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보심술타령
놀보심술은 판소리 흥보가 중 놀보의 부정적인 성격을 부각시키기 위한 대목으로, 청중에게 권선징악의 중심축이 될 인물의 대비를 선명히 전달한다. 주로 자진모리장단의 경쾌한 리듬에 실어 열거식으로 노래되며, 놀보의 악행이 풍자와 과장의 기법을 통해 나열된다. 이는 변강쇠가의 변강쇠, 심청가의 뺑덕어미처럼 도덕적 비행을 보여주는 인물 설정과도 유사하다.
○ 개요 및 곡의 위치 곡명 의미: 놀보의 심술을 나열한 소리라는 뜻 연행 시기 및 장소: 판소리 《흥보가》 연창 시, 도입부 등장인물 성격 묘사 장면 주체 및 용도: 소리꾼이 아니리 이후에 청중에게 놀보의 성격을 유머러스하게 전달하며 분위기를 이끈다 소속 악곡 : 흥보가 중 도입부 대목
○ 형식 및 음악적 특징 형식: 일괄 나열식 통절형식 장단: 자진모리장단 사용, 빠른 템포에 가사를 밀도 있게 배열 가사 붙임새: 주로 4·4조 2음보, 간혹 3음보 또는 4음보 사용 악조 및 토리: 평조 선율에 기반하며, 우조 토리에 가깝다. 계면조나 우조의 전형적 시김새는 드러나지 않음 창법: 가창은 흥보가 전체의 발성 중에서 경쾌하고 빠른 리듬이 강조되는 구간으로, 기교보다는 빠른 발음과 해학적 표현력이 중요함
○ 구성 이 대목은 아니리로 시작하여 놀보의 성격을 해설하다가, 본격적인 소리 대목에서 자진모리장단으로 악행을 나열한다. 아니리: 놀보와 흥보 형제의 출신 배경, 놀보의 신체 묘사(‘오장 칠보’), 심술보 설정 등 서사적 도입 소리: 다양한 심술을 열거하여 그의 인격적 결함을 극단적으로 묘사
놀보심술의 노랫말은 명창의 전승계보에 따라 수사 표현과 열거 방식에 차이가 나타난다. 아래는 대표적인 동편제 계열인 전인삼(강도근 사사), 채수정(박송희 사사)의 사례이다.
● 전인삼 唱 (강도근 계보)
특징: 놀보의 외모 및 장기 구조를 ‘오장 칠보’로 설명하며, 심술을 유머와 해학으로 묘사 심술 수: 상대적으로 중간 분량 노랫말 일부 (자진모리): 대장군방 벌목허고, 오귀방에 집을 짓고, 불 붙는디 부채질을 활활 허고, 호박에 말뚝 박고, 과객 붙들었다 내어쫓고, 곱사등이는 뒤집어 놓고, 앉은뱅이는 턱을 차고, 봉사 눈에 똥 칠 허기... 심술 표현 방식: 비현실적 설정 포함, 사회적 약자에 대한 풍자적 표현 반복
● 채수정 唱 (박송희 계보)
특징: 박송희 계열의 강한 골계 표현이 반영되어 보다 직설적이고 통렬한 표현 다수 심술 수: 더 간결하고 압축적 노랫말 일부 (자진모리): 대장군방 벌목허고, 삼살방에 이사권코, 호박에 말뚝 박고, 길가는 과객 붙들었다가 내쫓고, 우는 놈은 발가락 빨리고, 똥누는 놈 주저앉히고, 새갓 보면 땀때 띠고, 비단전에다 물총놓고... 특징적 표현: 주체적 윤리의식보다 사회규범 전복적 표현 강조
놀보심술 대목은 흥보가의 골계적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으로, 흥보의 선함과의 대조를 통해 권선징악의 주제를 강조한다. 단순한 웃음을 넘어 사회적 규범 파괴자에 대한 풍자, 민중적 정의감과 비판정신이 결합된 대목이다. 또한 전통 판소리의 리듬감, 언어 유희, 연기력의 집중도를 요구하는 구간으로 소리꾼의 기량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는 심청가의 뺑덕어미 대목이나, 변강쇠가의 변강쇠 행실 묘사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1964년 지정)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 (2003년 등재)
이상택, 『흥부 놀부의 인물 평가(흥부전 연구)』, 집문당, 1991. 인권한, 『흥부전 연구』, 집문당, 1991. 채수정, 『박록주 박송희 창본집』, 민속원, 2010.
김삼진(金三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