
강정식(姜晶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