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의식이 펼쳐지는 청정한 도량에 본격적으로 법식이 시작됨을 알리는 곡.
〈영산개계(靈山開啓)〉, 〈원부개계(原夫開啓)〉, 〈상부개계(詳夫開啓)〉, 〈중단개계(中壇開啓)〉 네 개를 통칭하여 ‘개계’라 한다. 4종의 개계는 모두 홑소리로 부르는 점과, 노랫말이 산문체인 점에서 공통되지만, 노랫말의 내용은 모두 다르다. 재의 종류나 청하는 대상에 따라 사용하는 개계가 다르다.
15세기 『진언권공』 의례집에서 <영산개계>의 전문을 발견할 수 있다. 다만, 『진언권공』에는 현행 <영산개계>의 전체 내용이 모두 기술되어 있지는 않다.
○ 용도
개계는 재(齋)의 종류나 예의 대상, 단의 위치에 따라 4종의 개계가 선택적으로 활용된다. 〈상부개계〉는 비교적 규모가 작은 ‘상주권공재’에서 부르는 개계이다. <원부개계>는 ‘상주권공재’보다 규모가 조금 큰 ‘시왕각배재’에서 부른다. <영산개계> 는 ‘시왕각배재’보다 규모가 조금 더 큰 ‘영산재’의 ‘영산작법’ 절차에서 부른다. 〈중단개계〉는 중위권공 절차 시에 부른다. 이처럼 개계는 각각의 악곡이 소례(所禮)나 의례의 종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절차와 설행 방식
개계는 향을 사르고 난 후, 쇄수(灑水)를 하기 전 단계에서 봉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행 재 의식에서는 한 명의 독창자가 홑소리로 개계를 부른다. 설행 시간은 짧게는 약 10분 내외에서 길게는 약 2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노래가 끝나는 지점에서 징을 세 번 치고 마치기 때문에 징의 반주의 의미보다 신호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고 하겠다.
○ 음악적 특징
〈상부개계〉는 노랫말의 첫 어절인 상부(詳夫)를, 〈원부개계〉는 노랫말의 첫 어절인 원부(原夫)를 본을 삼아 악곡의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영산개계〉는 노랫말의 첫 어절과는 무관하며, 〈대개계〉 또는 〈대가계〉라고도 부른다. 〈영산개계〉는 영산작법에서 부르는 소리이므로 ‘영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본다.
‘개계’의 박자와 빠르기는 ♩.≒40의 혼소박 불규칙 박자로 느리게 부른다. 노랫말은 모두 한문으로 된 산문체이며, 4종의 ‘개계’ 중 가장 짧은 노랫말은 〈상부개계〉이다. 가사붙임새와 선율은 일자일음(一字一音)형 또는 일자수음(一字數音)형이 간혹 보이기는 하나 대부분 멜리스마틱 스타일인 일자다음(一字多音)형의 선율이다.
송암스님이 가창한 개계의 음역은 레(re)~솔(sol′)로 완전 11도의 넓은 음역을 활용한다. 가창자에 따라 음역의 활용 양상은 조금씩 다르다. 유창렬 가창의 〈상부개계〉 음역을 보면, 미(mi)~솔(sol′)의 단 10도의 음역을 활용하는데, 최고음 솔(sol′)은 한 번 사용한다. 그러므로 송암스님의 창이 유창렬의 창보다 음역을 조금 더 넓게 활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개계의 음계는 미(mi)-솔(sol)-라(la)-도(do′)-레(re′)-미(mi′)이고 종지음은 미(mi)이다. 요성은 미(mi), 라(la), 도(do′), 레(re′) 대부분의 음에서 모두 보이나 주된 요성은 미(mi)와 라(la)를 굵게 떤다. 선율은 하행시 라(la)-솔(sol)-미(mi)로 솔(sol)을 거쳐 순차 하행하는 특징이 민요의 메나리토리와 다르지 않다. 선율의 특징적인 점은 ‘자출이는 소리’를 반복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자출이는 소리’의 가창방법은 ‘라(la)’에 강세 주어 ‘헤’라고 짧게 끊어 부른 후,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으면서 도(do)-라(la)를 반복하는데, 도(do)-라(la)를 반복하여 부를 때에 음과 음의 간격이 점점 좁아지고 속도는 점차 빨라지는 방식으로 부른다. 또 ‘개계’에서 활용되는 ‘자출이는 소리’는 독립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며, 안채비소리의 선율과 동반하여 연결되므로, 음악적 구조는 ‘자출이는 소리’와 안채비소리의 선율군이 결합된 구조라 할 수 있겠다.
○ 노랫말
〈상부개계〉
詳夫 水含淸淨之功 香有普熏之德 故將法水 特熏妙香 灑斯法筵 成于淨土 상부 수함청정지공 향유보훈지덕 고장법수 특훈묘향 쇄사법연 성우정토
〈원부개계〉
原夫 凡峙法筵 先使方隅嚴淨 恭依科敎 全杖加持 所以 水含淸淨之功 法有神通之用 將法備水 원부 범치법연 선사방우엄정 공의과교 전장가지 소이 수함청정지공 법유신통지용 장법비수
用水潔心 灑斯法筵 成于淨土 용수결심 쇄사법연 성우정토
〈영산개계〉
切以 法筵廣啓 誠意精虔 欲迎諸聖以來臨 須假八方之淸淨
절이 법연광계 성의정건 욕영제성이내림 수가팔방지청정
(하략)
〈중단개계〉
切以 香燈耿耿 玉漏沈沈 今當上供 大聖之尊 亦可次獻 冥王之衆
절이 향등경경 옥루침침 금당상공 대성지존 역가차헌 명왕지중
(하략)
○ 역사적 변천 과정
〈영산개계〉의 전문은 15세기 『진언권공』에 처음 보인다. 17세기~20세기 대부분의 의례집에 수록되어 있는 개계는 오늘날의 <영산개계>와 유사한 내용인 것으로 확인된다. 수륙재문을 추려 모은 조선 시대 불교의례서 『천지명양수륙재의범음산보집』에는 ‘영산작법’에 〈영산개계〉가 실려 있는데, 1709년 간행본은 훼손이 심하여 내용을 확실히 알 수 없으나 ‘개계’라는 제목이 기술되어 있다. 반면, 1721년 본에는 제목 없이 내용만 담고 있으며 현행과 동일한 의식문이 실려 있다.
본격적인 재의 시작을 알리는 ‘개계’는 재의 종류나 청하는 대상 등에 따라 4종의 개계 중 한 곡을 선택적으로 활용하며, 모든 재에서 나타난다. 홑소리의 대표격으로 알려진 할향, 합장게, 개계 중 산문체로 이루어진 악곡은 ‘개계’뿐이며, 다른 악곡들에 비해 선율적 요소나 가창방법 등 음악적 내용이 매우 풍부하다.
『진언권공(眞言勸供)』
『오종범음집(五種梵音集)』
『제반문(諸般文)』
『천지명양수륙재의범음산보집(天地冥陽水陸齋儀梵音刪補集)』
『작법귀감(作法龜鑑)』
『석문의범(釋門儀範)』
차형석, 「짓는소리 부호의 음악적 특징과 의미-개계를 중심으로」, 『국악원논문집』 32, 국립국악원, 2015.
한만영, 『한국불교음악연구』, 서울대학교 출판부, 1984.
차형석(車炯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