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보록은 태조 이성계가 왕이 된 것은 예견된 것이라는 내용을 담아 태조 2년(1393)에 정도전이 지어 올린 악장으로, 태종(太宗, 1367~1422, 재위 1400~1418)대에 춤과 함께 연행되었다. 『태종실록(太宗實錄)』 권1에 의하면 “첫 번째 탕을 올리면 관저(關雎, 중국의 고전인 『시경(詩經)』 「주남(周南)」편에 수록된 민요시)를 노래하고, 첫 번째 잔을 올리면 수보록정재를 한다.”고 되어 있다. 수보록은 세종대에도 활발하게 공연되었으나 이후에는 연행된 기록이 없다.
○ 개요
태조 이성계가 왕위에 오르기 전 지리산 석벽 속에서 진귀한 내용이 담긴 책을 받은 사실을 춤과 노래, 음악으로 표현한 것으로, 새로운 왕조를 세운 당위성을 합리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태조실록』에 나온 전문은 다음과 같다.
“주상 전하께서 잠저(潛邸)에 계실 때에, 어떤 사람이 지리산(智異山) 석벽(石壁) 속에서 이상한 글을 얻어 바쳤는데, 뒤에 임신년(1392년, 조선 개국)에 이르러, 그 말이 그제야 맞게 되었으므로, 수보록(受寶籙)을 지었습니다. 저 높은 산에는 돌이 산과 가지런했는데, 여기서 이를 얻었으니 실로 이상한 글이었습니다. 용감한 목자(木子; 합치면 이(李)씨로 이성계를 의미)가 기회를 타서 일어났는데, 누가 그를 보좌하겠는가? 주초(走肖; 합치면 조(趙)씨로 조준을 의미)가 그 덕망 있는 사람이며, 비의(非衣; 배(裵)씨로 배극렴을 의미) 군자(君子)는 금성(金城)에서 왔으며, 삼전삼읍(三奠三邑; 정도전을 의미)이 도와서 이루었으며, 신도(神都)에 도읍을 정하여 왕위(王位)를 팔백년이나 전한다는 것을 우리 임금께서 받았으니, 보록(寶籙)이라 하였습니다.”
○ 절차와 구성
『악학궤범』에 의하면 수보록은 봉족자(奉簇子) 1인ㆍ죽간자 2인ㆍ보록(寶錄) 1인ㆍ지선(地仙) 2인ㆍ승지 1인과 의물을 든 18인의 무용수로 구성되어 있다. 보록을 든 중앙의 무용수 좌우에 무용수 18인이 9인씩 나누어 서는데, 안쪽에서부터 인인장ㆍ정절ㆍ작선이 첫 줄에 서고, 정절ㆍ봉선ㆍ정절이 둘째 줄에 서며, 셋째 줄에는 용선ㆍ정절ㆍ미선의 순으로 서서 위엄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수보록의 진행은 ⓛ 족자를 든 무용수와 죽간자를 든 무용수가 앞으로 나아가 하늘이 내린 부서(符瑞, 왕이 천명을 받을 상서로운 징조)를 받아 온 백성이 기뻐하고 축하를 올리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고 물러나기 ② ‘보록’을 받든 무용수가 앞으로 나가 족자의 뒤쪽에 꿇어앉아 승지에게 ‘보록’을 받들어 전하고 허리를 숙이고 일어나 노래하고 물러나기 ③ 위의 18인이 제자리에서 발을 디딤하면서[족도(足蹈)] 보록사(寶籙詞)를 함께 부르기 ⑦ 다시 부르며, 왼쪽의 9인은 동쪽을 향해 밖으로 돌고, 오른쪽의 9명은 서쪽을 향해 안으로 돌며 세 번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기④ 지선이 앞으로 나와 춤을 추고 물러나기 ⑤ 죽간자가 나와 퇴구호 하고 족자와 함께 물러가기 ⑥ 뒤이어 모두가 물러나며 마치는 절차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둥글게 함께 돌면서 보록사를 노래하는 것은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며 추는 것이다.
○ 창사
수보록에서는 치어인, 죽간자 2인, 의물을 든 18인의 무용수가 노래를 부른다. 핵심적인 상징무구인 ‘보록’을 받든 무용수가 ‘보록’을 승지에게 전하고 몸을 숙였다 일어서서, 오른팔을 들고 치어를 부르는데 창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문 |
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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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간자 구호] |
受皇天之符瑞, 棨景運之靈長. |
하늘의 부서(符瑞, 왕이 천명을 받을 상서로운 징조)를 받아 |
[치어] |
受寶籙得異書也. 太祖在潛邸, 有人得異書於智異山石壁中以獻. 後至歲壬申其言乃驗, 作受寶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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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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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간자 구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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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김천흥, 『정재무도홀기 창사보2』 번역: 강명관
○ 반주음악
수보록의 반주음악은 진행되는 과장에 따라 변화를 보인다. 입장과장에서 죽간자ㆍ족자ㆍ보록ㆍ승지의 무용수들이 〈회팔선인자(會八仙引子)〉에 맞춰 춤을 추고, 춤과장에서는 위의 18인은 〈보허자령(步虛子令)〉ㆍ지선 2인은 〈금전악령〉에 춤을 추고 마친다. 퇴장과장에서는 다시 〈회팔선 인자〉가 연주되고 죽간자와 족자ㆍ위의ㆍ보록ㆍ지선이 퇴장한다.
○ 복식ㆍ의물ㆍ무구
수보록에 사용하는 의물은 당악정재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죽간자를 비롯하여 인인장ㆍ 정절ㆍ작선ㆍ봉선ㆍ미선ㆍ용선이 있으며, 족자와 상징적인 무구인 보록을 사용한다. 수보록의 복식은 조선 초기 여기 복식으로 머리에는 잠(箴)ㆍ 차ㆍ 수화(首花)를 꽂고, 이마에 대요(臺腰)를 두른다. 상의로는 남저고리 위에 단의를 입고, 하의로는 말군을 입고 그 위에 상을 두르며, 혜아를 신는다.
김경숙(金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