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 일대에서 전승되어 온 향피리 둘, 대금, 해금, 장구, 북의 여섯 악기로 이루어지는 악기 편성, 또는 이러한 편성으로 연주하는 음악
해서삼현육각은 황해도 지역에서 관아 및 사가의 연향음악, 무용반주음악, 행진음악, 연희의 반주음악으로 사용되던 향피리 둘, 대금, 해금, 장구, 북의 악기 편성, 또는 이러한 편성으로 연주하는 음악을 이른다. 상황에 따라서는 일부 악기를 제외해서 축소된 형태로 편성하는 등 변형된 형태로 편성하기도 한다.
삼현육각이라는 용어 중 삼현(三絃)은 『삼국사기』에서 가야금, 거문고, 향비파 세 개의 현악기를 의미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삼현은 궁중에 소속된 악공(樂工) 및 민간의 악사들과 같이 전문 음악가가 연주하는 기악 편성을 지칭하게 되었다. 김홍도(金弘道, 1745~1806)가 그린 〈평안감사향연도〉에서도 무용반주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삼현육각이 확인되므로 늦어도 18세기 후반에는 평안도 지역에서도 향피리ㆍ대금ㆍ해금ㆍ장구ㆍ북의 삼현육각 편성 연주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러므로 인근 지역이면서 음악적 교류가 활발했던 황해도 일대에도 삼현육각 편성이 유사한 시기에 존재했다고 짐작해 볼 수 있다.
○ 역사 변천 과정 삼현이라는 용어와 관련된 가장 이른 기록은 『삼국사기』에서 찾아볼 수 있으나 이때의 삼현은 삼현육각 편성이나 음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가야금, 거문고, 향비파의 현악기 셋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후 조선시대에 이르러 삼현이라는 용어는 궁중에 소속된 악공(樂工) 및 민간의 악사들이 연주하는 기악 편성을 지칭할 때 사용되었다. 조선시대의 어느 시기부터 오늘날 전해지는 삼현육각 편성으로 연주하게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김홍도(金弘道, 1745~1806)가 그린 〈평안감사향연도〉 중 부벽루에서 열린 연회를 그린 그림에는 무고, 포구락, 처용무 등 정재계열 무용의 반주음악을 연주하는 피리 둘, 대금, 해금, 장구, 북의 삼현육각 편성 악대가 보인다.
또한 연광정 연회도에서는 사자춤과 같은 민속무용의 반주음악을 역시 삼현육각 편성 악대가 연주하는 장면이 보인다. 그러므로 늦어도 18세기 후반에는 평안도의 인근 지역이면서 음악적 교류가 활발했던 황해도 일대에도 삼현육각 편성이 유사한 시기에 존재했을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19세기에는 황해도의 봉산, 은률, 강령 지역에서 삼현육각 편성 악대가 탈춤의 반주 음악도 담당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 연행시기 및 장소 해서삼현육각은 관아와 민간의 연향에서 거상악, 무용반주음악으로 연주되었는데 그 규모에 따라서 실내 및 야외 모두 연행장소가 되었다. 그 외에 관리의 부임 등에서 행진음악으로, 각 지역에서 연희되었던 탈춤, 줄타기와 같은 연희의 반주음악으로도 연주되었는데 이 경우는 대부분 야외가 연행장소였다. 1984년 문화재관리국에 의해 간행된 삼현육각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해주와 은율 지역에서 삼현육각이 연주된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1930년대 발매된 봉산탈춤 유성기음반의 반주자로 봉산고악단이라는 명칭이 사용되어서 봉산 지역 역시 삼현육각이 전승된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 용도 해서지방의 삼현육각은 거상악, 행진음악, 무용반주음악의 용도로 연주되었다. 귀인에게 잔을 올릴 때 연주하는 음악인 거상악(擧床樂)은 20세기 전반기 전승이 끊어졌고, 이를 기억하는 악사들과의 대담을 통해서만 확인되었다. 1984년에 문화재관리국에서 조사된 바에 따르면 황해도 해주에서는 관아의 연례와 사가의 향연에 거상악으로 삼현육각을 연주했고, 탈춤의 반주에도 삼현육각을 연주했다고 한다. 은율에서는 이러한 용도 외에 줄타기와 같은 연희에서도 삼현육각을 연주했다고 한다. ○ 음악적 특징 해서삼현육각의 악곡에는 원래 다양한 장단이 사용되었다. 느린 10박 장단, 3소박 6박 장단, 3소박 4박의 《굿거리》장단과 타령장단 등이 그 예이다.
음계 및 선법과 관련해서는 관악영산회상 계열 악곡에서는 궁중음악과 교류의 영향이 보인다. 반면에 《굿거리》와 같은 음악은 서울 및 경기 지역의 무속음악의 영향도 받았었던 것이 1930년대 봉산탈춤 반주음악에서 확인된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해서삼현육각으로 연주하는 악곡들에서는 해서지역의 음악적 특징, 즉 수심가토리의 음 구성 및 시김새가 나타난다. 한편 다른 지역의 삼현육각 악곡들과 공통된 특징도 나타나는데 예를 들면 일정한 단락이 앞부분만 변형되어 반복해서 이루어지는 악곡 형식, 동일한 장단의 사용 등이다. ○ 형식과 구성 해서삼현육각의 악곡으로는 〈긴짜〉, 〈중영산〉, 〈긴염불〉, 〈자진염불〉, 〈도드리〉, 〈자진도드리〉, 〈타령시나위〉, 〈늦타령〉, 〈자진타령〉 등이 이었다. 그 중 삼현영산회상 계열 음악인 〈긴짜〉, 〈중영산〉 등은 검무반주에 사용되었지만 〈긴염불〉, 〈자진염불〉, 〈타령시나위〉, 〈자진타령〉 등으로 대체되었다.
해서삼현육각은 연향의 거상악, 무용반주음악, 그리고 연희의 반주음악, 행진음악으로 연주되는 음악이었으므로 상황에 따라 연주되는 곡목, 연주 시간이나 연주 악기 및 인원의 편성 또한 유동적이었다. 이로 인해 일정 선율을 약간의 변형을 더해 반복적으로 전개하는 구조가 주로 사용되었다. 또한 수심가토리의 음 구성, 시김새와 같은 지역의 민속음악에서 나타나는 음악적 특징을 차용하기도 했다.
이보형, 『삼현육각: 무형문화재 조사보고서(4)』,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소, 1984. 임미선, 「해서삼현육각연구-이보형자료를 중심으로-」, 『한국음악연구』 63, 한국국악학회, 2018. 임혜정, 「해주 삼현육각 고」, 『한국음반학』 13, 한국고음반연구회, 2003. 임혜정, 「경기ㆍ해서 삼현육각의 비교 연구」, 『한국음반학』 30, 한국고음반연구회, 2020. 임혜정, 「가면극 반주음악의 단절과 전승-봉산탈춤을 중심으로-」, 『한국음악사학보』 64, 한국음악사학회, 2020. 임혜정, 「향제 삼현육각의 특징」, 『공연문화연구』 39, 한국공연문화학회, 2019.
임혜정(林慧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