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가(春香歌)》 중 군로사령들이 변사또의 명을 받고 춘향을 잡으러 왔으나 춘향에게 돈을 받고 돌아가는 대목
《춘향가》의 돈타령은 다소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면이 강조된 대목으로 변사또의 명을 수행해야할 군로사령들이 춘향이 주는 돈을 받고 돌아가는 내용의 대목이다. 해당 대목은 염계달(廉季達, 순조~철종)의 더늠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김창룡(金昌龍, 1872~1943)의 음원을 통해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경기 음악어법인 경드름을 사용하며 중중모리장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돈타령은 순조(1800~1834)와 철종(1849~1863) 사이에 활동한 염계달의 더늠으로 이는 일제강점기 때 명창인 김창룡의 돈타령 음원에서 “염계달이 염선생 제였다”라는 시작 부분의 아니리를 통해 알 수 있다. 본래 돈타령은 염계달의 더늠인 경드름으로 짜여 있었으나 현재는 설렁제 또는 계면조로 변화되었고, 사설도 본래 염계달의 돈타령과 달리 축소 및 변형되어 전승되고 있다. 염계달의 돈타령이 변형된 예로는 보성소리를 들 수 있는데 정권진ㆍ조상현ㆍ성창순ㆍ성우향의 사설을 보면 “여보소 이것이”, “돈돈돈돈 봐라” 등의 사설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염계달의 돈타령 중 일부가 삽입된 형태로 장단 구성은 창자에 따라 ‘중모리-중중모리’ 또는 ‘중중모리-빠른 중중모리’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 정정렬제 《춘향가》는 군로사령들이 돈을 받는 돈타령 대목 자체를 생략하고 춘향을 바로 잡아가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외에도 바디에 따라 《흥보가》에서 계면조로 구성된 돈타령을 삽입하여 부르는 경우도 존재하므로 현재 전승되는 소리들 중 염계달의 돈타령이 그대로 전승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돈타령은 사설의 내용에 따라 크게 사령이 돈을 거절하는 전반부와 사령이 돈을 들고 노는 후반부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전반부는 춘향이 건네는 돈을 사령들이 거절하다가 은근슬쩍 챙기는 모습을 그리고, 후반부는 춘향에게 갖은 환대를 받으며 챙긴 돈을 들고서 ‘돈타령’을 부르는 장면으로 이어져 매우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면이 강조되어 있다. 해당 대목은 경드름을 개발한 염계달의 더늠인만큼 본래 경기 음악의 어법인 경드름으로 짜여져 있었는데 이는 김창룡이 부른 돈타령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돈타령의 구성음은 ‘솔(sol)-라(la)-도´(do′)-레′(re′)-미′(mi′) 또는 파′(fa′)’이며 도′(do′)에서 솔(sol)로 하행시 라(la)를 거쳐 순차진행하고, 구성음들을 고르게 사용하는 등 경기 음악의 특징들이 매우 잘 드러난다. 또한 장단은 중중모리를 사용하는데 가창 속도가 현재 창자들보다 다소 빠른 편이다.
돈이야, 돈 봐라. 돈이야, 돈 봐라. 대장부 있는 데으 돈이란 말이 당치 않네. 우리나 자네나 한 문안 구실을 해며 돈이란 말이 당치 않네. 말게 말게, 그리 말게. 유전이면 가사귀라, 돈을 바래고 내가 왔나? 말게 말게, 그리 말게, 그런 법이 없느니라. 재물이 흥성허니 재물을 바래고 내가 왔나? 말게 말게 그리 말게. 꽁무니 돈을 차고 장히 좋아 노는구나. 돈이야 돈이야, 돈 봐라. 대장부 한 걸음에 돈 닷냥이 삼겼구나. 돈돈돈돈, 돈돈돈, 돈 봐라, 돈이로구나. 생평통보 좋은 돈, 돈돈돈, 돈 봐라.
김창룡 창 돈타령 「Columbia 40149-A 명창조 돈타령」
돈타령은 판소리에서 사용되는 여러 악조 중 경드름의 사용 양상이 매우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남도 지방의 음악어법인 계면조 중심의 판소리에서 타 지역의 음악 어법들을 도입한 대목으로, 명창 개인의 음악적 성향과 기량이 매우 돋보이며 긴박한 상황 속에서 극적 분위기의 전환을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사설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돈’이라는 주제를 두고 공무를 수행해야 하는 사령들의 모습이 매우 직설적으로 표현되어 대중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데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되었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유산(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정노식, 『조선창극사』, 조선일보사 출판부, 1940. 성기련, 「20세기 염계달제 경드름의 변모 양상 연구」, 『판소리연구』 12, 2001. 송미경, 「춘향가 소리 대목 및 더늠의 전승 양상과 판소리사적 의미」, 고려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5. 이보형, 「판소리 경드름에 관한 연구」, 『서낭당』 창간호, 1971. 이보형, 「고음반에 제시된 판소리 명창제 더늠」, 『한국음반학』 창간호, 1991.
정진(鄭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