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춘향가》 중 몽룡이 광한루에 올라가서 아름다운 경치를 노래하는 대목
○ 용도
풍경을 묘사하기 위해 한시(漢詩)의 구절을 삽입하는 형태는 판소리에서 자주 쓰이는 구성이다. 왕발의 시 『임고대(臨高臺)』를 활용한 것은 적성가뿐만 아니라, 《춘향가》의 〈기산영수(箕山潁水)〉 대목에서도 “동원도리 편시춘(東園桃李 片時春)”이라는 글귀가 사용된다. 주로 아름다운 풍경을 설명하고 그 광경에 도취한 인물의 심리를 빗대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 음악적 특징
적성가는 진양조장단으로 노래한다. 대마디대장단을 위주로, 특히 제1~4박에서만 소리하고 제5~6박에는 사설이 붙지 않는 형태가 반복 사용되어 정연하고 꿋꿋한 느낌을 준다. 또한 네 장단 혹은 여덟 장단을 기준으로 기-경-결-해 구조가 규칙적으로 짜여있다.
흔히 이 대목의 소리를 가곡성우조라고 하는데, 주로 진양조장단과 함께 사용되어 한가로운 장면을 묘사하는 데 구성되어 있다. 우조의 장중하고 씩씩한 소리와 함께 가곡에서 쓰이는 맑고 유연한 소리가 함께 쓰이는 것이 특징이다. 힘찬 통성으로 내지르다가도 가성을 사용하여 여린 속소리를 내는 창법이 대비된다. 지르는 목, 폭깍질 목(막는 목), 떨구는 목 등을 사용하여 우조의 씩씩하고 장중함이 느껴진다. 더불어 가곡의 느린 요성처럼 고음역대에서 음을 추켜들고 가면서 흔드는 형태의 상행 요성, 감는 목, 뒤집는(엎는) 목 등을 사용하여 가곡풍의 매끈하고 화평한 멋스러움이 동시에 드러난다.
○ 형식과 구성
악곡의 전반부는 광한루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장면이고, 후반부는 오작교를 바라보며 연분을 바라는 몽룡의 심리가 표현된다. 노랫말의 형식은 『임고대(臨高臺)』의 시구를 비롯해 3ㆍ4조나 4ㆍ4조의 운율에 맞추어진 짜임이 대구를 이루고 있어 정형시의 느낌을 준다.
“적성의 / 아침 날에 // 늦은 안개 / 띠어있고 //
녹수의 / 저문 봄은 // 화류 동풍 / 둘렀난디 //”
반면, 정정렬 창본은 광한루에 도착한 후에 방자가 몽룡에게 사면 경치를 아뢰는 대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내드름부터 차이가 크다.
“동편을 가르치며(가리키며) 저 건너 보이는 산은 지리산 내맥인디 신선 내려 노든디요.(후략)”
아래는 “적성의”로 시작하는 창본의 노랫말이다.
(아니리)
도련님이 광한루 위에 올라서서 사면 경치를 바라보실 적에
(진양조)
“적성(赤城)의 아침 날에 늦은 안개 띠어있고
녹수(綠樹)의 저문 봄은 화류동풍(花柳東風) 둘렀난디
요헌기구하최외(瑤軒綺構何崔巍)난(=는) 임고대를 일러있고
자각단루분조요(紫閣丹樓紛照耀)난 광한루를 이름이로구나
광한루도 좋거니와 오작교가 더욱 좋다
오작교가 분명허면 견우직녀 없을쏘냐
견우성은 내가 되려니와 직녀성은 뉘라서 될꼬
오늘 이곳 화림 중에 삼생연분 만나볼까”
김경아, 『성우향이 전하는 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 학림사, 1987.
노민아(盧珉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