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진도 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상례놀이.
다시래기는 축제식 상례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시래기와 관련된 상례놀이의 역사적 뿌리는 고대의 기록에서 발견된다. 『수서』 「동이전」 고구려전에 의하면, “初終哭泣 葬卽鼓舞作樂以 送之(초종곡읍 장즉고무작악이 송지)”라는 기록이 나온다. 이는 “처음과 끝에는 슬퍼하며 울지만, 장례를 하면 곧 북을 치고 춤추며 음악을 연주하며 죽은 이를 보낸다.”라고 풀이된다. 이와 같은 기록은 근래까지도 진도에서 풍물을 치며 춤과 노래로써 운상하는 모습과 흡사하다는 점에서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 많은 변화를 거쳤지만 상례놀이의 연원이 오래되었음을 보여준다.
다시래기의 어원은, ‘다시나기’(다시 낳다) 또는 ‘다시락’(多侍樂, 여러 사람이 모여서 같이 즐긴다), ‘대시(待時)레기’(망자의 영혼이 떠나는 것을 기다린다)에서 나왔다고 설명된다. 다시래기의 어원은 초상집의 슬픈 분위기를 위로하기 위한 상황과 관련 있고 죽음으로부터 비롯된 상실을 치유하기 위한 의미와도 연관되어 있다.
○ 개요
다시래기를 연행하는 목적은 상주를 위로하기 위한 데 있다. 그러므로 그 연행 시기와 장소는 출상 전날 밤의 상가 마당이 된다. 근래에는 초상이 나면 장례식장을 이용하지만, 예전에는 상가에서 상례를 치렀다. 상가에서는 술과 음식을 준비하여 문상객들을 대접하고 주민들은 그것을 먹으며 밤을 새워 논다. 또한 무당을 불러 씻김굿을 하고, 노래와 춤을 추고 놀며 윷놀이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튿날 운상을 할 때는 상여 행렬 앞에서 풍물을 치며 〈상여소리〉를 부르고 간다. 상례를 치르는 전 과정이 음악과 노래, 놀이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축제식 상례의 일환으로 다시래기를 연행했던 것이다. 전통적으로 다시래기의 연행 주체는 신분과 상관없이 소질이 있는 주민이 맡았다. 이름난 다시래기꾼의 경우 다른 마을에 팔려 다니며 공연을 하기도 했다. 1980년대 초반에 다시래기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연희 능력이 뛰어난 세습 연희자의 역할이 강조되었다.
○ 절차와 구성
진도에는 두 가지 형태의 다시래기가 전승되고 있다. 무형유산 지정본의 등장인물은 거사ㆍ사당ㆍ중ㆍ가상제 등이며, ①가상제놀이 ②거사ㆍ사당놀이 ③상여놀이 ④여흥의 순으로 진행된다. 김양은본의 등장인물을 보면, 사당 2명, 거사 2명, 노파 1명, 가상주 2명, 봉사 점쟁이 1명이다. 그리고 놀이 내용을 보면 ①소고 바탕놀음 ②거사ㆍ사당놀이 ③사당 출산 ④이슬털이[상여놀이] 순으로 진행된다.

공연 내용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바뀌기도 한다. 요즘 공연 시에는 상여소리를 부르면서 입장한 뒤에 가상제놀이를 하고 여흥으로 북놀이를 하고, 마지막으로 거사ㆍ사당놀이를 한다. 이중에서 4대 배역이 펼치는 ‘가상제놀이’와 ‘거사ㆍ사당놀이’가 핵심적인 내용으로 꼽힌다. ‘가상제놀이’는 가짜 상주, 즉 가상제가 등장하여 노는 놀이다. 가상제는 다시래기가 공연되는 상황을 설정하고 배역들을 하나씩 불러내어 장기 자랑을 시킨다. 상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연극이 펼쳐진다는 점을 관객들과 공유하고 연극적 지향성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펼쳐지는 장기 자랑은 상가와 어울리지 않은 것들이다. 가상제뿐만 아니라 거사와 사당, 중 등은 엉뚱하게 분장하고 나와서 예상치 못한 행동들을 하고 기이한 동작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이러한 파격이 죽음으로부터 비롯된 상가의 슬픈 분위기와 극적으로 대비돼 나타난다.

‘거사ㆍ사당놀이’는 거사와 사당이 주도하는 놀이다. 남자가 여장을 하고서 사당 역할을 연기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본래 ‘거사ㆍ사당놀이’는 중이 등장하지 않고 거사와 사당이 노래를 주고받으면서 가무를 하던 방식이었으나 극적 흥미를 위해 중이 등장하는 삼각관계가 설정되었다. 이 과장에서는 익살스러운 동작과 춤 그리고 농담 가득한 대사들이 펼쳐진다. 거사는 봉사 흉내를 내면서 등장하며, 사당은 임신한 몸으로 과도하게 화장을 하고서 과장된 몸짓으로 활갯짓을 하고 등장한다. 이렇게 등장한 거사와 사당이 함께 나와 한바탕 춤을 추고 노래를 주고 받는다. 그리고 중이 등장하면서 사당을 둘러싼 삼각관계가 펼쳐진다. 마지막에는 사당이 아이를 낳게 된다. 사당이 아이를 낳는 장면은 ‘거사ㆍ사당놀이’의 마지막 대목이다. 사당의 치마 속에 인형을 넣어 두었다가 그것을 꺼내 들고서 아이를 낳는 장면을 연출한다.
○ 음악 및 무용적 특징
진도다시래기에서 사용되는 악기는 꽹과리, 장구, 북 등이다. 이 악기를 이용해서 느린중모리, 중모리, 자진모리, 진양조와 같은 장단을 연주하면서 노래와 춤 반주를 한다. 다시래기에서 불리는 노래는 〈다시래기소리〉(느린중모리), 〈중타령〉(중모리), 〈개타령〉(중모리), 〈경문소리〉(자진모리), 〈자장가〉(중중모리), 〈상여소리〉(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다시래기소리〉는 거사와 사당이 주고받으면서 부르는 노래로서 다시래기에 수용된 사당패소리의 흔적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장가〉는 거사가 사당의 뱃속에 있는 아이를 대상으로 부르는 노래인데, 일반적인 자장가와 달리 거사가 과장된 동작을 곁들여 큰 목소리로 부른다. 다시래기의 해학적인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다시래기소리-거사ㆍ사당소리〉
에라 요년 가시낭년 밥차림시로 머리 긁지 말어라 이 떨어진다 지나 헤~ 잘도 허네 에헤에 잘도나 헌다 우리 거사 사당이 잘도나 헌다 아 헤에
< 2004년에 제작된 진도다시래기 기록화 영상. 가상제의 한량 성주풀이 부분 ⓒ국립무형유산원 >
〈자장가〉 둥둥 강아지 어허둥둥 강아지 둥둥둥 어허둥둥 강아지 어서어서 자라나 깨비 복부로 들어가거라 어허둥둥 강아지 어덩 밑에서 생겨났느냐 어허둥둥 강아지 내 새끼는 꽃밭에서 잠자고 남의 새끼는 개똥밭에 잔다 어허둥둥 강아지 둥둥 어허둥둥 강아지 두리둥둥 강아지 두둥둥둥 강아지 물에 빠진 강아지가 흙속에서 나오더니 밥 한통을 다 먹는다 어허둥둥 어허둥둥 어허둥둥 강아지야~ (이경엽, 『진도다시래기』, 국립문화재연구소, 2004.)
○ 복식·의물·무구
가상제는 큰 짚신을 모자처럼 쓰고 짚으로 엮은 마람으로 치마를 두르고 도굿대(절구공이)로 지팡이를 짚고 나온다. 거사는 누더기 옷과 허름한 갓을 쓰고 양 손에 지팡이와 담뱃대를 들고 등장한다. 사당은 여장 남자의 행색이며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빨간 속바지가 다 보이는 치마 저고리 차림으로 등장한다. 중은 머리에 고깔 모양의 짚모자를 쓰고 목에 염주를 두르고 손에는 목탁을 들고 등장한다.
○ 역사적 변천 및 현황
축제식 상례에 대한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여러 자료가 있다. 물론 이 기록들은 객관적인 기술이 아니며, 민간의 풍속에 대해 유교적인 기준으로 평가를 하고 전래의 풍속을 금지하고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런 기록은 조선 시대 내내 꾸준히 나오는데, 축제식 상례가 그만큼 민간에서 폭넓게 지지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하지만 지배 계층은 성리학적 지배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민간의 축제식 상장례 풍속을 강압적으로 규제하고 금지했다. 이런 까닭에 전래의 축제식 상례가 축소되거나 유교식 의례와 결합되는 과정을 거쳤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진도에도 조선 후기 이후 유교 예법이 도입되었지만 전래의 풍속을 단절시킬 만큼 적대적인 관계에 있지 않았다. 그로 인해 유교식 의례와 전래의 상례놀이가 조화를 이루면서 전승되었다.
진도다시래기의 연행 내용을 보면 조선 후기에 유행하던 유랑연희 내용이 상당 부분 수용돼 있음을 볼 수 있다. 거사와 사당이 어우러져 놀고, 사당패소리가 주요 레퍼토리로 구성되었다는 것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이것은 인근 신안에서도 볼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서남해 지역 민속연희사의 일반적인 양상 중의 하나인 것으로 해석된다.
1980년대 초에 고로들의 관극 기억에 의존해서 진도다시래기가 복원되는 과정에서 내용이 재구성되었다. 당시 생존한 다시래기 연희자가 있었으나, 그의 존재와 다시래기 전승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래기가 복원된 까닭에 전래의 ‘노래식’ 다시래기가 ‘연극식’ 다시래기로 변모되었다. 1985년에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보존회를 통해 전수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다시래기 연희자 출신 김양은(金良殷, 남, 1892~1985) 구술본이 남아 있다. 요즘에는 상가에서 다시래기를 하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무형유산 정기행사 공연이나 기획 공연에서 다시래를 공연을 만날 수 있다.
이두현∙정병호, 「진도다시래기」, 무형문화재지정조사보고서 제161호(『무형문화재조사 보고서』제17집, 문화재관리국, 1985).
이경엽, 『진도다시래기』, 국립문화재연구소, 2004.
이경엽, 『상례놀이의 문화사』, 민속원, 2016.
이경엽, 「세습 예인의 근대 경험과 전통의 재구성」, 『실천민속연구』 33, 실천민속학회, 2019.
정병호, 「진도다시래기」, 『중요무형문화재해설』(연극편), 문화재관리국, 1986.
이경엽(李京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