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보 포악, 놀보 매질, 놀보가 흥보를 때리는 대목
《흥보가》 중 흥보 매 맞는 대목은 『조선창극사』에 ‘놀보포악’으로 소개되어 있다. 철종 고종 연간 충남 한산 출신의 명창 최상준(崔相俊)의 장기 였다고 한다. 임방울이 유성기 음반(RegalC124/B)ㆍ(Columbia 40118-B)에 남긴 〈흥보 비는데 대목〉 중 흥보 매 맞는 소리는 붙임새의 변화 없이 자진모리장단으로 빠르게 몰아가는 것을 통해 긴박한 분위기를 표현한다. 이 외에 1941년 오케판 창극 〈흥보전〉 음반(Okeh 20090-A)에 김녹주, 오수암, 임방울, 이화중선이 녹음한 흥보 매 맞는 데의 음원이 전하는데 대화체 사설과 분창형식의 연극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흥보가》 중 흥보 매 맞는 대목의 전반부는 흥보가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여 형님인 놀보집에 찾아가서 쌀과 벼와 돈을 빌어보는 장면의 아니리로 시작된다. 놀보가 매질하는 대목이 자진모리장단에 짜여 있으며, 놀보 처에게 뺨을 맞고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놀보가 대문을 걸고 흥보 매질하는 내용은 판소리 사설의 논리적 해학성이 잘 드러나는 대목으로 흥보가 매를 맞는 장면의 급박한 상황이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으며 극적인 효과를 준다. 판소리 《흥보가》에서 〈놀보 포악〉으로도 불리는 이 대목은 놀보가 흥보를 매질하는 긴박한 상황과 심술 많은 놀보의 악덕을 잘 표현한 대목이다.
흥보 매 맞는 대목은 자진모리장단에 미(mi)-솔(sol)-라(la)-도(do′)-레(re′)의 계면조로 되어있다. 그러나 여느 계면조 대목과는 달리 슬프기만 하지 않고, 동음반복과 떠는 목과 꺾는 목이 절제된 ‘도(do′)-레(re′)-미(mi′)’ 중심의 꿋꿋하고 역동적인 상행선율과 우조성음으로 부름으로서 포악한 놀보의 분위기에 적합하게 음악을 구사한다. 이 대목의 후반부는 매 맞은 흥보가 탄식하는 장면으로 흥보의 슬픔이 진계면 선율로 표현된다.
《흥보가》중 동편제 《흥보가》를 이어받은 박송희 명창의 사설을 소개한다.
(아니리)
"과거를 꽉꽉 대노니 땔 수가 없지. 오, 이제 보니 니가 흥보로구나. 심심하던 중에 잘 왔다. 얘 마당쇠야 대문 걸고 아래 행랑 동편 처마 끝에 지리산에서 것 목 쳐온 박달 홍두깨 있느니라. 일 가져오너라. 이런 놈은 복날 개 잡듯 해야 하느니라.“
(자진머리)
놀보놈 거동 봐라. 지리산 몽둥이를 눈 위에 번듯 들고 "네 이놈 흥보놈아! 잘 살기 내 복이요 못 살기도 니 팔자. 굶고 먹고 내 모른다. 볏섬 주자 헌들 마당의 뒤주 안에 다물 다물이 들었으니, 너 주자고 뒤주 헐며 전간 주자 헌들 천록방(天祿房) 금궤안에 가득 가득이 환(還)을 지어 떼돈이 들었으니, 너 주자고 궤돈 헐며, 찌갱이 주자헌들 궂은 방 우리 안에 떼 돼야지가 들었으니 너 주자고 돗 굶기며, 싸래기 주자헌들 황계(黃鷄) 백계 수백 마리가 턱턱하고 꼭교 우니, 너 주자고 닭 굶기랴." 몽둥이를 들어 메고 "네 이 놈 강도놈." 좁은 골 벼락 치듯 강짜 싸움에 계집 치듯 담에 걸친 구렁이 치듯 후다닥 철퍽! " 아이고 형님! 박 터졌소!" "이 놈!" 후다닥 "아이고 다리 부러 졌소 형님!" 흥보가 기가 막혀, 몽둥이를 피하랴고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대문을 걸어노니, 날도 뛰도 못허고, 그저 퍽퍽 맞는데 안으로 쫓겨 들어가며 "아이고 형수씨 사람 좀 살려주오. 아이고 형수씨 날 좀 살려주오."
《흥보가》 중 흥보 매 맞는 대목은 〈놀보 포악〉 대목으로 불리며, 흥보의 비극적인 상황이 최고 절정에 다다른 극한 상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놀보의 포악성을 유쾌하게 풀어내며 흥보의 슬픔을 희극적으로 표현한 대목 중의 하나이다. 자진모리장단에 놀보가 흥보를 때리는 긴박한 상황을 우조성음과 매를 맞은 흥보의 탄식을 표현하는 계면조 선율을 섞어가며 부른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유산(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2003)
김진영 외, 『흥부전 전집』 1, 박이정, 1997. 정노식, 『조선창극사』, 조선일보사 출판부, 1940. 배연형, 「임방울 흥보가의 바디 연구」, 『국악교육』 32, 한국국악교육학회, 2011.
정수인(鄭琇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