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간 악보(井間 樂譜)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칸을 나누고, 그 공간에 음, 장단, 구음 등을 기록하여 음의 길이를 알 수 있도록 고안한 기보법.
정간보는 조선 전기 세종(世宗, 1397~1450) 시기에 창안한 것으로,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정방형의 칸을 나누고, 각 칸에 음높이 또는 장단, 구음 등을 표기하여 음의 길이와 장단을 동시에 시각화한 기보법이다. 당시, 중국에서 전래된 율자보와 여러 문자보 등의 기보법이 사용되었으나, 이는 음의 길이를 명확히 나타낼 수 없었다. 세종은 이를 극복하고자 악학 관계자들과 함께 새로운 기보법을 창안하게 되었다.
정간보(井間譜)가 언제 만들어졌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다. 다만, 1447년(세종 29) 6월 정대업(定大業), 보태평(保太平), 봉래의(鳳來儀) 등의 향악보가 모두 정간보로 기록된 점을 볼 때 적어도 1447년 6월 이전에 창안된 것으로 유추하고 있다.
①개요
우리나라 음악은 중국음악과는 달리, 길고 짧음의 변화가 많기 때문에 기존에 음높이 중심의 악보로는 우리 음악을 제대로 나타낼 수 없기 때문에 길이 중심의 정간보를 창안하였다.
②사용 범위
정간보는 총보(總譜)의 형태로 기악과 성악을 모두 나타내며 주로 향악곡 기보에 사용되었다. 현대에는 타악기를 기보할 때에
③기보 유형
초기의 형태인 『세종실록』에는 위에서 아래,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된 세로쓰기가 원칙이다. 총보(總譜)의 형태로 되어 있는데 3~6행을 묶어 악기 및 노랫말을 기보하고 있다. 예를 들어 6행보의 경우 현악기(군)과 유율 타악기-관악기(군)-장구-박-노랫말 순으로 나타내고 있다. 현대에 들어, 타악기를 기보할 때 편의상 세로쓰기가 아닌 가로 정간보의 형태로 사용하기도 한다.
④표기 방식
원래 정간보는 위에서 아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가는 세로 악보이며, 음의 길이를 표현하는 기보 체계이기 때문에 음의 높이를 담아내기 위해 율자보, 오음약보, 합자보, 육보 등 음고기보법을 함께 쓰는 것이 특징이다.
⑤역사적 변천 및 현황
『세종실록』 악보에서 향악이 아닌 아악을 기보하는 데에는 특정 음에 대응하는 문자를 적는 율자보(律字譜)가 사용되었다. 아악은 각 음의 길이가 일정하므로, 음의 길이가 아닌 높이를 지시하는 기보법이 활용된 것이다. 반면, 세종이 고안한 정간보는 음의 길이를 나타낼 수 있는 기보법이다. 세종이 만든 정간보는 한 행이 총 32정간이었으나, 세조 때 이를 절반으로 줄이고 한 행을 3ㆍ2ㆍ3ㆍ3ㆍ2ㆍ3 정간으로 나누어, 열여섯 정간이 여섯 대강(六大綱)으로 구분되도록 개정(改定)하였다.
양덕수(梁德壽, ?~?)의 『양금신보(梁琴新譜)』(1610)나 편저자 미상의 『증보고금보(增補古琴譜』(17세기 말) 등 일부 고악보에서는 정간 없이 대강만을 구분하여 사용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한 행이 20정간, 16정간, 10정간, 6정간, 4정간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며 가로 정간보 형태로 기보하기도 한다.
⑥교육적 활용
정간보는 제6차 고등학교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처음 언급되었으나 제7차 음악과 교육과정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교과서에 사용되었다. 세로 정간보는 단소 관련 활동에서 제시되었고 교육용으로 제작한 가로 정간보는 주로 장단과 노랫말, 말붙임새를 익히는 활동에 사용한다. 장단 학습 시에는 장단 부호나 구음을 넣어 활용하고. 노랫말, 말붙임새 관련 학습에서는 노랫말을 넣기도 한다. 교육용으로 제작된 정간보의 경우, 정간 안에 점선을 그어 소박이 드러나도록 표시하기도 한다.
⑦의의 및 평가
정간보는 조선 전기 악학의 이론적 정립을 상징하는 대표적 성과이자. 동양 최고(最古)의 유량 기보라는 점에서 동양의 음악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더욱이 총보(總譜) 형태로 기록된 점은 그당시 서양에서도 시도된 적이 없는 매우 독창적이면서 실용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간보는 동․서양음악의 다양한 기보법 중에서도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혜구, 「한국의 구 기보법」, 『한국음악연구』, 국민음악연구회, 1957. 장사훈, 「한국음악의 기보법」, 『한국전통음악의 연구』, 보진재, 1975. 홍순욱, 「20세기 정간보 기보체계 형성 연구」, 서울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8.
정미영(鄭美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