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이름 타령, 흥보가 비단타령.
비단타령은 《흥보가》 중 두 번째 박을 타고 비단이 나와서, 첫 번째 박을 타서 나온 돈과 쌀과 함께 흥보가 부러진 제비 다리를 고쳐준 은혜에 대한 보상을 받는 대목이다.
비단타령은 흥보가 두 번째 박을 타서 온갖 비단이 쏟아져 나오는 장면을 중심으로, 비단의 종류와 그 특징을 시적으로 나열하며 노래하는 대목이다. 창자는 흥보 또는 흥보 마누라로 설정되기도 하나,
전형적인 교술적 판소리의 특징상 특정 인물에 국한되지 않고, 제3자 서술자 시점에서 아니리 없이 곧바로 노래로 전개되기도 한다.
비단의 종류에는 존재하는 고급 직물과 상징적 혹은 창의적인 명칭이 혼재하며, “남양 초당의 경 좋은디 천하영웅의 와룡단”과 같은 표현은 단순한 물품 명시가 아니라 화려함과 가상의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부각시키는 언어적 장치로 기능한다.
또한 생활 속 사물이나 서정적 정서, 인물 감정까지 은유적으로 결합하여 서사성과 운율을 동시에 살려내고 있다.
1) 전인삼 唱 (동편제 계열)
· 대표적 시작 왼갖 비단이 나온다. 요간부상 삼백척 번뜻 떳다 일광단, 고소대 악양루의 적성 아미가 월광단… · 특징 비단의 이름과 비유적 표현 중심 역사적 장소, 신화, 감정 표현 혼합 “임 보내고 홀로 앉어 독수공방의 상사단” 등 감정이입 표현
2) 유수정 唱 (만정제 김소희 사사)
· 대표적 시작 왼갖 비단이 나온다. 요간부상 삼 백 척 번 떳다 일광단… · 특징 소재 추가: 머루, 다래, 포도문 등 자연물 지방명 및 직물산지 포함: 해주, 공주, 옥구, 세마포, 철남포 등 “매매흥정의 갑사로다” 등 시대적 풍속 묘사 강화
비단타령은 통절 형식의 구성으로, 독립된 구절 없이 다수의 연결 구절이 이어지며, 뚜렷한 종결구 없이 점층적으로 비단의 종류와 상황을 나열해 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는 대목 전체에 긴장감과 점진적인 고조를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장단은 빠른 속도의 중중모리장단(12/8박자)이 주로 사용되며, 반복적인 가사의 붙임새를 통해 운율감을 강조하고, 경쾌한 흐름을 형성한다. 선율과 조성은 평조를 기반으로 하며, 선율이 반복되면서도 점차 상승하여 감정을 고조시키는 구조를 갖는다. 창법은 중음역을 중심으로 하고, 빠른 템포에 맞춰 발음을 명료하게 처리하며, 발성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분명하게 구사된다. 연행 특성으로는, 창극 형태에서 흥보의 아내가 독창으로 이 대목을 부르는 경우가 많으며, 창자는 관객의 웃음을 유도하기 위해 의성어나 감탄사 등을 즉흥적으로 삽입하기도 한다. 사설의 특징은 실제 존재하는 비단 이름뿐만 아니라 상상의 비단, 그리고 감정이 투영된 은유적 표현을 혼합하여 사용하며, 한자어와 복합어의 비중이 높고, “꾸역 꾸역”, “서부렁섭적”과 같은 반복적 언어 표현을 통해 리듬감을 극대화한다.
비단타령은 단순한 재화의 획득을 노래하는 대목이 아니라, 흥보가 겪은 고난과 반전을 극적으로 연출하며 관객에게 통쾌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단순한 언어유희를 넘어서, 비단의 나열 속에 당대의 미적 감각, 계층 풍자, 서민의 열망 등이 풍부하게 녹아 있다. 또한 판소리 사설과 고사소리·잡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장르 간 접변의 사례로, 판소리의 유연성과 확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4년 지정)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등재)
인권한, 『흥부전 연구』, 집문당. 1991. 전인삼, 『전인삼의 흥보가』,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8. 채수정, 『박록주 박송희 창본집』, 민속원, 2010. 김혜정, 「광대 고사소리의 음악적 특징과 장르간 접변」, 『한국민속학』 62, 한국민속학회, 2015. 정충권, 「흥보가 비단타령에 나타난 언어 놀이」, 『선청어문』 36, 2008. 최지연, 「비단타령의 유형과 전승에 관한 고찰」, 『한국음악연구』 68, 한국국악학회, 2020.
김삼진(金三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