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수궁가》 중 한 대목으로, 토끼의 배를 갈라 간을 내놓으라는 말에 토끼가 꾀를 내어 뱃속에 간이 없다 둘러대는 대목.
어서 배를 갈라 간을 내어놓으라는 용왕과, 자신의 배에는 간이 없다 주장하는 토끼의 논쟁 대목이다. 《수궁가》에는 동물들이 등장하여 언변 대결을 벌이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토끼 배 가르는 대목은 지배 계급이자 강자로 대표되는 용왕과, 미천한 신분의 약자인 토끼의 대결로, 판소리의 풍자적 성격 및 조선 후기 서민 의식이 잘 드러난다.
○ 개요
토끼가 수궁에 당도하자 나졸, 금군 순령수들이 토끼를 에워싸 잡아들이고, 용왕은 어서 토끼의 배를 갈라 간을 내어 올리라 한다. 수궁에서 벼슬도 하고 안락한 삶을 누릴 기대에 부풀었던 토끼는 자신이 별주부에게 속았음을 알고, 죽을 위기를 넘기고자, 얼른 꾀를 내어 당당하게 배를 따보라 한다. 그런 토끼의 행동이 의아했던 용왕은 분명 곡절이 있다고 여겨 토끼에게 하고픈 말을 해보라 하고, 토끼는 비간(比干)의 고사를 거론하며 자신의 배에는 간이 없다고 한다. 용왕은 토끼의 말이 당치 않다고 꾸짖으나, 토끼는 이에 굴하지 않고 보름이면 간을 내고 그믐이면 간을 들인다는 궤변을 펴고, 결국 용왕은 토끼의 말에 속는다. 용왕과 토끼가 서로 주고받는 사설의 구체적인 내용은 유파에 관계없이 대체로 대동소이하여, ‘성현–의서-토끼 간-밑궁기 내력-별주부 비난’으로 전개된다.
○ 음악적 특징
장단은 조금 빠른 템포의 중모리장단으로 되어 있고, 악조는 우조와 계면조가 섞여 사용된다. 대개 왕이 말하는 부분은 평조나 우조로 부르고 토끼가 말하는 부분은 계면조로 불러, 두 배역이 서로 주고받는 대화의 입체감을 살린다. 이와 같이 두 인물의 대화를 서로 다른 악조를 사용하여 부르는 것은, 한 사람의 판소리 창자가 소리함에도 마치 여러 인물이 배역을 나누어 부르는 것 같은 극적인 효과를 살리기 위한 장치이다.



(아니리)
용왕이 분부허시되,
“네 토끼 듣거라. 내 우연득병하야 명의더러 물은즉 네 간이 으뜸이라 허기로, 우리 수궁의 어진 신하를 보내어 너를 잡어왔으니, 너 죽노라 한을 마라. 여봐라 토끼 배를 쫙 갈라 간을 내어, 더운 짐에 소금 찍어 두서너 점만 올려라”
토끼가 생각허니, ‘별주부한테 끌려와서 꼭 죽게 되었구나. 에라, 이왕 내가 죽을 바에야 패술이나 한번 쓰고 죽자’ 토끼란 놈이 한 꾀를 얼른 내어 배를 척 내밀며,
“자 내 배 따보시오”
용왕이 생각허기를, ‘저놈이 배를 안 때일라고 무수히 잔말을 헐 텐디, 저리 의심없이 배를 척 내민 걸 보니, 필유곡절이 있는 게로구나’
“네가 무슨 말이 있거든 말이나 하려무나”
“아니오. 내가 말을 해도 곧이 안 들을테니, 두 말 말고 내 배 따보시오”
“야 이놈아. 말이나 허고 죽으려무나”
“아니오. 내가 말을 해도 곧이 안 들을 테니, 두 말 말고 내 배 따보시오”
아, 배 따보라고 헐 제 얼른 배 따가지고 간 내 먹었으면 아무 일이 없을 텐디, 꼭 일이 그릇되느라고,
“아니, 이놈아. 이왕에 죽을 바에야 말이나 허고 죽으려무나”
(중모리)
“말을 허라니 허오리다. 말을 허라니 허오리다. 태산(太山)이 붕퇴(崩頹)허여 오성(五星)이 음음(陰陰)헌디, 시일갈상(時日曷喪) 노래 소리 탐학(貪虐)헌 상주(商紂)임군 성현(聖賢)의 뱃속에 칠궁기가 있다기로, 비간(比干)의 배를 갈라 무고(無故)히 죽였으나 일곱 궁기 없었으니, 소퇴도 배를 갈라 간이 들었으면 좋으려니와, 만일에 간이 없고 보면은 불쌍헌 퇴명만 끊사오니, 뉘를 보고 달라허며, 어찌 다시 구하리까? 당장에 배를 따서 보옵소서”
용왕이 듣고 진노허여,
“이놈 네 말이 모두 다 당치 않는 말이로구나. 의서에 이르기를 비수병즉(脾受病則) 구불능식(口不能食)허고, 담수병즉(膽受病則) 설불능언(舌不能言)허고, 신수병즉(腎受病則) 이불능청(耳不能聽)허고, 간수병즉(肝受病則) 목불능시(目不能視)라. 간이 없고야 눈을 들어 만물을 보느냐”
“예 소퇴가 아뢰리다. 소퇴의 간인즉 월륜정기(月輪精氣)로 삼겼삽더니, 보름이면 간을 내고, 그믐이면 간을 들이내다. 세상에서 병객(病客)들이 소퇴 곧 얼른허면 간을 달라고 보채기로, 간을 내어 파초 잎에다 꼭 꼭 싸서, 칡노로 칭칭 동여, 영주 석상 계수나무 늘어진 상상가지 끝끝터리에 달아매고, 도화유수(桃花流水) 옥계변(玉溪邊)에 탁족(濯足)하러 내려왔다, 우연히 주부를 만나 수궁 흥미가 좋다기로, 완경차(玩景次)로 왔나이다”
용왕이 듣고 화를 내며,
“이놈 네 말이 모두 다 당치 않는 말이로구나. 사람이나 짐승이나 일신지내장(一身之內臟)은 다를 바가 없는디, 네가 어찌 간을 내고 들이고 임의로 출입헌단 말이냐?”
토끼가 당돌히 여짜오되,
“대왕은 지기일(知其一)이요, 미지기이(未知其二)로소이다. 복희씨는 어이하야 사신인수(蛇身人首)가 되었으며, 신농씨 어쩐 일로 인신우수(人身牛首)가 되었으며, 대왕은 어이하야 꼬리가 저리 지드란허옵고, 소퇴는 무슨 일로 꼬리가 요리 묘똑허옵고, 대왕의 옥체(玉體)에는 비늘이 번쩍번쩍, 소퇴의 몸은 털이 이리 송살송살, 까마귀로 일러도 오전 까마귀 쓸개 있고, 오후 까마귀 쓸개 없으니, 인생 만물 비금주수(飛禽走獸)가 한 가지라. 뻑뻑 우기니 답답지 아니 허오리까?” ...[후략]
신은주(申銀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