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에 대한 서러움과 동시에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생의 즐거움을 노래한 판소리 단가.
시작 부분은 늙어감의 서러움을 노래하나, 인생무상과 한탄에 그치지 않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생의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인생무상은 단가에 자주 사용되는 주제로, 백발가에서와 같이 흔히 낙천적인 정서로 표현되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 보자’로 마무리된다. 담담하게 소리하는 단가의 특성에 따라 중모리장단에 우평조로 소리하는데, 창자에 따라 계면조를 섞기도 한다. 가야금병창으로 연주하기도 한다.
○ 개요
오늘날 주로 불리는 단가 백발가는 백발을 한탄하는 내용으로 시작하여, 중국의 유명한 인물들인 제경공(齊景公)과 한무제(漢武帝), 백이숙제(伯夷叔齊)의 고사를 나열하며 인생무상을 이야기한다. 이어, “야야 친구들아 승지강산 구경 가자”로 흐름을 전환하여, 당나라의 시인 하지장(賀知章)이 지은 〈채련곡(採蓮曲)〉을 인용하여 금강산의 경개를 묘사한다. 후반부에는 재(齋)를 지내는 승려들의 모습을 묘사하는데, “법고는 두리둥둥 목탁은 따그락 뚝딱 죽비는 좌르르르 칠 적에”와 같이 여러 의성어를 사용하여 표현한다. 마지막 종지부는 단가에 흔히 사용되는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세”로 마무리한다.
판소리 단가(短歌)는 판소리를 하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해 하는 비교적 짧은 노래로, 오늘날에는 판소리와 상관없이 독립적인 악곡으로도 부른다.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지 않고 담담하게 노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노랫말의 내용은 대부분 ‘산천경개’, ‘인생무상’ 등으로 되어 있고, 판소리 대목 중 일부의 내용을 차용하는 경우도 있다. 단가 <백발가>도 백발의 서러움을 한탄하며 인생무상을 노래하나, 후반부에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생을 즐길 것을 권하며 낙천적 성격을 드러낸다. 20세기 전반, 새로운 창작물의 단가 및 다른 단가 혹은 타 장르 성악곡의 노랫말을 차용하여 다양한 변이들이 등장하였으나 오늘날 주로 불리는 단가는 20여 종에 불과하다.
○ 음악적 특징
단가는 보통 빠르기의 중모리장단과 우조 및 평조를 사용하여 점잖으면서도 담담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표현한다. 단가 백발가 또한 중모리장단과 우평조의 선율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동백의 단가 〈강산경가(백발가)〉는 계면조로 선율을 구성하고, 일부 몇몇 창자들 역시 계면조의 선율진행을 부분적으로 포함하기도 한다. 그러나 단가에 사용된 계면조는 특유의 애절함이 표현되지는 않는데, 이동백의 <강산경가(백발가)> 역시 꿋꿋한 통성 위주로 소리를 질러내고 있어, 여느 계면성음과는 차이가 있다.
단가 백발가는 ‘인생무상’을 낙천적인 정서로 그려내고 있는 점에서는 모두 공통적이나, 20세기 전반 무렵에는 창자에 따라 다양한 노랫말로 불렸다. 1928년 녹음된 이동백의 <강산경가(백발가)>는 “젊어 청춘 좋은 그때 엊그젠줄 알았더니~”로 시작하여, 후반부에 ‘등장 사설(하느님 전에 등장을 가자)’을 사용하였고, 1936년 발매된 조앵무의 <백발가(불수빈)>은 “세상사가 허망허다. 어화 소년님네 백발 보고 웃들마소”로 시작하며, 1932년 발매된 박록주의 <백발가(초로인생)>는 오늘날 흔히 불리는 단가 백발가와 동일한 사설로 구성된다. 오늘날 주로 불리는 백발가의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백발이 섧고 섧다 백발이 섧고 섧네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다
우산(牛山)에 지는 해는 제경공(齊景公)의 눈물이로구나
분수(汾水)의 추풍곡(秋風曲)은 한무제의 설움이라
장하도다 백이 숙제 수양산 깊은 곳에 채미(采薇)하다가 아사(餓死)를 한들
초로 같은 우리 인생들은 이를 어이 알겠느냐
야야 친구들아 승지강산(勝地江山) 구경가자
금강산 들어가니 처처(處處)이 경산(景山)이요 곳곳마다 경개(景槪)로구나
계산파무울차아(稽山罷霧鬱嵯峨) 산은 층층 높아 있고
경수무풍야자파(鏡水無風也自波) 물은 출렁 깊었네
그 산을 들어가니 조그마한 암자 하나 있는데
여러 중들이 모아들어 재맞이 하느라고
어떤 중은 낙관 쓰고 어떤 중은 법관(法冠) 쓰고
또 어떤 중 다리 몽둥 큰 북채를 양손에다가 쥐고
북을 두리둥 둥둥 목탁은 따그락 뚝딱 죽비는 차르르르 칠 적에
탁자 위에 늙은 노승 하나 가사(袈裟) 착복(着服)을 으스러지게 매고
구붓구붓 예불을 하니 연사모종(煙寺暮鐘)이라 하는 데로구나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자
출처: 성창순 창 「국악대전집 OSKC-1063」
정양, 최동현, 임명진. 『판소리단가』 서울: 민속원, 2003.
신은주(申銀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