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을 유람하며 풍류를 즐기고 군주의 만수무강을 비는 내용의 판소리 단가
강산을 유람하며 풍류를 즐기는 내용으로, 악곡명 운담풍경(雲淡風景)은 노랫말의 첫 부분인 “운담풍경근오천(雲淡風景近午天)”에 근거한 것이다. 중모리장단에 우평조로 담담하게 소리한다.
누가 지은 단가인지는 알 수 없으나, 연원이 그래 오래되지는 않은 단가로 20세기 전반에 많이 불렸다. 1929년 발매된 김초향(金楚香)의 음반이 전하고, 1930년대 박록주, 신숙, 오비취, 권농선, 이봉희, 강춘섭 등의 음반이 발매되었다. 20세기 전반의 단가 운담풍경은 창자마다 조금씩 다른 노랫말로 구성되어 있다.
판소리 단가(短歌)는 판소리를 하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해 하는 비교적 짧은 노래로, 창자와 고수의 호흡을 맞추고, 관객들에게 있어서는 본격적인 소리를 감상하기에 앞서 준비하는 성격을 갖는다. 판소리에 종속적인 형태를 띠나, 오늘날에는 판소리와 상관없이 독립적인 악곡으로도 부른다.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지 않고 담담하게 노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노랫말의 내용은 대부분 ‘산천경개’, ‘인생무상’ 등으로 되어 있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지 않고 담담하게 노래한다. 단가 운담풍경도 강산을 유람하며 풍류를 즐기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되, 군주의 성수무강을 비는 내용이 더하여진다. 20세기 전반, 새로운 창작물의 단가 및 다른 단가 혹은 타장르 성악곡의 노랫말을 차용하여 다양한 변이들이 등장하였으되, 오늘날 주로 불리는 단가는 20여 종에 불가하다. 단가는 보통빠르기의 중모리장단과 우조 및 평조를 사용하여 점잖으면서도 담담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표현한다. 단가 운담풍경 또한 중모리장단과 우평조의 선율로 소리한다.
단가 운담풍경의 전반부인 “운담풍경 근오천” 부분은 중북 북송 중기의 유학자 정호의 시 「춘우일성」과 『해동가요(海東歌謠)』(주씨본)에 기록된 조선 후기 이정보의 시조에서 차용하였다고 볼 수 있고, 후반부의 “남상송백 울울창창” 부분은 『청구영언(靑丘永言)』 「만횡청류(蔓橫淸類」 항목에 수록된 시조 및 『역대시조전서』에 수록된 조선 고종 때의 가객 안민영 (安玟英, 1816~1885)의 시조와 유사하다. 또한, “청풍서래하고 수파는 불흥이라” 부분은 중국 북송의 시인 소식의 「적벽부」 사설의 일부이며, “풍월강산 구경하고 동해로 건너오니” 이하는 단가 〈대관강산〉과 유사하고, “우리도 일민이 되어 격양가를 부르리라” 이하는 단가 〈진국명산〉 사설의 일부이다. 즉, 단가 운담풍경의 노랫말은 사설시조 및 동시대 여러 단가의 사설 일부와 관련 있어, 이들 노랫말을 결합하여 창작한 것이라 하겠다.
운담풍경근오천(雲淡風輕午天) 소거(小車)에 술을 싣고
방화수류과전천(訪花隨柳過前川) 십리사장(十里沙場) 나려가니
넘노나니 황봉백접(黃峰白蝶) 주루룩 풍덩 옥파창랑(玉波蒼浪) 떠오나니 도화(桃花)로다
붉은 꽃 푸른 잎은 산양강수(山樣江水)를 그림하고
나는 나비 우난 새는 춘광춘흥(春光春興)을 자랑한다
어디메로 가잤어라 한 곳을 점점 나려가니
언덕 위에 초동(樵童)이요 석벽하(石壁下)에 어옹(漁翁)이라
새벽별 가을달빛 강심(江心)에 거꾸러져 수중산천(水中山川) 이뤄있고
편편(翩翩) 나는 저 백구는 한가함을 자랑한다
은린옥척(銀鱗玉尺) 펄펄 뛰고 쌍쌍원앙(雙雙鴛鴦)은 높이 떠
청풍(淸風)은 서래(徐來)하고 수파(水波)는 불흥(不興)이라
종일위지소여(縱一葦之所如)하니 능만경지망연(凌萬頃之茫然)이라
살같이 닫는 배는 양진(漾津) 포진(浦津) 배회(徘徊)로다
남해팔경(南海八景) 소상동정(瀟湘洞庭) 청풍적벽(淸風赤壁)이 이 아니냐
풍월강산(風月江山) 구경하고 동해(東海)로 건너오니
아동방(我東方) 금수강산(錦繡江山)
동금강(東金剛) 서구월(西九月) 남지리(南智異) 북향산(北香山)
가야산(伽倻山) 속리산(俗離山)을 편답(遍踏)하고
삼각산(三角山)을 올라서니
금부용(金芙蓉) 만장봉(萬丈峯)에 서색(瑞色)은 반공(蟠空)이요
남산송백(南山松柏)은 울울창창(鬱鬱蒼蒼) 한강유수(漢江流水)는 호호양양(浩浩洋洋)
천재일월(千載日月) 태평기상(太平氣象) 만만세지(萬萬歲之) 금탕(金湯)이라
주상전하(主上殿下)는 차산수(此山水)이같이 산붕수갈(山崩水渴)토록
성수무강(聖壽無彊)허사 천천만세(千千萬歲)를 누리소서.
우리도 일민(逸民)이 돼서 격양가(擊壤歌)를 부르리라.
부귀와 공명은 세상 사람으게 모두 다 전허고
가다가 저물거든 기산대하처(奇山大河處)의 명당을 가리고 가려
오간팔작(五間八作)으로 황학루(黃鶴樓)만큼 집을 짓고
유정(有情)한 친구 벗님네들 좌우로 늘어앉어
한잔 더 먹소 한잔 덜 먹소 거드렁거리고 놀아 보자
단가 운담풍경은 사설시조 및 동시대 여러 단가의 노랫말을 차용하여 새롭게 창작된 형태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데, 중국의 지명도 언급 되나, “아동방 금수강산” 이하에서는 ‘금강산’, ‘구월산’, ‘지리산’, ‘묘향산’과, ‘가야산’, ‘속리산’, ‘삼각산’, ‘남산 송백’, ‘한강 유수’ 등 우리나라의 풍경을 노래한다. 경개를 모두 읊은 후에는 주상전하의 성수무강을 기원하고 있어, 결국 운담풍경의 주제는 태평성세와 군왕의 성수무강임을 알 수 있다.
정양·최동현·임명진, 『판소리 단가』, 민속원, 2003. 이혜연, 「단가 운담풍경 연구」, 한양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5.
신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