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산세의 빼어남을 찬양하고, 임금의 만수무강과 나라의 태평성대 기원을 노래한 판소리 단가
“진국명산만장봉(鎭國名山萬丈峯)이요, 청천삭출금부용(靑天削出金芙蓉)이라.”라는 노랫말로 시작되는 판소리 단가이다. 노랫말은 사설시조의 형태인 가곡의 편삭대엽에서 차용되었다. 내용은 한양의 지세를 찬양하며,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애국적인 부분, 그리고 풍류적인 인생을 노래하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모리장단이며, 선율은 평조 ‘레(re)-미(mi)-솔(sol)-라(la)-도(do')’와 우조 ‘솔(sol)-라(la)-도(do')-레(re')-미(mi')’로 짜여 있다.
단가 진국명산은 송만재(宋晩載, 1788~1851)의 「관우희(觀優戲)」에 기록되어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비교적 이른 시기에 형성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단가는 역대 명창 중 송만갑(宋萬甲, 1865~1939)이 자신의 장기로 삼아 부른 단가로 전해진다. 그의 소리는 1913년에 일츅조션소리반, 1932년에 콜럼비아 레코드, 1935년에 빅타 레코드에서 유성기음반으로 3차례나 발매될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송만갑 외에도 장판개(張判盖, 1885~1937), 박녹주(朴綠珠, 1906~1979), 박동진(朴東鎭, 1916~2003), 박초월(朴初月,1917~1983) 등 여러 명창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불려졌다. 현재 송만갑, 장판개, 박녹주, 박초월, 박동진, 정권진(鄭權鎭, 1927~1986), 박초선(朴招宣, 1931~), 성우향(成又香, 1935~2014) 등이 부른 소리가 음원으로 전해진다.
○ 용도 단가(短歌)는 판소리를 부르기에 앞서 창자의 목을 풀어 주는 기능을 하고, 창자의 기량을 과시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창자와 고수의 호흡을 맞추고, 청중들의 관심을 끌어 본격적인 소리를 감상하기 전에 준비하는 짧은 노래이다. 노랫말은 대부분 강호(江湖)에서 즐기는 풍류, 그리고 그 풍류를 통해 인생무상을 낙천적으로 풀어내는 내용이다. ○ 음악적 특징 단가는 보통 중모리장단과 우조 및 평조를 사용하는데, 단가 진국명산 역시 중모리장단을 사용하며, 선율은 평조와 우조로 구성되어 있다. 장단의 붙임새는 대부분 대마디대장단으로 짜여 있는 점에서 비교적 고제(古制) 단가로 볼 수 있다.
단가 진국명산의 노랫말은 사설시조의 형태인 가곡의 편삭대엽에서 차용되었다. 단가는 일반적으로 노랫말의 소재가 중국의 고사(故事)나 산수 지리에 기원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것은 순수한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이 주목할 만하다.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한양의 지세를 찬양하는 부분이고, 두 번째는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부분, 세 번째는 풍류적인 인생을 노래하는 부분이다. 창자에 따라 세 번째 부분에서 “오간팔작(五間八作)으로 황학루(黃鶴樓)만큼 집을 짓고” 뒷부분은 “유정한 친구 벗님과 좌우로 모두 다 늘어앉어, 오음 육률을 찾어보세”로 마무리되기도 한다. 진국명산(鎭國名山) 만장봉(萬丈峰)이요, 청천삭출(靑天削出) 금부용(金芙蓉)은 거벽(巨擘) 흘립(屹立)허여, 북주(北主)로 삼각이요, 기암(奇巖)은 두기(斗起), 남안(南案)의 잠뒤(蠶頭)라. 좌룡(左龍)은 낙산(落山) 우호인왕(右虎仁旺), 서색(瑞色)은 반공(蟠空) 응상궐(凝象闕)이요, 숙기(淑氣)는 종영출인걸(鍾英出人傑)이라. 미재(美哉)라, 동방 산하지고(山河之固)여, 성대태평 의관문물 만만세지금탕이라. 연풍코 국태민안커날 인유이(麟遊而) 봉무(鳳舞)하고, 면악등림(緬岳登臨)하야, 취포반환(醉飽盤桓)을 하오면서 감격군은(感激君恩) 하오리다. 남산 송백은 울울창창, 한강 유수는 호호양양(浩浩洋洋). 주상 전하는 차산(此山) 쉬이(水流)같이 산붕수갈(山崩水渴)토록 성수무강허사, 천천만만세를 태평으로만 누리소서. 우리도 일민(逸民)이 되어서 격양가를 부르리라. 부귀와 공명은 세상 사람에게 모두 다 전하고, 가다가 저물거든 기산대하처(奇山大河處)의 명당을 가리고 가려, 오간팔작(五間八作)으로 황학루(黃鶴樓)만큼 집을 짓고, 유정한 친구 벗님네들 좌우로 늘어 앉어, 일모(日暮)가 도궁(道窮)토록 거드렁 거리고 놀아.
송만갑 창 진국명산 정양ㆍ최동현ㆍ임명진, 『판소리 단가』, 민속원, 2003.
단가 진국명산의 노랫말은 사설시조의 형태인 가곡의 편삭대엽에서 차용된 단가로, 송만갑이 즐겨 부른 단가이다. 일반적으로 단가의 사설은 중국의 고사나 산수 지리에 기원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우리나라의 지세의 빼어남을 찬양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주목할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전하는 가장 오래된 진국명산 음원은 1913년 일츅조션소리반에서 녹음한 송만갑의 소리인데, 1세기가 지난 현재까지 전승되어 여러 창자들에게 불리는 고제 단가로 볼 수 있다.
뿌리깊은나무 편, 『판소리 다섯마당』, 한국브리태니커회사, 1982. 정양ㆍ최동현ㆍ임명진, 『판소리 단가』, 민속원, 2003. 김삼진, 「단가 진국명산 소고-사설을 중심으로-」, 『남도민속연구』 4, 1997. 채수정, 「명창 박녹주의 소리세계 -단가 대관강산과 진국명산을 중심으로-」, 『판소리연구』 17, 2004. 박인혜, 「근대 5명창 단가의 음악적 특성」,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학위논문, 2013. 조영제, 「단가 진국명산 비교 연구」, 용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0. 홍순일, 「판소리 단가의 연구」, 충남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1992.
서정민(徐玎旻)