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공명을 하직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은둔 선비의 마음을 표현한 노래로, 제목은 제2장 ‘양한수명허여 운림처사 되오리다’에서 차용한 것이다. 전체 16장으로 구성되며, 5박 장단으로 되어 있다. 오늘날에는 주로 8장까지만 부른다. 노래의 속도는 대략 1분에 24정간(♩=24)으로 약 15분 정도 소요된다.
○ 개요
〈처사가〉는 세상공명을 하직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은둔 선비의 마음을 표현한 노래이다. 다른 12가사와 마찬가지로 전문가가 불렀고, 그 노래를 즐긴 향유층은 선비들이었으므로 주로 풍류방이나 누정(樓亭)과 같은 풍류공간에 연행되었을 것으로 본다. 오늘날에는 무대에서 공연형태로 주로 연주된다.
○ 음악적 특징
〈처사가〉는 총 16절로 구성된다. 한 장단은 5박으로 되어 있는데, 장별 길이는 다르다. 즉 제1장은 7장단, 제2장은 11장단, 제3~10장은 12장단으로 구성된다. 처사가는 〈상사별곡〉ㆍ〈양양가〉와 마찬가지로 5박 장단을 사용한다.
음계는 제1장의 경우에는 황종(黃:E♭4)ㆍ태주(太:F4)ㆍ중려(仲:A♭4)ㆍ임종(林:B♭4)의 4음이 쓰여 황종 평조처럼 보이나 제2장부터 무역(無:D♭5)이 쓰여서 황종(黃:E♭4)ㆍ태주(太:F4)ㆍ중려(仲:A♭4)ㆍ임종(林:B♭4)ㆍ무역(無:D♭5)의 레(re)선법을 띤다. 간혹 중려 평조로 보기도 하지만, 제2~8장까지 종지음이 황종(黃:E♭4)으로 되어 있어 황종이 중심음이 되는 레(re)선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처사가〉는 전문 음악인이 노래하고 그에 맞춰 악기가 반주하는 형태로 연주되었다.
19~20세기 고악보 중에는 거문고ㆍ양금ㆍ생황 등의 악기가 연주했던 가사 반주선율이 기록되어 있다. 가사를 노래할 때에 현악기나 관악기로 반주된 사실을 보여주는데, 점차 현악기는 반주에 쓰이지 않고 피리ㆍ대금ㆍ해금ㆍ장구 위주의 반주로 바뀌었다. 대개 단잽이로 구성하며, 상황에 따라 악기의 수를 줄이기도 한다. 다른 가사와 마찬가지로 〈처사가〉도 요즘에는 대개 장구에 피리 또는 대금 관악기 하나로 반주한다. 반주 선율은 정형화된 선율 없이 노래 선율의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연주하는 방식인 수성(隨聲)가락으로 연주한다.
○ 역사 변천 과정
〈처사가〉는 19세기 중후반 무렵 불리기 시작하였는데, 그 반주선율이 양금악보인 『(기묘)금보(琴譜)』에 전한다.
그러나 이후 노래의 처음 부분을 시조 초장, 끝 부분은 시조 종장과 같이 바꾸고, 중간 부분은 〈상사별곡〉 선율을 확대ㆍ변주한 형태로 변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시조의 선율을 차용하는 과정에서 장단도 시조와 같은 5박 장단을 사용하게 되었다.
여러 가집에 수록된 〈처사가〉의 노랫말은 조금씩 다르다. 특히 현행 〈처사가〉의 끝인 ‘아마도 차강산임자(江山任者)는 나뿐인가 하노라’는 『(육당본)청구영언(靑丘永言)』(1852년 추정)에는 없고, 『남훈태평가(南薰太平歌)』(1863)에 처음으로 보이는데, 노래의 끝을 시조 종장처럼 만들기 위해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하규일(河圭一, 1867~1937)은 〈처사가〉를 격조가 낮은 4가사에 포함시켜 이왕직아악부 아악생들에게 전수하지 않았다. 〈처사가〉는 하규일 이후 이왕직아악부에 초빙된 임기준(林基俊, 1868~1940)에 의해 전수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 노랫말
〈처사가〉의 노랫말은 한시에 한글로 토를 단 형태이다. 내용은 세상공명을 하직하고 운림처사가 되어 허름한 옷을 몸에 걸치고 죽장(대나무 지팡이)을 손에 쥐고 산수 자연을 노닐면서 별유천지가 바로 여기라고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제8장까지의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장 |
노랫말 |
해설 |
1장 |
천생아재(天生我才) 쓸데없어 |
타고난 재능 쓸데없어 |
2장 |
양한수명(養閑守命)허여 |
한가로이 천명 지켜 |
3장 |
삼절죽장(三節竹杖) 손에 쥐고 |
세 마디 대지팡이 손에 들고 |
4장 |
적적송관(寂寂松關) 닫었는데 |
고요히 소나무 문 닫혔는데 |
5장 |
산림초목(山林草木) 푸르럿다 |
산림초목 푸르렀다 |
6장 |
강호어부(江湖漁夫) 같이 허여 |
물가에 노니는 어부같이 |
7장 |
백구비거(白鷗飛去) 뿐이로다 |
흰 갈매기 날아갈 뿐이로다 |
8장 |
수척은어(數尺銀魚) 낚아내니 |
두어 자 은빛 물고기 낚아내니 |
※노랫말 출처: 이양교ㆍ황규남 공편, 『십이가사전』, 중요무형문화재 제41호 이양교 전습소, 1998.
김창곤(金昌坤),임미선(林美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