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 잔치의 마지막에 "성수만세(聖壽萬歲)" 등으로 군왕을 송축하는 뜻 <야심사>와 함께 불리던 고려가요.
군왕을 송축하는 뜻의 고려가요로 궁중 잔치의 마지막에 , 〈야심사〉와 함께 불린 곡이다. 가사는 변방의 사신들이 들어와 하례하고, 궁정 안은 아름다운 음악이 울려퍼지고, 문무관료들은 "태평시절(大(太)平時節)"을 노래하고, 군왕은 "성수만세(聖壽萬歲)"의 송축을 들으며 환궁악에 맞추어 돌아가는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풍입송〉은 군왕을 송축하는 뜻의 사설로 『고려사』 「악지」의 주석에 <한림별곡>, 〈야심사〉와 함께 잔치의 마지막을 알리는 세 곡의 노래로 기록되어 있어서 그 유래는 고려시대까지 올라간다.
○ 역사적 변천 및 현황
조선 태종 2년(1402) 6월 〈풍입송〉은 사신(使臣)을 위한 잔치에서 연주가 허락되었고, 세종대에는 〈풍입송〉이 문소전의 아헌악으로 연주되었다.
조선 세조~성종대 문신 성현의 『용재총화』에 의하면 조선 초에 문인들은 한 명이 고려가요 〈풍입송〉을 연주하면 그에 맞춰 다른 한 명은 노래하는 형식으로 금 문화를 향유했다. 또한 당시 〈풍입송〉은 문인들의 학금 입문곡으로 활용되었다.
조선 연산군대 『시용향악보』에 가사와 악보가 전하고, 조선 후기 이형상의 『악학편고(樂學便考)』(1712)에 가사가 전한다.
조선 초 창작된 〈유황곡〉과 《종묘제례악》의 〈융화〉의 모곡으로 차용되었다.
최근에는 오선보로 역보된 악보가 출간된 바 있다.
○ 작품 개요
『시용향악보』에 수록된 〈풍입송〉은 군왕을 칭송하는 내용으로 된 시가이고, 전체 가사는 『고려사』 「악지」에 수록되어 있다.
〈풍입송〉의 가사는 『고려사』 「악지」와 『악장가사』 및 『시용향악보』에 전한다. 『고려사』 「악지」에는 순한문으로 되어 있지만, 『악장가사』와 『시용향악보』에 전하는 가사는 사(詞)의 중간중간에 ‘아’, ‘야’의 토(吐)가 달려 있다.
○ 줄거리
『고려사』 「악지」에 수록된 〈풍입송〉 가사와 『시용향악보』의 〈풍입송〉 가사는 부분적으로 다르다. 예를 들어 『고려사』 「악지」에는 ‘해동(海東)’으로 되어 있는 반면, 『시용향악보』 제1행은 ‘성명(聖明)’으로 되어 있고, 『고려사』 「악지」의 ‘제불(帝佛)’이『시용향악보』에는 제2행 ‘제신(帝神)’으로 되어 있다. 또한 『고려사』 「악지」에 수록된 〈풍입송〉은 ‘이세(理世)’로 끝나는데, 『시용향악보』 제3행 마지막 음절에서 제4행으로 이어지는 가사는 ‘이세흔(理世欣)’이다.『시용향악보』에 수록된 〈풍입송〉의 원문과 해석을 제시하면 다음 〈표 1〉과 같다.
| 원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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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천자당금제(聖明天子當今帝) 신보천조부화(神補天助敷化) 내리세흔(來理世欣)아. 은심하이고금희(恩深遐邇古今稀) 외국궁추진귀복(外國躬趍盡歸伏)야, 사경영청파창기(四境寧淸罷搶旗), 성덕요탕난비(聖德堯陽難比)야. 차락태평시(且樂太平時), 시처생소성(是處笙簫聲)아, 정비(鼎沸)야. 병전락음(幷闐樂音), 가가희기축(家家喜祈祝), 분향추옥수(焚香抽玉穗)야. 유아성수만세(惟我聖壽萬歲)야, 영동산악천제(永同山嶽天際)야. 사해승평유덕(四海昇平有德), 함승요시(咸勝堯時)야. 변정무일사(邊庭無一事), 장군(將軍)아, 보검휴갱휘(寶劒休更揮)야. 제산항해자래조(梯山航海自來朝), 백보헌아천지(百寶獻我天墀)야. 금계옥전호만세(金階玉殿呼萬歲), 원아주장등보위(願我主長登寶位)야. 대차대평시절(對此大平時節)아, 현관가요성미(絃管歌謠聲美)야. 주성(主聖)아, 신현(臣賢)아, 해후하청해연(邂逅河淸海晏)아. 이원제자(梨園弟子), 주예상백옥소아황전(奏霓裳白玉簫我皇前)아. 선악영정개응율(仙樂盈庭皆應律), 군신공취태평연(君臣共醉太平筵). 제의다환(帝意多懽), 시차일은루(是此日銀漏), 막최빈전(莫催頻傳)아. 문(文)아, 무(武)아, 관료배하(官寮拜賀) 공축황령(共祝皇㱓)아. 천임옥련회(天臨玉輦廻). 금궐벽각요(金闕碧閣繞)아, 상연(祥煙)아. 빈분화대열천행(繽紛花黛列千行), 생가요량진신선(笙歌寥亮盡神仙). 쟁창환궁악사(爭唱還宮樂詞)아, 위보성수만세(爲報聖壽萬歲)야, 위보성수만세(爲報聖壽萬歲)야. |
신성하고 밝은 천자는 당연 지금의 폐하로, 신이 돕고 하늘이 도와 부화하는데, 내려와 다스리니 세상이 기뻐하는 구나. 원근(遠近)과 고금(古今)에 드문 일이네. 외국에서 친히 달려와서 모두 귀의(歸依)하여, 사방의 변경이 편안하고 깨끗해져서 창과 깃발을 내던지게 되니, 성덕(聖德)은 요(堯)임금이나 탕(湯)임금에게도 견주기 어려우리. 또 태평시절을 즐기나니, 이곳에서는 생황(笙簧)과 소(簫)의 소리는, 떠들썩하게 들끓는구나. 아울러 음악소리 가득하니, 집집마다 기쁘게 기도하며, 아름다운 이삭 뽑아 향을 피우네. 오직 우리 임금님의 수명이, 만세토록 영원히 산같이 높고, 하늘같이 끝없기를 바랄뿐이네. 사해(四海)가 태평하고 덕(德)이 있음이 모두 요(堯)임금 시절보다도 낫구나. 변경(邊境)과 조정(朝廷)에 아무런 사고도 없으니, 장군아, 보검(寶劒)을 휘두를 일 다시는 없겠구나. 먼나라 사신들이 스스로 내조(來朝)하여, 온갖 보물을 우리 임금의 뜰에 바치는구나. 금으로 만든 섬돌과 옥으로 지은 전각에서 만세를 외치면서, 우리 임금님께서 오래도록 보위(寶位)에 계시기를 바라네. 이러한 태평시절을 마주하니, 악기소리, 노래 소리가 아름다워라. 임금님은 성스럽고 신하는 현명하니, 흙탕물 황하(黃河)가 맑아지고 바다의 파고도 잔잔하구나. 이원(梨園)의 제자들이, 우리 임금님 앞에서 백옥(白玉)의 퉁소로 예상곡(霓裳曲)을 연주하네. 뜰을 가득 메운 신선의 음악이 모두 음률에 맞으니, 태평스런 술자리에서 임금과 신하가 함께 취하는구나. 임금님의 마음이 매우 흡족하니, 시계[銀漏]야, 바로 오늘은, 자주 알려 재촉하지 말라. 문무 관료들이, 절하면서 축하를 올리며, 모두 임금님의 장수를 비네. 천자께서 옥련(玉輦)을 타고 돌아가시니, 금빛 궁궐, 푸른 누각에, 상서로운 연기 어렸네. 꽃같이 흐드러진 미녀들이 천개의 줄을 지어 늘어섰는데, 생황에 맞춰 부르는 노래는 고요하고 밝아 모두다 신선 같구나. <환궁악사(還宮樂詞)>를 다투어 노래함은, 성수만세(聖壽萬歲)를 알리기 위함일세, 성수만세(聖壽萬歲)를 알리기 위함일세. |
○ 형식과 구성
〈풍입송〉은 장가(長歌)지만 선율의 반복과 변주가 많아서 곡의 도입부(AB)를 반복하는 형태이다. 또한 궁(宮)을 중 심으로 위로는 상이(上二), 아래로는 하이(下二)까지 넓지 않은 음역에서 순차 진행하는 선율이 많아서 괘를 짚은 손가락을 옮겨가며 연주하기가 수월한 악곡으로 평가된다.
〈풍입송〉은 16정간 6대강에 전체 76행에의 긴 곡으로 악조는 평조이며, 종지형은 下一-下二-下三-下四-下三-下三으로 종지한다.
〈풍입송〉의 장단은 6행 단위로 ‘고(3정간)편(2정간)고(3정간)고(3정간)편(2정간)고(3정간)/고(3정간)편(2정간)고(3정간)고(5정간)편(3정간)/쌍(5정간)편(3정간)쌍(5정간)고(3정간)/편(5정간)고(3정간)쌍(8정간)/고(5정간)편(3정간)쌍(5정간)고(3정간)/편(5정간)고(3정간)쌍(5정간)편(3정간)/’이 반복된다. 이와 같은 장고형은 다른 악곡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조선 초 창작된 〈유황곡〉과 《종묘제례악》의 〈융화〉의 모곡으로 차용되었다.
〈풍입송〉의 끝에서 반복되는 위보성수만세(爲報聖壽萬歲)야의 가락은 〈야심사〉의 끝에 두 번 반복되는 ‘궁루촉수연연(宮漏促水涓涓)’의 가락과 같다.
〈풍입송〉은 관찬 악보인 『시용향악보』에 수록된 열네 번째 곡으로, 조선초 신악 〈유황곡〉, 〈융화〉와 비교하여 변개법을 보여줄 수 있는 원곡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풍입송〉은 고악보에 16정간 6대강에 오음약보로 기록되어 현재에도 옛음악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고려사』 「악지」 『악장가사』 『악학편고』 『조선왕조실록 『시용향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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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영(尹娥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