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의 인귀 제례악 연주에 사용하던 두 개의 북에 네 개의 북면으로 된 붉은 색의 타악기.
조선 세종대부터 궁중에서 인귀(人鬼: 사람 신)에 제사할 때 노도(路鼗)와 함께 헌가(軒架)에 편성되었던 아악기로, 팔음(八音) 중 혁부(革部)에 속하는 타악기이다. 붉은색 칠을 한 길쭉한 북 두 개를 서로 교차하도록 북 틀에 꿰어 놓은 형태이다. 헌가에서 진고(晉鼓)와 함께 음악을 시작할 때와 음악을 마칠 때 모두 연주하였으며, 매 악절 끝에서 음악의 절주(節奏)에 따라 진고와 동시에 쳤다(同擊). 현재는 문묘제례악 연주에만 쓰인다.
노고에 대한 기록은 주례(周禮)』「고인(鼓人)」에 처음 보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세종대부터 선농(先農)ㆍ선잠(先蠶)ㆍ우사(雩祀)ㆍ문선왕묘(文宣王廟) 등 인귀 제례의 헌가에 편성하여 연주했다.
< 중국 북송시대 진양이 1103년에 송 휘종에게 헌정한 『악서』 권116 「악도론」 아부에 그려진 노고 그림 ©국립국악원 >
○구조와 형태
노고는 가자와 북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자(架子: 나무 틀)는 용두(龍頭), 색사유소(色絲流蘇), 화광(火光), 사호(四虎)로 장식되어 있다. 용두는 나무틀 맨 윗부분 가로지르는 나무 양 끝에 새긴 용머리 장식이며, 용의 입에 색사유소를 물려 드리운다. 화광은 용두 사이 중앙에 있는 불꽃 모양의 장식이다. 사호는 네 마리의 호랑이가 사방을 향해 있는 형상의 받침대이며, 이것의 중앙을 뚫어 가자의 발을 꽂아 세운다. 북은 타원형의 북 두 개로 구성되어 있고, 두 개를 서로 엇갈리게 꿰어 놓은 형태이다. 각 북에 두 개의 북면이 있으며, 모두 네 면이다. 인귀의 강신악은 9변(變)이고, 9변인 이유는 금은 흙(土)에서 산출되므로 토의 수 5를 더했기 때문이다. 노고(路鼓)의 북면이 네 개인 것은 금(金)의 속성이 화(化)할 수는 있어도 변(變)할 수 없으므로, 인귀의 성질이 이에 상응하여 금의 수 4를 쓰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고의 색깔은 붉은 색이다. 붉은 색은 인간을 상징하는 색이다. 북채에 대한 기록은 없으나, 현재는 나무막대 끝에 천을 감아 만들어 사용한다.
○ 제작법 북통의 재료가 되는 나무를 고르고, 북통을 만들고, 가죽을 다루어 북을 메우고, 색을 칠하고, 북 틀과 장식을 만드는 일반적인 북 제작 순서에 따른다. 노고의 북통에는 붉은색을 칠하고, 두 개의 북통을 서로 엇갈리게 하여 가자에 매달린 기둥에 고정시켜 만든다. ○ 용도 노고는 궁중에서 인귀의 제례악에 사용하던 북이다. 조선시대 인귀의 제례에는 선농(先農), 선잠(先蠶), 문묘(文廟), 우사(雩祀)의 제례가 있었다. 선농 제례는 신농(神農)과 후직(后稷)에 올리는 제례이고, 선잠 제례는 서릉씨(西陵氏)에게 봉행하는 제례이며, 문묘제례는 공자, 연국공(兗國公, 안자), 성국공(郕國公, 증자), 기국공(沂國公, 자사), 추국공(鄒國公, 맹자)에 올리는 제사이고, 우사는 구망(勾芒), 축융(祝融), 후토(后土), 욕수(蓐收), 현명(玄冥), 후직(后稷)에 올리는 제사이다. 세종대에는 종묘제례악도 아악이었으므로 노고를 편성했으나, 세조 9년 <보태평> <정대업>을 종묘제례악으로 채택한 이후 헌가에 노고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세종실록에는 선잠에 노고가 아니라 토고(土鼓)를 편성한다고 되어있으나, 악학궤범에는 노고로 되어있다. ○ 악기 연주법 헌가가 음악을 시작하기 위해 악작(樂作)을 연주할 때, 노도를 세 번 소리 낸 후 축을 세 번 치고 진고 한 번, 노고 한 번 치는 것을 세 차례 반복한다. 음악이 시작되면 매 악절 끝 즉 4자 1구로 된 노랫말 마지막 글자에서 진고와 노고가 한 번씩 치는 것을 두 차례 반복한다. 음악을 마치는 악지(樂止)에서는 진고 다음에 한 번씩 치기를 세 차례 한다. 북채로 북의 한 면만 쳐서 소리 낸다.
○ 역사적 변천 아악은 고려시대에 도입되었지만, 고려 시대에 노고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없다. 조선 세종대부터 궁중에서 인귀 제사인 선농ㆍ선잠ㆍ우사ㆍ문선왕의 제례악에 노고가 편성되었다. 세종대에는 종묘제례악에도 노고를 사용했으나, 세조대에 종묘제례악이 〈보태평〉ㆍ〈정대업〉 중심으로 바뀐 이후에는 종묘제례악에는 노고를 편성하지 않게 되었다. 대한제국 시대에는 선농, 선잠, 문묘제례에 사용했고, 현재는 문묘제례에만 쓰인다. 『세종실록』의 「오례」에 그려진 노고는 정현(鄭玄, 127~200)의 설을 따라 두 개의 북통을 원형 틀에 꿰어 매단 형태이다. 이는 『악학궤범』 및 현행 노고의 북 두 개를 아래, 위로 서로 엇갈리게 꿰어 놓은 것과 다르다. 『악학궤범』에서 노고는 붉은색을 칠한다고 하였다.
제례에 편성하는 뇌고, 영고, 노고는 각각 북통에 검은색, 노란색, 붉은색을 칠하고 북면 수를 6ㆍ8ㆍ4로 하여 하늘ㆍ땅ㆍ사람 제사에서 울린다. 이들 북통의 색이나 북면의 개수는 모두 상징적인 의미를 지녔다. 이 외에 용이나 백로로 장식한 북 틀을 호랑이 모양의 받침대에 세운 것 등 동물 형상과 다양한 문양 장식에도 종교ㆍ주술적 의미를 부여했다. 악기 그 자체로서도 진고와 함께 음악의 시작과 끝을 알리고 리듬과 악절을 구분하는 역할을 해왔다.
국립고궁박물관 편, 『왕실문화도감 궁중악무』, 국립고궁박물관, 2014. 국립국악원 편, 『악학궤범』, 국립국악원, 2011. 송혜진 글ㆍ강원구 사진, 『한국 악기』, 열화당, 2001. 송혜진ㆍ박원모 글, 현관욱 사진, 『악기장ㆍ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민속원, 2006. 이지선 해제ㆍ역주, 『한국음악학학술총서 제10집: 조선아악기사진첩 건, 조선아악기해설ㆍ사진첩, 이왕가악기』, 국립국악원, 2014. 이혜구 역주, 『한국음악학학술총서 제5집: 신역 악학궤범』, 국립국악원, 2000. 진양 지음, 조남권ㆍ김종수 옮김, 『역주 악서 4』, 소명출판, 2014.
최선아(崔仙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